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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SS - WhiteDwarf</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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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 (完)</title>

		<description>

거실 한가운데서 시라누이 겐마가 눈…</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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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거실 한가운데서 시라누이 겐마가 눈을 뜬 것은 날이 다 밝아서였다. 시라누이 겐마는 간밤 하타케 카카시에게 명치를 정통으로 얻어 맞고 그자리에서 KO당했다.  

"웩......"

눈을 떴을 때, 그는 안타깝게도 제가 만들어놓은 토사물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울컥 올라오는 역겨움에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또 한번 오바이트를 시원하게 했다. 다들 아침이 늦어서 깨어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사실 생일이라고 겐마도 술을 꽤나 많이 마셨던 상태였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제대로 명치를 얻어 맞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겐마는 얼굴을 닦아내면서 이를 빠득갈았다. 이 새끼 가만 놔두나봐라. 허리도 발로 정통으로 까여서 장난 아니게 아팠다. 개자식이 누구 장가 못가게 하려고 작정을했나? 그렇게 욕하면서 또 한번 게웠다. 
정신 차리고 입도 헹구고 더럽혀진 거실을 치우고 나니 겐마는 그제서야 이루카 생각이 번뜩 났다. 그대로 기절해서 정신을 잃는 바람에 뒤로 일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타케 카카시 그새끼는 얼굴도 쳐다보기 싫지었만 우미노 이루카 때문에 어쩔 수 꽉 닫힌 하타케 카카시 방의 문을 열어야했다. 거기에 우미노 이루카가 있을 것만 같은 강렬한 예감 때문이었다. 
으악 이루쨩!!!
그리고 시라누이 겐마는 벗겨진채로 침대에 양 팔이 묶여 있는 이루카를 보았다. 끔찍하다 끔찍해. 간신히 어떻게 이불은 덮고 있는데 애가 오한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안그래도 끙끙 앓던 앤데 진짜 시체 치우겠다. 놀래서 묶인 것 부터 풀려고 했는데 끈은 또 어찌나 꽉 묶었는지 풀어지지도 않았다. 결국엔 가위를 가져와서 살살 잘라내고서야 이루카를 빼낼 수 있었다. 얼마나 몸부림을 치고 그랬으면 양 손목에 멍이 장난이 아니었다. 
겐마는 끙끙대는 우미노 이루카을 들쳐 업고 방을 빠져나오면서 세상 모르고 잠든 하타케 카카시를 슥 쳐다보았다. 아무리 제 친구라지만 저건 인간이 아니고 세상에 둘도 없는 짐승이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이루카는 너무너무 아팠다. 제 생에 그렇게 아파본 적은 처음이었다. 사실 묶여서 이러저러한 일을 많이 당하긴 했지만 따져보면 이루카도 그 행위 자체가 아주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정말이었다. 정말로 짱 좋아하는 카카시씨고 그랬으니까 강제로 그런게 괘씸하다가도 마음이 많이 약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비록 강간을 당했어도 기분이 확 나쁘진 않았다. 또 처음에만 막 아팠지 마지막쯤에는 저도 좀 많이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십년지기 친구를 패가면서까지 인정 사정없이 달겨든 걸 보면 하타케 카카시도 제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미노 이루카은 아파서 골골거리고 있으면서도 곧 카카시가 당연히 저를 찾아 올거라고 생각했다. 
이루카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방에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야마토에게 카카시의 거취를 많이 물었다. 

"....콜록. 카카시...는...?"
"아, 지금 와 있어."
"...뭐...하는데?"

그런데 그건 저의 착각이었던 것같다. 하타케 카카시가 자신을 찾아와 줄 것이라는 그 믿음 말이다. 하타케 카카시는 이루카를 찾아오기는 커녕 소식 듣기도 어려웠다. 거기다 숙소에 있어도 거의 겐마과 같이 있는 모양이었다.

"겐마형이랑 같이 있는데. 왜 불러줘?"

역시나. 야마토의 말에 이루카는 힘없이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카카시를 믿고 싶었다. 들여다 봐주지도 않지만 무슨 일이 있겠지, 좋게 생각할 상황이 아닌데도 바보처럼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나쁘게만 몰아가기에는 이루카는 하타케 카카시를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싶었다. 저를 묶었던 조각난 천은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카카시씨거니까. 
그리고 이루카는 큰 결심을 했다. 먼저 다가가보기로 한 것이다. 좋게좋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은 기분 나쁜 생각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단체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때마침 둘만 남아 이루카는 조심스럽게 카카시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절 강간한 상대한테 먼저 손을 내다니 제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루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하타케 카카시는 그 날 일을 모른척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난감한것 같은 얼굴로 얼굴로 쳐다 보기만 할 뿐 그 날 일에 대해서는 일절 뻥긋도 하지 않았다. 그저 빨리 나으라는 피상적인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아무래도 그는 그날의 일을 단순히 술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너 왜그래? 많이 아파? 어?"
"흑...흐윽."

그날 밤 이루카는 제 손목을 부여잡고 막 울었다. 이루카가 까무라칠듯 우니까 야마토가 옆에서 왜 그러느냐고 깜짝 놀라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도 이루카는 계속 엉엉댔다. 새삼스럽게 손목이 너무 아팠다. 그 원인이 되었던 파란 두건은 당연히 쓰레기통 행이 되었다. 
개새끼 절대 안 봐줄거야.

"야! 이걸 왜 지금 말해!!"
"와 존나 어이없네. 니가 필름 끊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야말로 어떻게 그런 짓을 해놓고 기억을 못하냐??" 
 
하타케 카카시는 어찔했다. 시라누이 겐마를 덮쳤다고 생각했었을 때 보단 되려 이쪽이 훨씬 현실감이 있어서 오한이 났을 정도였다. 겐마는 이루카의 감기몸살이 더 심해졌던 건 분명히 그날 밤 일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타케 카카시는 드디어 진실을 알았다. 그리고 앞뒤 잴 것 없이 득달같이 우미노 이루카을 찾았다. 망설일 것도 없었거니와, 솔직히 아무런 생각이 안났다. 그저 얼른 붙잡아야겠다는 마음만 다급했다. 
우미노 이루카는 그 며칠 새 이미 감기몸살이 다 나은 상태였다. 병을 키운 원인을 제공한 하타케 카카시는 정작 아프냐고 방 한번 안들여다봤는데 말이다. 거실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 이루카를 콱 잡아 붙들었다. 카카시의 얼굴을 보고 놀란 이루카는 화들짝 놀라서 카카시의 팔을 쳐냈다. 아무말도 안하고 제 방으로 쑥 들어가려고 한다. 방문을 꽉 닫으려는 걸 카카시는 제 어깨를 내밀어 문 틈에 끼워 넣고 막았다.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전 할 말 없어요."

이루카는 정말로 더 할말이 없었다. 이제는 별로 대화하고 싶은 맘도 안들었다. 찾아와도 안반가웠다. 

"야...."
"좀 나가세요!"

하지만 급한 카카시는 이루카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그대로 방문을 밀어 제쳤다. 적어도 카카시는 할 말이 많았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이루카의 팔뚝을 잡아챘다. 이루카는 날씨도 더운데 손끝까지 내려오는 긴팔을 입고 있었다. 감기도 나았으면서 왜 그러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소매를 확 걷어내니 정말 시라누이 겐마 말대로 팔목에 시퍼런 멍이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왜, 왜 그러세요!"

카카시의 무표정에 이루카는 겁을 먹고 뒤로 물러 섰다. 카카시는 그런 이루카에게 반항할 틈도 주지 않고 침대에 밀어 눞혔다.

