KAKAIRU ONLY 페러렐 90% 이상 분포 주의
※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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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참아야지 뭐 어쩔 거야.”

야마토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짜증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만 처박혀 형 전화 기다리기도 지쳐서 전화를 건 것도 제가 먼저였고, 귀찮네 어쩌네 하면서도 나와 줬으니 그냥 꾹 눌러 담았습니다. 참을 인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지 않겠어요. 야마토는 왠지 열 받는 말투로 시종 틱틱 댔지만 말입니다.

“그 형이 너 엄청 귀여워해주는데 그 정도도 못 참아 주냐?”
“…”
“바쁘고 싶어서 바쁜 것도 아니고.”

저를 속 좁은 여편네 보듯 하는 건 눈 앞에 있는 야마토 뿐만이 아닐 겁니다. 카카시 형 친구인 아스마 형도 그럴 거고, 어쩌다 형과의 사이를 알게 된 겐마씨도 그럴 겁니다. 저도 가끔 제가 속이 밴댕이 같다는 생각은 합니다. 이게 남 일이었으면 저도 이 녀석이 말하는 것처럼 똑같이 말해줬을 거예요. 근데 왜 이렇게 억울하고 야속하고 화가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밴댕이면 뭐 어떱니까. 전화하고 싶어도 못하고 잠깐 얼굴보고 싶어도 못보고 심지어 단 둘이있을 때도, 섹스 할 때도, 훌쩍 가버리기 일쑤인 애인과의 연애, 이런 게 정말 연애인지 모를 지경에 전 빠져있었으니까요.

입안이 절 정도로 달콤한 연애를 꿈꾸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제가 생각했던 연애는 아니었거든요. 카카시 형이 좋은 사람이고, 나한테 잘해주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랄까요.

“니가 선택한 사람이니까 니가 알아서 책임져.”

이렇게 냉혹하게 말을 잘라 버리는 야마토는, 사실 저를 좋아했었습니다. 이렇게 냉정해 진 것도 무리는 아니죠. 야마토는 바에서 만났던 친구거든요. 한참놀 때요. 이젠 좀 오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백도 몇 번 받았는데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제가 조금이라도 속상해 하거나 하소연하면 늘 제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고 위로해주고 했었죠. 그런데 카카시형이랑 사귀고 나서부터는 아주 싹 태도를 바꿨습니다. 제가 아무리 상식에 어긋나는 걸 우겨도 네 말이 맞다 해주던 야마토인데, 지금껏 옆에 남아준 게 용하다 싶다가도 정나미가 뚝 떨어지기도 하는 겁니다. 이럴 때요. 하지만 전 야마토의 말에 대꾸도 못하고 커피에 꽂혀 있는 스트로우나 잘근잘근 씹을 수 밖엔 없었습니다.

거리가 활기찬 토요일 주말 오후. 애인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짝을 지어 거리를 지나갑니다. 참 보기 좋아 보입니다. 안 그래도 동성연애라고 대놓고 데이트 하기도 힘든데, 사실 전 데이트라는 걸 제대로 해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카카시형이랑. 낮에도 바쁘고 밤에도 바쁘고. 휴일다운 휴일도 없는 사람이죠. 늘 대기 타야 하고요. 차라리 말단이면 편할 텐데 너무 능력이 출중해서 주도적으로 사건을 맡거나 하다 보니 그렇죠. 힘들겠다고 이해하지만, 그렇지만.

주말엔 놀이공원도가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여유롭게 시간도 때우고, 심야영화도 같이 보러 가고,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이런걸 바라는 게 너무 많이 바라는 거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계속 옆에서 돌봐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서로 할 일이 있는 거니까요. 계속 이런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서, 연애 초기에도 그냥 이런 건 덮고 살자라고 생각했었는데 혼자가 되면이런 생각을 할 시간이 너무 많아집니다. 우울해지구요.

옆에선 야마토가 뭐라고 계속 지껄입니다. 이젠 뭐라고 그러는지도 잘 귀에 안 들어 오고. 근데 진짜 스타일 무너지게 눈물이 나오잖아요. 진짜 쪽팔린 일인데 쪽팔린 줄도 모르는 이 안구를 정말 뽑아 버릴 수도 없고. 근데 그런 쪽팔림과 동시에 어찌나 제 처지가 안쓰러워 보이던지. 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여럿남자 울렸던 인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안 죽었어요. 근데 왜 이렇게 처량 맞아진 겁니까. 애인 하나 때문에요. 이렇게생각하니 또 억울하고. 카카시 형에게선 연락이 끊긴지 오래입니다. 핸드폰을 없애도 될 듯 하죠.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은 아닙니다.