"떨어져!!"

놀라서 투닥투닥 가슴팍과 어깨를 때리는 팔을 잡을 생각도 못하고 상의부터 위로 들췄다. 다 벗길것도 없이 유두 근처며 옆구리며 아랫배에 아직도 정사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벌써 그 날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깨물고 빨아댔는지..... 목덜미나 쇄골 쪽은 보지 않아도 그 광경이 알만했다.  

"너..."

하, 하타케 카카시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알고 나니 이걸 왜 여지껏 몰랐을까 싶었다. 카카시가 그 자국들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으면 곧 이루카의 숨이 가빠졌다.

"왜....왜 이제와서, 이제와서...."

이루카는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끅끅 대다가 눈가가 발개졌다. 

"나가! 꺼져!”

결국 눈물 방울이 퐁 하고 터졌다. 우미노 이루카는 많이 서러웠다. 자신은 여기 하타케 카카시라는 인간한테 농락당했다. 진짜 많이 좋아 했는데. 그런데 이제와서 저런 표정이나 짓고 있다니. 

"내가 착각해서 그래. 진짜 미안해. 진작에 왔었어야 하는데 그 날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
"기억이 안난다는 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세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세요!!"

카카시는 다급하게 변명을 해보았지만, 그날 기억이 없다는 말에 이루카는 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뭣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그런 촌스러운 변명을 하다니. 이루카는 정말로 실망감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게 사실인 하타케 카카시는 이루카가 우니까 어쩔 줄을 모르고 계속 안절부절 못했다.

"푸하하하하. 병신 꼴 좋다!”

자초지종을 안 시라누이 겐마는 물론 배를 잡고 방바닥을 뒹굴며 아주 대놓고 웃었다. 카카시는 이루카랑 제대로 대화도 못하고 그대로 방에서 쫓겨 나온 참이었다. 이 새낄 당장 죽여버릴까,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넌 왜 사람 착각하게 만들어! 개새끼야!!"
"와 이새끼 적반하장이네. 착각한 건 니 잘못이지! 난 황천 갈 뻔 했다고. 나한테 한 짓도 훌륭한 살인 미수야 새꺄."
"하! 살인 미수 좋아하네."
"야 나 너 니가 오바이트 한 거에 대가리 쳐박고 기절하는 기분을 알어?"

아직도 그날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리는 겐마였다. 떠올리기만 해도 토사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제 일생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친다면 빅 5에는 충분히 들어갈 사건이 틀림 없었다. 그런데도 하타케 카카시는 이 사건이 꼭 제 탓에 일어난 것인냥 와서 짜증을 대빡 내는 것이다.  

"니 때문에 이루카 울었잖아!!"
"야 그게 내 잘못이냐? 내 잘못이야?"
"아오!!"

하타케 카카시는 제 은색 머리카락을 양 손으로 벅벅 긁었다. 그러니까 역시 우미노 이루카가 맞았던 거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아니 체면 보다도 이젠 이 일을 어쩌면 좋냔 말이다. 

그리고 하타케 카카시는 우미노 이루카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자연히 우미노 이루카는 그런 하타케 카카시를 피해서 도망을 다녔다. 우미노 이루카는 방에 처박혀서 나올 생각을 안했다. 사람들이 다 거실로 나오고 카카시가 함부로 힘을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면 그제서야 밖으로 기어 나와서 겐마한테 붙어있거나 야마토한테 붙어 있거나 사스케한테 붙어 있거나 했다. 절대로 둘만 남는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카카시가 스케쥴 때문에 숙소를 비우는 시간이 많으니까 가능했다. 

"우미노 이루카 너-"
"겐마씨!!"

특히나 우미노 이루카의 뒤를 잘 봐주는 사람이 바로 시라누이 겐마였다. 야마토나 사스케는 둘째치고 겐마만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목격까지 한 사람이니, 이루카는 카카시만 보이면 시라누이 겐마 이름으로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리고 시라누이 겐마가 짠 하고 나타나서는 무슨 슈퍼맨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의 앞을 떡 가로막는 것이다. 우미노 이루카는 그런 겐마 뒤에 숨어서 카카시에게 식은 눈빛을 보냈다. 와 이게 여우같이.
물론 그렇다고 얌전히 당하고만 있을 하타케 카카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잘 잡았다고 소문이 날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케쥴이 끝나고 들어와서는 제 방에 들어가는 대신 우미노 이루카 방문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겐마와 사스케는 외출한다고 나갔고 야마토는 콘서트 연습으로 바빴다. 모처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언제까지 안나오나 보자. 

"너 방안에 있는 거 다 알거든. 좋은 말 할때 내 말 들어."

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분명히 이루카는 있었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안에서 부시럭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할 말 있어서 그래.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혼자서 억울하다고 하면 어떻게 해?"
“....”

이루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카카시는 계속 말을 이었다.

“못믿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기억 안난다는 거 진짜였어. 내가 진짜 너한테 몹쓸짓 하고....진짜 미안하다.”
“......”
“내가.....진짜 너를 좋아해서. 돌아오면 어떻게 너랑 좀 잘해보려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때 이루카는 제 방문에 귀를 대고 카카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카카시의 말에 이루카는 숨을 삼켰다. 

“나 다 생각났어. 그러니까 문 열어. 이야기 좀 하자. 사과할 기회는 줘야지.”

거의 들어본 적 없었던 카카시의 진지한 어투에 이루카는 좀 흔들렸다. 정말일까 지금 하는 말.... 바보 같지만 사람을 한번 좋아하게 되면 일편단심이 되어버리는 이루카는, 카카시를 피하기는 했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정말 화는 나는데. 나 진짜 화 났는데. 

달칵 하고 방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이루카의 얼굴이 보였다. 카카시는 감격에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었다. 이게 얼마만에 제대로 보는 이쁜이인지.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가 이루카를 꽉 끌어 안았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루카는 놀랐지만 가만히 꽉 끌어 안아주니까 그동안 섭섭했던 것도 사라진 것 같고 그랬다. 이루카가 작게 물었다.

“진짜예요?”
“뭔가?”
“기억 났다는 거...”
“아니.”

그러고 보면 배우도 아닌데 영화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뻔뻔하게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속았다는 것을 안 이루카는 이를 바득 갈고 팔을 휘저었다. 그래도 이루카를 끌어안은 팔은 꿈쩍도 안했다.

“좋아한다는 건 진짜야.”

이루카는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머리는 하타케 카카시는 쳐죽일 짐승새끼니까 상대도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데 좋아한다고 하니까 심장만 뛰고 또 아무말도 안나왔다. 카카시는 팔에 힘을 더 꽉 넣고 이루카의 등을 토닥였다. 카카시로서는 정말로 시간이 아까웠다. 진작에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기억이 날 것 같은데요?"

이루카 질문에 카카시는 잠시간 생각을 했다.

"...글쎄..”
“......”
"다시 한번 자보면 기억 나지 않을까?"
"네? 뭐라고요?!"

충동적으로 떠올린 생각이었으나 다시 곱씹어보니 아주 좋은 아이디어같았다. 카카시는 덜컥 겁먹은 우미노 이루카를 침대 위로 그대로 쓰러트렸다.

"딱 한번만 섹스해보자!"
"이미 했잖아요!!"
"난 기억 안나잖아!! 안돼 무효야!!"
"도대체 뭐가 무효란거야!!"