근데 또 웃긴게 제가 우니까 야마토가 꼬리를 내리는 겁니다. 솔직히 야마토는 아직도 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근자감은 아닐 거예요. 그냥 둘 다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죠. 정말 이 녀석도 멍청하지…. 제가멍청해서 주변에 멍청한 사람만 꼬이는 걸지도. 근데 야마토가 멍청할 진 몰라도 인기는 많았는데.

“야…울지마.”
“….”
“내가 말 잘못했다.”
“….일 없다.”
“그럼 왜 우는데…”
“심심해서.”

야마토는 저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듯 입술을 지긋이 물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내 뱉은 말이 좀 밑도 끝도없긴 했죠. 진짜 더 이상 쪽팔림을 참을 수가 없어 소매로 슥슥 눈가를 훔치며 바라보니 너도 일어나라고 재촉합니다.

“왜…”
“심심하다며.”
“너… 오후에 아르바이트 가잖아.”
“니가 그걸 왜 신경 쓰고 앉았냐? 일어나.”

야마토는 저를영화관으로 끌고 가기도 하고, 식당으로 끌고 가기도 했습니다. 심심하진 않았어요. 워낙에 화제도 풍부하고 말재간도 좋은 친구거든요. 녀석은 아무래도 제가 안돼 보였나 봅니다. 사실은 이것이 저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끝없이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 어떻게 비참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이 이렇게 살면 정말 안 되는 건데. 그래도 어쨌든, 혼자 있는 것보다는 훨씬 천 배 백배 나았습니다.

그 와중에 전화가 울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카카시형 전화였습니다. 저와 야마토는 영화를 보고 있는 중이었고, 저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별로 받고 싶지 않았어요. 이상한 일입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전화였는데 어째서 그랬던 건지. 전화기 밧데리를 아예 빼 놓고 영화보고 밥까지 먹으러 갔습니다. 형과는 한번도 가 본적 없는 고급 레스토랑이었어요. 식사하는 도중에도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다시 핸드폰을 켤까 고민했지만 결국 하지 않았습니다. 속좁다고, 밴댕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죠.

정말로 카카시형에게 화가 난건 아니었어요. 단지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았고, 그래서 기분으로 즐겁게 전화를 받을 수가 없으니까. 이건 싸움을 피하는 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 보니, 야마토가 저를 집 앞까지 바래다준 건 거의 한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야, 형 집에 왔나 보다. 불켜져 있어.”
“어…”
“뭐야 반응이 왜 그렇게 시무룩 해?”
“내가 뭘…”

야마토의 말대로 아파트엔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발걸음이며 마음이 무거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카시 형에게 화난 것도 아니고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있는데, 단지 이 상황이 싫을 뿐인데. 야마토는 제가 아파트로 들어서는 걸 보고서야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매너좋고 성격 좋고 돈도 많고 생긴 것도 준수한데 쟤도 참 안됐습니다. 나 같은 걸 좋아해서.

어쨌든 전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상대로 형은 거실에 있었어요. 일이 많이 힘들었는지 또 그새 살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워낙 얼굴 선이 날렵해서 조금만 살이 빠져도사람이 날카로워 보이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잘 생기고 멋있지만. 집에서민소매 하나에다 바지만 입고 있는데 워낙 비율이 좋아서 그런가…

“…왔어요? 밥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속상한 거야 제 속으로 삭일 일이죠. 괜히 떼써봤자 되지도 않은 일들이고, 또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잘 나가는 사람 발목 잡는 처참한 상황까진 가고 싶지 않거든요 저도.

그런데 형이 말이 없었습니다. 그 사이 저는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요. 그리고 형이 앉아 있는 소파의 끄트머리에 앉았죠. 원래 같으면 바로 옆에 딱 달라 붙어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또 이렇게 오랫동안 못 들어온 거냐 이것저것 물어봤을 텐데, 정말 기분이 그럴 기분이 아니어서요. 저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형이 화난 걸 눈치챘거든요. 전화했는데 받지도 않고, 또 전화기도 꺼놨으니 화도 날만 했을 거예요. 제가 연락 안되거나 늦게 들어오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강력계에있다 보니 워낙 흉흉한 사람들을 많이 봐서 밤엔 혼자 외출도 안 시킬 정도니까요. 어쨌든 형이 이렇게아무 말도 안하고 무게 잡고 있으면 그게 화났다는 증거라서, 근데 또 그걸 애교로 풀어 줄 기분은 아니라서, 그래서 그런 거죠 뭐.

저도 아무 말안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형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왜 전화기는 꺼놔?”
“영화보고 있었어요.”
“누구랑 봤는데.”
“친구랑…”
“그러니까 누구.”
“내가 누구라고 하면 형이 알아요?”