그런데 정말 눈물 방울 달고 있는 이루카 때문에 순간 타올랐다거나 하는 무슨 다른 뜻(-_-)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진짜 한번 자보면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지금껏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안났는데 남은 건 몸으로 기억하는 방법 밖엔 없어 보였다. 그리고 사실 우미노 이루카와 했다는 그 결박플레이가 생각이 안나서 많이, 정말로 많이 아쉬웠다. 
그는 이루카가 못 도망가게 다리로 막고서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훌렁 벗어던졌다. 카카시의 단단하고 건장한 맨 상체에 어찔해진 이루카가 시선을 휙 돌렸다. 

"기억이 날지 안날지 어떻게 알아요!"
"분명히 기억 날꺼야.(아마도)"
"그런게 어딨어요! 비, 비켜요! 싫어요!"

마음을 딱 먹으니 싫다는 말은 귀에 잘 안들어왔다. 파들파들 떠는 이루카의 손모가지를 콱 잡아 시트에 내리 눌렀다. 

"가만히 좀 있어 봐."
"으으 싫어!”
“정말로 싫어?”
“......”

싫냐고 묻는 말에 이루카는 대답없이 볼을 빨갛게 물들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싫다는 사인은 아니지.

요즘에 겐마한테 자꾸 짐승짐승 소리를 들어서 그랬는지, 정말 짐승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루카가 팔을 꽉 여미고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셔츠를 벗겨내기가 좀 어려웠지만 그는 지금 정신도 제대로 들어 있었고 머리를 좀 돌리고 힘을 쓰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못 움직이게 눌러 놓고 목덜미에 얼굴을 뭍었다. 얇고 부들부들한 피부를 이곳저곳 빨았다가 혓바닥으로 핥았다. 자꾸 싫다고 그만하라고 시끄럽게 구는 입술은 제 입술로 막았다.

"으응..."

팔 안에서 반항하던 힘이 서서히 약해지고, 그리고서는 천국이었다.

하타케 카카시는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어슴푸레한 빛에 눈을 떴다. 밖이 조용한 것을 보니 아직 아무도 귀가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개를 돌리면 이루카가가 지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그는 가만히 상체만 들어올려서 제 자켓 주머니를 뒤졌다. 토끼핀은 여전히 그의 주머니 속에 있었다.
솔직히 제가 사 놓고서도 엄청 웃기다고 생각했었다. 다 큰 사내새끼한테 토끼핀이 뭐냐 그것도 분홍색. 그래도 주려고 산거니까 뭐.... 그는 가만히 잠든 이루카의 얼굴을 보다가 흩어진 긴 머리카락을 모아 올렸다. 모아 올린 곳에 슬쩍 핀을 꽃아 보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분홍색 토끼핀은 이루카한테 꽤나 잘 어울렸다. 얘 좀 많이 예쁘다. 제 눈에는 말이다.
물론 다시 섹스를 해봐도 그날 새벽 일은 여전히 생각이 안났다. 하지만 케세라세라. 끝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뭐, 끝이 좋으면 중간 과정이야 어찌됐든 상관 없는 거지. 
그는 목 근처를 벅벅 긁고서는 다시 침대에 털썩 드러 누웠다. 이루카가 매트리스의 흔들림에 반짝 눈을 떴다. 맨살이 추웠는지 무의식적으로 체온을 찾아 옆으로 바싹 붙어왔다. 하타케 카카시는 얼씨구나 좋다고 제 팔 다리로 예쁜이의 몸을 꽉 결박하고 또 그렇게 잠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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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subject>-</dc:subject>
		
		<dc:date>2016-06-18T11:55:36+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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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publisher>WOX</dc: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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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title>

		<description>


하타케 카카시는 정말 많이 피곤했…</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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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하타케 카카시는 정말 많이 피곤했다. 밀려드는 스케쥴 때문에도 피곤했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한게 제일 컸다. 최대한 인생을 단순하게 살고 싶은 그는, 하기 싫은 걸 해야 한다는 것(시라누이 겐마 눈치보기)과 하고 싶은데 하고 있지 못한 것(우미노 이루카 꼬시기)에 저도 모르게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기억도 안나는 일 때문에 그래야 한다는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문득 문득 정말 시라누이 겐마가 정말 맞나? 하는 생각도 여전히 들었다. 그래도 다시 곱씹어 보면 역시 겐마 밖에 짚히는 구석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어찌 됐든 그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기억 안나는 거 뭐가 더 있으리라 생각해 보지도 못했고, 일단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그 사건은 물밑으로 가라 앉을 것 같았다. 하지만 또 다른 진실은 의외의 곳에서 발견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왠일로 스케쥴이 좀 빨리 끝난 날이었다. 숙소에 도착 하자마자 그는 제 방에 쓰러져 누웠다. 베개에 얼굴을 푹 묻고 있으면 사스케가 뒤따라 쫓아 오더니 빨간 고무장갑을 옆에 턱 던졌다. 

"너 없을 때 내가 너 대신 쓰레기 비웠으니까 오늘은 니가 할 차례야."
"이따가."

귀찮아서 웅얼웅얼 대답하곤 고개를 돌려버리니 사스케는 바가지 긁는 마누라 마냥 닥달을 해댔다. 이새낀 나이도 어린게 너무 싸가지가 없었다. 제작년에 변성기를 거치고서는 목소리도 굵어져서 그나마 쥐꼬리만큼 있던 귀염성도 없어졌다.

"지금 냄새 엄청 나니까 당장 해야 된다고."
"아 좀 놔둬. 귀찮게...."
"빨리 안하냐? 냄새 쩔어."

그렇게 냄새가 심하게 나면 못 참겠는 사람이 먼저 알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다들 휴식기라 놀고 그러는 중에 혼자 고생하며 활동하고 그러는데도 봐주고 이런 것은 전혀 없었다. 누가 숙소에 못들어 오고 바쁘면 그냥 대신 해줄 법도 하건만 이런데서만 칼 같고 그렇다. 
혀를 끌 차고 결국엔 마지못해 쓰레기통 앞에 주저 앉았다. 그는 무심코 얼굴을 찡그렸다. 사스케 말 대로 쓰레기통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저도 그렇고 죄다 사내새끼들 밖에 안사니까 분리수거라던지 음식물 처리라던지 이런게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음식물이 남은 채로 그냥 몰아 버리고 그러니까 벌레도 많이 꼬이고. 
궁시렁대며 안이 꽉 찬 쓰레기 통 뚜껑을 열어 안을 뒤적거리던 때였다. 날파리 날아다니는 사이에서 쓰레기 더미 위에 살포시 올려져 있는 파란색 원단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게 뭐지 하고 집게로 그것을 집어들었다. 어, 이거.... 술취한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 있었던 그 날의 파란색 두건이었다. 그 동안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살펴보니 두건은 가위로 이곳저곳이 엉망으로 잘려진 채로 완전히 넝마주이 상태였다. 씨팔. 하타케 카카시는 그 순간 욕을 툭 던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안그래도 컨디션 별로인데 완전히 뻐가리가 돌았다.

"이 개새끼야!!"

고무 장갑이고 뭐고 다 집어 던지고 카카시는 시라누이 겐마의 방문을 발로 퍽 차서 열었다. 

"야 이! 씨발! 내가 이정도 굽히고 들어갔으면 됐지 뭘더 바라냐! 좀 실수한 거 가지고 치사하게 이딴식으로 나올거냐?"

여전히 시라누이 겐마한테는 많이 미안했다. 아마도 친구한테 당한 기억 같은 건 평생 잊지 못하겠지. 그런데 잘려져서 버려진 두건을 보니 시라누이 겐마의 치사한 작태가 정말로 열이 받았다. 보니까 버린지도 얼마 안됐다. 술김에 산 거지만 그래도 저 주려던 선물이었다. 거기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더니 이렇게 며칠이나 지나서야 가위로 난도질 해놓고 버리는 심보가 도대체 뭐야?

"아직도 화가 안 풀렸어? 그럼 차라리 그냥 막 패라. 어? 내가 다 맞아 줄게."
"뜬금없이 쳐들어와서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시라누이 겐마는 돌연 방으로 뛰어들어온 하타케 카카시의 말이 이해가 안되서 눈만 꿈벅꿈벅 거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요즘에 눌러 놓은 거 많았던 하타케 카카시는 목에 핏대까지 세우고 덤벼들었다.

"너 지금 나 엿먹이냐? 니가 사내새끼면 그냥 화끈하게 화내고 말아! 내가 니가 충격을 많이 받은 건 이해를 하겠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냐?"

그는 손에 들고 있었던 두건을 던졌다. 겐마는 제 앞에 뚝 떨어진 그게 뭔가 보다가 되려 지가 놀라서 하타케 카카시에게 되물었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났냐고? 지금 나한테 물었냐? 쓰레기통에서 주웠다! 니가 이렇게 속이 밴댕이 새끼라곤 생각 못했는데 도대체 이제서야 이걸 버린 저의가 뭐야?"

그런데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겐마는 여전히 카카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야, 내가 그걸 버렸다고?"
"내가 너 줬던거잖아!"
"아 뭐래 언제 니가 이걸 날 줬다고!"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나야말로 지금 니가 무슨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

겐마가 관자놀이를 툭툭 치면서 말하는데, 어디서 누가 찬물을 확 뿌린 것처럼 공기가 식었다. 지금까지 파란두건을 시라누이 겐마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하타케 카카시는 여전히 시라누이 겐마를 흉흉한 눈초리로 보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또 겐마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거기서 대화의 촛점이 확 바뀌었다.

"받은 적 없어?"
"몇 번을 말해야 알아쳐먹을래?"
"나 이거 너주려고 샀던 건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야 이거 니가....."

시라누이 겐마는 꼭 뭔가 알고 있는 것 처럼 굴었다. 그런데 답답하게 말을 다 안하고 곧 입을 다물었다. 

"내가 뭐?"
"와 이 변태새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 모르는거야?"

분명히 제가 모르는 게 더 있는 것 같아 채근하니 겐마는 얼굴을 한껏 일그러트리고는 얼척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카카시를 보았다. 지금까지 제가 뭔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라도 있었을까. 기억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인줄은 전엔 미처 몰랐다. 

"기억 안 나."
"기억이 안 나?"
"안 나."

카카시가 인상을 팍 쓰면 설상가상 겐마는 이게 왠일이냐 하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겐마가 그럴 수록 그는 더 불안해졌다. 뭐야. 그럼 두건 일은 어떻게 된거지. 그런거 줄 사람이 시라누이 겐마 밖에 없는데.

"너 진짜 기억 안나?"
"안난다고!!"

또 소리를 질렀다. 이젠 뭘 더 생각하는 것도 열이 받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리저리 불확실하게 끌려다닌지 벌써 며칠 째였다. 

"진짜 내가 너 억지로 후장 뚫은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는....." 

짜증이나서 카카시가 대놓고 그렇게 말하면 갑자기 말도 끝나기 전에 겐마의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그리고선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야 이 씨발!!! 이 새끼가 지금 뭐래!"
"미안하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뭐가 미안하냐고! 그딴 짓 나한테 했다가 니가 무사할 줄 아냐? 당장에 사시미로 니 새끼 뱃가죽을 확 조져버리지?!"

겐마는 얼굴을 울그락 푸르락 해가며 아주 난리굿을 쳤다. 소름이 돋은 팔뚝을 벅벅 문질러 대기도 했다. 숨도 쉬지 않고 말하면서 질색 팔색 식겁을 하기에 되려 놀라고 당혹스러워 진 건 카카시 쪽이었다. 

"뭐?"
"저거 니가 이루카.....때 쓴거잖아 변태야!!"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이루카는 요 며칠 내내 아팠다. 자주는 아니지만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이유도 없이 아플 때가 있었다. 어찌나 지독하게 앓는지 애기 때부터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스물 중반을 목전에 두고도 여전했다. 
그날은 겐마의 생일이었다. 숙소에서 조촐하게 술자리가 있었다. 아파서 누워만 있고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자 겐마는 신경 쓸 것 없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회사 사람들이 몇 모이고 밖은 금새 시끌시끌해졌다. 거기다 카카시가 첫 공중파 일위를 했다고 해서 축제 분위기였다.
아픈 이루카는 겐마와 사스케와 야마토가 돌아가면서 들여다 봐주었는데 그래도 나이가 같은 야마토가 대부분을 챙겼다. 야마토는 귀찮음이 참 많았지만 가끔 앓는 이루카를 보면 얘 곧 죽을 것 같단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에 그냥 군말 없이 잘 챙겨 주었다. 

"다 먹었으면 약 먹어."
"응..."

야마토는 이루카가 죽을 다 먹는 걸 보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나가려는 야마토의 뒤를 이루카가 잡았다. 아직도 카카시는 숙소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루카는 카카시의 안부가 궁금했다. 

"......카카시씨는 언제 와?"
"어? 카카시 형 다른 스태프들이랑 술마신댔는데. 왜?"
"아아....아니, 아무것도 아냐...."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이루카는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이루카의 붉었던 얼굴이 좀 더 붉어진 것 같이 보였던 것은 야마토만의 착각이었는지. 
저녁이 되자 밖에서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루카는 얌전히 약을 챙겨먹고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파서 발개진 얼굴로 제가 좋아하는 캡 멋지고 열라 잘생긴 하타케 카카시를 생각했다. 바쁜 탓에 숙소에서는 잘 못보니까 라디오에서 목소리를 듣거나 TV로 밖에 얼굴을 못보는데 오늘 TV에서 본 카카시씨는 참 멋있었다. 작곡은 말할 것도 없이 잘하면서 직접 음악방송 일위까지 하다니. 능력도 좋은 카카시씨. 원래도 멋있는데 다른 때보다 몇 배는 더 멋있어 보였다. 
이윽고 약기운에 잠이 막 쏟아졌지만 이루카는 억지로 참았다. 어떻게 해서든 카카시를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낮에 좀 많이 잤는데 아프니까 계속 잠이 쏟아져서 조금 고생을 했다. 그래도 카카시의 모습을 떠올리면 견딜 수 있었다. 술을 마신다고 했으니 언제 들어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다리고 있다가 카카시씨가 들어오면 직접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우미노 이루카를 마음에 둔 누구씨가 본다면 꽤나 기특해 했을 광경이었다.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다. 몸이 나른해서 이루카도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좀 자고 일어나니까 몸이 아까보단 좀 괜찮아 진 것 같았다. 가물가물한 눈으로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 반이 좀 지난 시각이었다. 아...이미 들어왔으려나. 그렇다면 조금 낭패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들어왔나 확인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어...?"

그때 하타케 카카시는 숙소에 와 있었다. 그런데 방에 있는게 아니고 거실 소파에 기대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뒤로 꺽여진 목에 도드라진 목울대가 침을 삼킬 때마다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루카는 오랜만에 보는 카카시의 모습에 심장이 막 뛰었다. 왜 여기 있지 하고 다가가니 잠든 것 같아서 살며시 카카시의 어깨를 흔들었다. 

"카카시씨, 왜 이러고 있어요. 감기 걸리는데....방에 가서 주무세요."