이렇게 대화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싸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감정이라는 건 이성을 이길 수는 없나 봅니다. 하긴 이성이 이겼다면 제가 오늘 야마토를 만나 눈물 바람을 했을 리가 없겠죠. 정말 스스로가 한심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형이라 정말 반갑고 기쁜데 이런 식으로 밖에 대화할수 없다니.

“아까 야마토 그 새끼 차 같던데.”
“…”
“야마토야?”

사실 야마토랑형이랑은 사이가 별로 좋지를 않습니다. 원래 저를 알기 전부터도 안면은 있는 사이라고 들었는데, 어쨌든 야마토가 저를 좋아하기도 했고, 여전히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걸 형은 좀 눈치 챈 것 같거든요. 하긴 미련이 있든 없든 자기 애인 좋아했던 사람이 옆에 있으면 신경도거슬리겠죠. 하지만 뭐 제가 형 두고 바람 필 리 없잖아요. 제가 대답도 안하고 시무룩 하게 앉아 있으니 슬슬 열이 받는지 목소리가 좀 커졌습니다. 평소엔 칠푼이 팔푼이 같아도 한번 화나면 무서운데.

“진짜 야마토야?”
“…”
“대답 안 하냐?”

방금 전까진 좀 기분이 나빠서 대답을 안 했는데, 이젠 말하면 울까 봐 대답을 안 했습니다. 남자가 꼴사납게 하루에 두 번이나 울 수는 없잖아요. 저도 엄연히 고추 달린 사내자식인데. 아들 낳았다고 엄마가 미역국도 세 사발이나 먹었다는데. 그나저나 정말 카카시 형도 너무하죠. 자기는 몇 날 며칠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고 그랬으면서, 나는 방해할까 봐 먼저 전화도못하는데, 오늘 자기 전화 안받았다고 이렇게 화를 내고. 사정이 있어도 억울한 건 억울한 거였습니다. 가끔 땡깡 정도는 부려도 되잖아요. 애인인데.

제가 너무 입을딱 다물고 있으니까 형도 목소리를 좀 누그러트렸습니다. 저랑 형은 여덟 살 차이나 나서, 솔직히 저 모르게 형이 양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최대한 어리광 안부리려 해도 형이 보기엔 그냥 애 같을 테니까요.

“갑자기 왜 그러는데?”
“…”
“저번에 그렇게 가버려서 그래? 그런 일이 한 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

한 두 번 있는일이 아니니까, 매번 그렇게 보내야 하니까 제가 화가 난다는 것까지 형은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늘 괜찮다고, 참을 수 있다고 너무 강한 척을 해서 더 그런거겠지요. 그래도 전 꽤 잘 참아왔습니다. 여느 애인들과같은 일상은 아니어도 형을 사랑하고, 아니 지금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건 여전한데, 형도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건지.

“이루카…”
“…네.”
“니가 형 좀 이해해 주면 안돼?”

하지만 자신을이해해 달라는 형의 말에 저는 저도 모르게 또 눈물 바람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정말 이노무 눈깔을 뽑아버리던가해야지 왜 이렇게 주책 맞게 구는지. 감정이 한번에 폭발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형을 더 이해해 줘야 하는데요.”

말하는데 자꾸만울음이 섞여 나와서 진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었습니다. 형 앞에서 울어보는 거, 섹스 할 때 빼곤 정말 처음이었어요. 이래 뵈도 강단 있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눈물은 남자의 수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속 좁은 소리를 해대면서요. 정말 맹세코, 말하면서도 말하는 걸 후회 했습니다.

“…”
“이번 달에 형이랑 딱 두 번 봤어요. 그것도 제대로 같이 있지도 못하고… 나 맨날 집에서 형만 기다려요. 형이 언제 전화해 줄까, 언제 올까. 형이 원래부터 전화 통화 귀찮아하는 사람인 거 아니까, 매일 잠복한다고 함부로 전화기 울리면 안 되는 거 아니까 맨날 참았어요. 남들 하는 데이트 같은 거 못해도, 형을 이해해 줘야 하니까 매일 참았어요.”
“이루카….”
“나는 도대체 뭐예요. 집 지키는 개예요? 나 개새끼 아니고 애인이예요. 형 애인.”
“….”

형은 어떻게도 못하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달래려고 해도 당황해서 어쩌지 못하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저는 이쯤에서 말을 멈췄어야 했습니다. 사실 제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도 잘 몰랐어요. 아니, 더 할말이 있었어도 여기에서 멈췄어야 했어요. 이 남자가 펑펑 우는 어린애 땡깡을 달래주고 보듬어 주면, 이걸로 됐다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어야 했습니다.

“우리 헤어져요.”

정말 정말 후회했지만, 내 뱉어버린 말은 결국 주워 담을 수가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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