이루카가 그렇게 말을 걸면 곧 두어 번 미간이 구겨지더니 선이 날카로운 눈이 떠졌다. 이루카는 그의 다크 그레이 빛 눈동자에 저도 모르게 숨을 훅 들이마셨다.  

"어.....? 뭐야...예쁜이.....?"

눈 뜨자마자 예쁜이라니, 이루카는 당황했지만 카카시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불러주는 것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이루카는 저도 비실비실 대는 주제에 멋있는 카카시씨 부축해주겠다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이루카의 어깨를 꽉 잡은 카카시가 앞으로 몸을 확 기울였다. 

"악!"

그 탓에 이루카는 소파에 머리를 찧었다. 안그래도 두통때문에 상태가 나빴는데 누군가 머리 속을 칼로 찢어 발기는 것 같았다. 이루카는 바르작 거리면서도 없는 정신에 카카시씨 괜찮으세요하며 하타케 카카시를 걱정했다. 팔을 들어 어깨를 밀어내 보았지만 위에서 이루카를 깔고 있는 카카시의 몸은 꿈쩍을 안했다.

"으읏....아...카, 카카시씨!"

카카시의 입술이 이루카의 목이며 쇄골을 뜯어 먹기라도 할 듯 세게 물고 빨았다. 큰 손이 옷 안으로 들어와 가슴이며 배며 옆구리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감기 몸살로 뜨겁고 한껏 예민해져 있는 이루카의 몸에는 그것만으로도 큰 자극이었다. 안그래도 앓아서 힘이 하나도 없는데 강하게 밀어 붙이니 이루카는 그저 당하며 낑낑 댈 수 밖에 없었다. 양 팔이며 다리는 자유로웠으나 잘 움직일 수가 없어서 발버둥 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곧이어 덥고 독한 술 내음이 훅 끼쳤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입술로 전해지는 술기운이 장난이 아니었다. 더불어 물컹한 혀가 막 섞여서 움직이고 머리가 핑 돌아서 이루카는 거의 정신이 없었다. 
시라누이 겐마가 방에서 나온 것이 바로 그때였다. 잠을 자다가 목이 타서 냉수 한컵 마시러 나왔다. 그런데 거실에 나와보니 하타케 카카시로 보이는 인간이 소파에 우미노 이루카로 보이는 인간을 깔아 놓고 강제로 입술을 부비고 있었다. 그러니까 딱 봐도 강간현장이었다. 하타케 카카시는 우미노 이루카가 내는 앓는 소리가 다 먹힐 정도로 열렬한 키스를 시전 중이었다. 처음엔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해서 제 뺨을 때려도 봤는데 꿈이 아니었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겐마은 식겁해서 거기로 무작정 달려들었다.

"야야야!! 하지마 개새끼야!!"

하타케 카카시의 가죽 자켓 뒷목을 붙잡고 잡아 당기는데 이 자식 이게 또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끝까지 우미노 이루카 입술을 물고는 안 놔주는거다. 원래도 힘 센 건 알았지만 술 마시니 그 힘이 주체가 안되는 모양이었다. 무대 뛴다고 쓸데 없이 몸 만들었던 것도 생각났다.
어쨌든 하타케 카카시는 옆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분간이 안가는지 포르노를 하나 찍으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그대로 가만히 놔두면 저 보는 앞에서 아주 끝까지 갈 것 같았다. 우미노 이루카을 물고 빨고 옷을 벗기면서 엉덩이며 밋밋한 가슴을 사정 없이 주무르는데 우미노 이루카은 그거에 반응해서 또 앙앙거리고. 참 시각적 정신적 충격이 컸다. 나 여기 가만히 있으면 얘네 떡치는거 실시간 라이브로 볼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루카가 울면서 눈빛으로 SOS를 치는 것을 보고 다급해진 시라누이 겐마는 아예 둘을 갈라놓으려고 둘 사이로 몸을 집어 넣었다. 그런데.

"씨발 꺼져!"
"으억-"

지가 무슨 헐크라도 되는 줄 아는지 카카시가 겐마를 팔로 휙 뿌리쳤다. 무방비였던 겐마는 방어도 못하고 거실 중간으로 날아가버렸다. 

"윽, 이 새끼가...!"

겐마는 넘어지면서 부딪쳤던 뒷통수를 꽉 붙잡았다. 술취한 놈 주정이지만 한 대 얻어 맞으니 기분이 아주 팍팍 상했다.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냐 이자식아. 이를 빠득 갈고 다시 달겨든 그는 하타케 카카시의 옆구리에 제 주먹을 찔러 넣었다. 

"컥!"

하타케 카카시는 비틀거리며 우미노 이루카에게서 떨어졌고 곧 서늘한 카카시의 안광과 씩씩대는  겐마의 안광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렇게 우미노 이루카을 놔두고 왠 오밤중의 난리가 났다. 다른 사람들은 취해 골아떨어져서 이런 난리가 났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루카는 두 사람이 미친놈들처럼 난투를 하는 동안에 엉금엉금 일어나서는 벗겨진 옷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리고 훌쩍훌쩍 대며 둘이 싸우는 걸 다 봤다. 엄청 무서웠다. 둘이 왜 저러는 건지도 솔직히 그때는 잘 이해가 안갔다. 
이루카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머리가 정말 너무 아파왔다. 진득하게 키스하는 사이 저도 술에 취한 것 같았다. 좀 가라 앉았었던 열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아...."

힘들어서 둘이 싸우든 말든 소파머리에 기대어 얼마쯤 있었을까. 몸이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있었다. 누군가 제 몸을 들쳐 안았다. 하타케 카카시였다. 카카시씨가 이겼나봐. 겐마는 조금 멀리에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 있었다. 카카시는 이루카를 안고서 그대로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도 하타케 카카시의 눈빛은 정신이 제대로 들어있는 눈빛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침대에 내동댕이 쳐져서, 이루카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카카시가 찢어버리기라도 듯 옷을 벗기려 하기에 팔로 몸을 감싸 안았다. 옷 벗기기가 수월하게 되지 않자 하타케 카카시는 욕을 하고 짜증을 냈다. 그리고 손이 올라갔다. 지금까지 카카시는 이루카에게 실수로라도 손찌검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이때만큼은 카카시가 저를 때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루카는 저도 모르게 으앙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물론 맞은 건 아니었지맘.
하타케 카카시는 제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는데 무슨 천같은 거였다. 왜 저런게 주머니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하지마...하지마세요..."

뭐하려는 건지도 모르고 일단 거부를 했다. 하지만 하타케 카카시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손쉽게 이루카의 팔을 모아 머리 위로 올렸다. 파란 두건은 이루카의 팔목을 결박하기에 참 안성맞춤이었다. 침대 머리 장식 부분에 이음새 부분을 걸어 놓으니 이루카는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아, 응-! 아! 안돼...앳! 시, 싫어! 아....!" 

옷이 다 벗겨지고 그대로 다리가 벌려졌다. 다리 사이를 가르고 몸을 반으로 찢어 놓을 듯이 들어오는 카카시의 것은 너무 뜨겁고 커서 이루카는 당하는 중에도 몇번이나 기절을 했었다. 가뜩이나 오른 열에 열이 더해지니 질식사 안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덕분에 도대체 몇 번이나 했는지 감도 안왔다.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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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date>2016-06-18T11:52:45+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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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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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불명의 시라누이 겐마의 날선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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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의미 불명의 시라누이 겐마의 날선 태도, 나쁜 안색, 아픈 허리, 파란 두건. 시라누이 겐마으로 의심되는 여러가지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래도 그는 쉽게 제가 절친을 건드렸노라고 믿고 싶지는 않았다. 심적으로 솔직히 믿기가 어려웠다. 사나이가 어떻게 친구를 건드린단 말인가. 말도 안된다. 이건 직접 본인에게 확인을 해야한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강렬하게 의심이 되니까 얼굴 보기가 엄청 껄끄러웠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엄청 미안했다. 피차 못볼 꼴 다 본 사이라지만 그래도 친군데.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이냐. 하릴 없이 방안에서 서성이다가 그렇게 시간만 잡아먹었다. 입맛이 뚝 떨어져서 점심도 걸렀다. 
이게 다 기억이 없어서 그런다. 기억이 없으니까 평소하고 다르게 자꾸 소심해지고 그런 것 같았다. 
씨발, 도저히 안되겠다. 성격에 안맞아서 못해먹겠다. 정말로 시라누이 겐마가 맞다면 땅바닥에 마빡 쳐박고 남자답게 사과하면 된다. 사과를 받아줄지 안받아 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으나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용감하게 벌컥 방문을 열면 마침 제 방에서 나오던 야마토와 마주쳤다. 카카시를 보고 야마토가 놀라 물었다. 

"안색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에이 엄청 안좋아보이는데?"

그냥 어제 술 마신것 때문에 머리가 아파 그런다고 대충 대답을 하니 야마토는 고개를 갸웃 하면서도 더 파고들지는 않았다. 

"점심도 거르더니 왠일로 숙취가 다 있댜. 맞다. 엊그제 사스케가 집 갔다가 꿀가지고 왔는데. 걔네 형이 양봉하잖아. 그거 줘?"
"...그래. 근데 그건 뭐냐."

야마토는 채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죽 그릇과 젖은 수건을 들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야마토가 뭘 하든 쳐다도 안봤을 텐데, 괜히 마음이 캥기고 불편했던 그는 야마토를 붙잡고 말을 끌었다.

"누구 아퍼?"
"아, 어어. 이루카 병났어. 한동안 잠잠 하더니 또 그러네."
"이루카가? 어디가 아픈데?"

놀래서 되물어봤다.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 봤는데 이루카 얼굴을 못봤다. 다른 때 같으면 일어나자마자 먼저 얘부터 찾아봤을 건데 강렬한 사건이 하나 빵 터지는 바람에 생각도 못했다. 미안 이쁜아.

"몸살인데 벌써 드러누운지 삼일이나 됐어." 

이루카의 방쪽을 힐끗 본 야마토가 혀를 끌끌 찼다. 우미노 이루카는 평소에는 엄청 건강한데 한번 아프면 제대로 앓는 편이었다. 자잘하게 잔병치레는 하지 않았지만 아프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아파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많이 샀다. 건강하게 잘 웃던 애가 식은 땀 흘리며 낑낑대면 그렇게 안쓰러워 보이고 그랬다. 그렇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며칠 내내 누워만 있다가 어느순간 지옥에서 귀환한 것 마냥 스윽 일어나는 것이다. 

"많이 아파?"
"어제 매니저랑 병원도 갔다왔다는데 점점 더 심해져서 아무래도 또 가봐야 될 것 같어."

이번엔 유독 더 잘 안 낫네, 야마토는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부엌으로 사라졌다. 
야마토의 말에 카카시는 몸살에 앓고 있을 이루카가 매우 걱정이 됐다. 그 이쁜게 이번엔 또 얼마나 아프길래. 그래도 가끔 문자라도 보내고 곧잘 전화도 하더니, 소식이 없었던게 아파서 그런거였구나. 당장에라도 달려 들어가서 애 얼굴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된다. 뭔가 찔리는 구석 많은 그는 지금은 도저히 제 예쁜이 얼굴 볼 자신이 없었다. 
그는 대신 꽉 닫힌 시라누이 겐마의 방쪽을 바라보았다. 보통 나무 문이 지금같아서는 무슨 악마의 헬게이트 같아 보였다. 하지만 저길 뚫고 지나가 시라누이 겐마에 대한 의문을 풀어 내야 이루카의 얼굴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미노 이루카는 제가 저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나이의 순정이라는게 그렇다. 그렇게 스스로를 쇄뇌시키니 겐마의 방문을 두드리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만도 아니었다. 

"얘기 좀 하자."

겐마의 방에는 파스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는 순간 흠칫했다. 파스 껍데기가 책상에 돌아다니는 걸 봤다. 저걸 어디에다 붙였을까. 설마 허리에다 붙였을까. 정말로 그랬을 것 같고, 진심 무서운 생각이 든다. 

"뭐야."

돌아보는 시라누이 겐마의 표정이 완전 썩었다. 저에게 어떤 일로 감정이 상한게 분명한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제가 시라누이 겐마의 감정을 상하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단 말이다..... 아 진짜. 정말 시라누이 겐마인가? 이야기 좀 하자고 먼저 들어오긴 했는데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가 막막했다. 아니 사실 할말은 명명백백 한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야... 많이 아프냐?"

사실 책상 사무 의자에 앉아 있는 겐마의 안색은 정말 파리해서 물어볼 필요도 없이 되게 많이 아파보였다. 아까도 부엌에서 한번 봤지만, 찔리는게 있는 그가 봤을 때는 참 사람 미치고 환장하게 만드는 그런 안색이었다. 

"존나 아픈데."
"...."

아 그래 많이 아프구나.....말 안해도 안다. 평소라면 택도 없는 일인데 거기서 차마 뭐라고 받아치지 못했다. 사스케와 야마토는 아니고, 우미노 이루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루카는 며칠 내내 아파서 방에만 누워있었대고....그는 관자놀이께로 급격히 밀려오는 두통을 느껴야했다. 아무리 봐도 남은 건 이 자식 밖에 없다. 갑자기 이유없이 딱잘라 대하는 태도도, 갑자기 아픈 몸도. 파란색 두건이 없어진 걸 보면 기억이 없는 동안 시라누이 겐마를 만났다는 것도 분명한 일일테지. 

"야...."

모든 것이 시라누이 겐마를 가리키고 있었다. 겐마를 불렀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는 한참으을망설였다. 하지만 소심하고는 거리가 먼 그 성격에 계속 입을 다물고 서 있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직접 듣지 않으면 아무리 정황이 시라누이 겐마라고 짚어줘도 납득 못할 것 같았다. 

"오늘 새벽에....그러니까......"
"......" 

오늘 새벽이라는 말에 반응한 시라누이 겐마의 눈빛이 변했다. 언뜻언뜻 혐오를 품은, 천하의 몹쓸 놈을 보는 것 같은 딱 그런 눈빛. 새벽에 나랑 무슨 짓 한게 정녕 너가 맞는 것이냐. 점점 자신감은 나락으로 처박히고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결론이 사실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졸도할 것 같은 것을 참고 그는 간신히 다시 말을 이었다. 

"....저....아.....그러니까.....혹시 내가 무슨 짓 했냐....?"
"......"

시라누이 겐마는 답이 없었다. 그저 뭔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쏘아 볼 뿐이었다. 

".....내가 뭐 잘못했어?"
"너 지금 나한테 묻는거냐?"
"....."

날씨도 맑은데 어디서 벼락이치나. 이제는 눈 앞이 노래졌다 파래졌다 한다. 시라누이 겐마는 그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카카시는 귀신에 홀린 듯 그 방을 빠져나왔다. 

'진짜냐....'

그에게 시라누이 겐마의 행동이며 말은 어떻게 해석 하든 새벽에 일어났던 일을 긍정하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꿈도 잘 안꾸는데 왠 개꿈이 현실이 되었다. 
이제 저는 한 순간의 실수에 졸지에 우정도 잃고 사랑도 잃게 생겼다. 요번에 우미노 이루카를 강간해서라도 무조건 제껄로 만들어버려야겠다 생각했던 건 이미 물거품이 되어 멀리멀리 사라졌다. 아무리 술을 쳐 마셨어도 그렇지 제 아랫도리가 이렇게 분별 없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겐마의 싸늘했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나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앞으로는 그 새끼 얼굴 볼때마다 이렇게 주눅이 들것이다. 도대체 이제부터 제가 무슨 낯으로 친구 얼굴을 본단 말인가. 시라누이 겐마와의 우정은 이제 회복되기 어려울 것만 같았다. 아, 진짜...누가 제발 좀 이건 현실이 아니라고 당장 말해. 

"난 쟤네 사이가 저렇게 각별한 줄 미처 몰랐지."
"나두요."

그날부터 하타케 카카시는 자진해서 몸이 불편한 시라누이 겐마의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겐마에게 물을 떠다 바치는 카카시를 숙소에 들른 매니저와 코디가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그는 벌써 이틀 째 시라누이 겐마 뒤만 졸졸 쫓아 다니는 중이었다.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좋아서 하는 짓도 아니고 카카시는 카카시 나름대로의 심각한 사정이 있는 것이었다. 

"약먹어라."

물과 함께 내민 것은 근육통 약이었다. 사실 시라누이 겐마가 거동을 못할 정도로 아픈 건 절대 아니었다. 하루 지나니까 얼굴 색도 멀쩡해 졌고 제대로 걸었다. 아픈데가 없었다. 그래도 하타케 카카시는 고심 끝에 사온 근육통 약을 모두 먹여야 겠다고 생각해서 식후만 되면 시라누이 겐마에게 알약을 들이밀었다.

"안 먹어."
"야 그래도 먹지..."
"아 안 먹어도 된다고. 왜 안하던 짓을 하고 지랄이야."

시라누이 겐마가 다 나았다는 건 카카시도 알았다. 그런데 마음이 불편해서 그랬다. 그러니까 이건 시라누이 겐마하고는 전혀 상관 없이 그가 제 나름대로 죄값을 치르는 중인 것이었다. 
그날 하루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이깟 실수 때문에 시라누이 겐마에게 목이 매인다던지 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그건 시라누이 겐마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 일에 관하서 함구하는 시라누이 겐마는 아무래도 그냥 모르는 척 덮고 넘어가려는 것 같았다. 명백한 실수였으며, 저도 그렇고 겐마도 그렇고 이게 누구한테 말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거기다 새벽 일은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니까 겐마는 니가 잘못한 건 아냐며 한숨을 탁 쉬고 말았다. 너는 앞으로 술은 입에 대지도 말아라, 하는 말도 덧붙였다. 알았다고 답했다. 다신 안마신다고. 그게 끝이었다. 시라누이 겐마는 후로도 시종일관 틱틱댔지만 냉랭하거나 하는 태도는 접었다. 
전에는 정말 몰랐는데 제 친구는 참 마음이 넓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대로 조용히 묻힐 것 같았다. 좋은 친구를 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심 대놓고 주먹질이라도 해줬으면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야 좀 덜 미안할 것 같으니까. 

"야 ,제발 먹어라."
"아씨 너 왜 이렇게 알짱대?"

카카시가 너무 안절부절 못하니까 겐마는 짜증을 냈다. 몰라서 묻냐 새꺄. 카카시는 이 말을 목구멍으로 간신히 삼켰다. 하지만 십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만약 저가 시라누이 겐마한테 그런 꼴을 당했다면 이렇게는 안끝난다. 코노하 ENT를 절단내는 한이 있어도 죽여버린다. 실수라고 생각해도 너무 끔찍한 사건이었다. 물론 그날의 기억이 전혀 없는 그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짜증이 불 같이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시라누이 겐마가 꽤 참아 주고 있는 거란 생각에 저도 꾹꾹 참았다. 
그날 무슨일인지 5대가 소속 연예인들을 소집했다. 그 여자 속셈은 빤하다. 회식이니 뭐니 해서 술을 마시고 싶은 것이다. 카카시는 혀를 찼다. 내가 평생 술따위 마시나봐라. 

"이제 가야되는데 이루카는 뭐하냐? 준비 안됐어?"

메인 매니저인 코테츠가 우미노 이루카를 찾았다. 이루카의 방 근처에 있었던 사스케가 슬쩍 가서 안을 들여다 보고는 답을 했다. 

"지금 옷입어."
"아직도?"
"어. 야마토가 도와주고 있어."

우미노 이루카는 정말이지 몸살을 독하게도 앓았다. 그가 시라누이 겐마한테 신경쓰느라 머리가 빠개지고 있던 중간에도 계속 아팠다. 그는 매우 상심했다. 겐마한테 붙어 다니느라 이루카의 일에 소홀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런 사태가 발생할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그래도 카카시는 문득 문득 제 예쁜이 생각이 나면 주머니에 넣어둔 토끼핀이나 손에 한번 꾹 쥐고 그랬다. 설마 제 팔자에 이런 지지리 궁상을 떨게 될 줄은 저도 몰랐다. 

"저래서 어떻게 데리고가냐. 원래 저 정도로 심하게 앓았었나?"
"이번에 유독 심해. 요즘에 감기가 독하다잖어. 일단 오대한테 얼굴이나 보여주고 병원 데려가야지.”
"그래도 나을 때가 지난 것 같은데. 이번엔 가서 링겔 좀 맞춰."

보약이라도 한재 지어 먹여야겠다며 걱정을 쏟아 놓는 코테츠와 이즈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반쯤 열린 우미노 이루카의 방 쪽을 보았다. 예쁜아.....시라누이 겐마랑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단단하게 씌인 콩깍지는 여전했다. 예쁜이는 여전히 예쁘고, 확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것도 변하지 않았다. 게다 죽도록 아프다니까 가서 얼굴 한번 쓸어 주고 싶고 그랬다. 
그런데 시라누이 겐마에게 뿐만이 아니고 예쁜이에게까지 쓸데없는 죄책감이 생겨난 것이 문제였다. 시라누이 겐마하고 있었던 일이랑 우미노 이루카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시라누이 겐마한테 몹쓸 짓 해놓고 모르는 척 이루카한테 가서 헤헤대는 것은 병신 같았다. 죽어도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하타케 카카시는 나름대로 뒷수습 한답시고 시라누이 겐마 뒤꽁무니나 쫓아 다닐 수 밖엔 없었던 것이었다. 

"준비 됐으면 얼른들 내려와."

야마토가 이루카를 부축해서 데리고 나오는데, 그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야마토가 무슨 시체 치우고 있는 줄 알았다. 얼굴은 핼쓱하고 건강해보이던 피부색은 창백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왜 그렇게 아파, 응? 거기다 야마토한테 거의 안기다시피 하는 걸 보니까 더 울컥했다. 그런 일만 없었으면 지금 자신만만하게 우미노 이루카를 옆에 끼고 있는 것은 저일 것이 아닌가.(아마도) 

"아, 나 방에 핸드폰 두고 왔다. 이루카 너 여기 잠깐 기대 서 있어."
"응..." 

야마토는 이루카를 현관 복도 근처에 기대 세워 놓고는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근처에 남은 것은 이루카와 카카시 둘 뿐이었다. 그 날 이후로 처음 둘만 남은 것 같았다. 따져 보면 카카시가 숙소로 돌아온지 이제 고작 이 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의식적으로 이루카를 피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카카시가 활동이 한창일 때라 많이 바빴다. 스케쥴을 끝내고 숙소로 오면 오밤중이고, 또 이루카는 아프다고 방 밖으로 잘 안나왔다. 조금 시간이 날라치면 시라누이 겐마한테 가 있었으니까 볼 짬이 없었다. 
보고 싶었는데 막상 둘만 남으니까 고개를 슥 돌려버린 카카시를 이루카는 바라보고 있었다. 막말로 이루카는 아무것도 모르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분위기가 어색했다. 정작 무슨 일이 있었던 시라누이 겐마하고도 이렇게까지 어색하진 않았다. 카카시는 이게 다 제가 괜히 찔려서 그렇게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말하는 남자의 순정이라는 거 말이다. 
무슨 말을 해야할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딱히 할말도 찾지 못했다. 일단 피하고 보자고 카카시는 신발을 챙겨 신었다. 그런데 옷자락 끝이 뒤로 끌려갔다. 뒤돌아 보면 이루카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카카시의 셔츠를 잡고 있었다.
 
"카카시씨..."

이루카는 감기 때문에 눈가며 양 볼이며 귀가 빨갰다. 조금은 빠르고 무거운 숨을 쉬었다. 곧 바스라질 것처럼 서 있는걸 보니 꽉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는 못하고 카카시는 괜히 흠흠 마른 목을 다듬었다. 

"왜."
"저기요...."

이루카는 할 말이 있는 것 처럼 굴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뭔가 카카시의 눈치를 보며 그가 뭐라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 둔한 사내는 그것도 모르고 주머니에 손을 꽃아 넣고 멀뚱히 이루카를 보고 있을 뿐이다. 그의 주머니 안에서는 여전히 분홍 토끼핀이 만져졌다. 아래에서 빨리 내려오라고 독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거의 동시에 얼른가자, 소리치면서 야마토가 후다닥 뛰어나왔다.

"아픈 거 얼른 나아."
"카카시씨...."

그는 주머니에 있던 손을 빼서 슬그머니 이루카의 손을 떼어 놓았다. 야마토가 이루카의 옆에 붙어 선 것이 천불이 날것처럼 거슬렸지만 애써 모르는 척 놔두었다. 왠일인지 이루카의 표정이 매우 구슬프게 구겨졌는데도 이미 이루카를 뒤로한 카카시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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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date>2016-06-18T11:33:43+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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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publisher>WOX</dc: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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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rdf:about="https://whitedwarf.web.wox.cc/novel/entry42.html">
		<link>https://whitedwarf.web.wox.cc/novel/entry42.html</link>
		
				
		<title>인어공주 1</title>

		<description>
※ 연예계 카카이루 주의

사무실 왔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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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 연예계 카카이루 주의

사무실 왔다갔다 하기 귀찮다고 소속사에 사옥에 딸린 오피스텔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코노하 ENT 소속 연예인들.
카카시, 이루카, 겐마, 야마토, 사스케
원래는 오래전에 쓴 시리즈물이었으나 카카이루만 일단 정리했습니다.

가벼운 오해에 얽힌 이야기



1. 

눈이 금방 떠졌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미간을 좁히며 벽시계를 보니 오전 열한시가 조금 넘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느낌으로는 좀 더 오래 잔 것 같은데....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막 자다 깬 것 같지 않은 가벼움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몸을 짓누르고 있던 피곤과 피로는 어디론가 싹 사라져 버리고 없는 것 같았다.
어제는 음악방송 첫 1위 축하 뒷풀이가 있었다. 저한테 1위 쯤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지만 서도, 그래도 또 막상 무대에서 제 이름이 불리니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더라.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야, 적당히 마셔. 옆에서 누가 뭐라 건 간에 간만에 넘기는 술은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정말 말 그대로 소주에 꿀이라도 한 사발 타 놓은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초반부터 평소 주량을 훌쩍 넘겼다. 술에 취해 남 앞에서 헤롱헤롱 대는 건 꼴불견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제만은 예외였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해버리는 성격에도 과연 첫 앨범의 첫 1위는 특별했던 것이다. 

'간만에 잘잤네...'

분명 술을 진탕 마셨는데 머리 하나 안 아팠다. 굳이 따지자면 뭔가 해장을 제대로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제 마신 게 술이 아니고 물이었는가 보다. 그는 아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섰다. 고개를 양 옆으로 한번씩 꺽었다가 오른쪽 어깨를 앞뒤로 빙빙 돌렸다. 상태 나이스. 옆구리가 살짝 아프긴 한데 뭐 괜찮았다. 새삼 제 튼튼한 몸에 감탄이 든다. 1위 한번 해보자고 왠갖 스케쥴에 치여 혹사 당한데다, 아무리 술이 센 편이라도 그렇게 작정을 하고 마셔댔는데 되려 건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희한하게도 몸 뿐만 아니라 머리도 아주 상쾌한 기분이니 요상한 일이었다. 
뭐, 어쨌든 상태가 나빠진 것도 아니고 멀쩡하니 뭐든 좋다. 
어제 밤 늦게까지 그렇게 뭘 처먹었는데 그새 소화가 다 된 모양인지 허기가 졌다. 나가서 뭐라도 먼저 먹어야겠다. 그 전에 바닥에 난장판으로 널부러진 시트를 집어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방이 좀 너저분했다. 아무래도 취해서 진상을 부리고 잔 모양이었다. 그런데.

"....?"

그는 손에 쥔 시트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왠 검붉은 얼룩이 흰 시트와 대비되어 시선을 끌었다. 얼룩을 손톱으로 긁어보니 딱딱하게 굳어서 메말라 있었다. 시트를 털어 보면 그런게 한 군데만 있는게 아니고 군데군데 있었다. 어느 부분에 가서는 짓뭉개져서 꽤 큰 얼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실 그 모양새가 꽤 호러였다. 제 착각이 아니라면 뻘건 핏자국이 분명했다. 설마 자다가 코피를 흘렸나. 코 밑을 더듬으며 잠시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일단 얼굴에 코피 자국이 없었고, 또 핏자국 사이사이에 있던 뭔가 다른 것 때문에.
그런데 이게 좀 많이 당혹스럽다. 허옇게 늘러 붙어 얼룩덜룩한 것이, 이건 아무리 봐도 정액같았다. 핏자국에 섞여 있었지만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거기다 설마라고 생각해보려해도 희미하고도 분명하게 올라오는 밤꽃 냄새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다급히 어제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건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가 어제 밤에 뭘했지?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지만 사실 뭘 더 생각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흰 얼굴 색이 더욱 창백하게 질렸다. 

"씨발."

생각이고 자시고, 일단 집에 와서 뭘 했는지 기억이 아예 없었으니까. 
그는 본능적으로 먼저 제 몸부터 이곳 저곳 살폈다. 침대 시트 위에서 핏물과 정액이 발견됐는데 한가지 밖에 더 있겠는가. 다행히 제가 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든 당하는 건 스스로 용납도 못 할뿐더러 당하면 죽을 정도로 아프다던데, 상처도 없고 뒷구멍이 아프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이 숙소에서 저를 덮칠 만한 간 큰 놈은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안도의 숨을 내쉰 것도 잠시, 그럼 이것이 제가 다른 놈을 덮쳤다는 소리가 된다는 사실에 낭패했다. 당했든 덮쳤든 엄청 재미 없는 상황이다. 누구지.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기억이 하나도 안났다. 
이렇게 되고 보니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론 그제서야 수긍이 갔다. 어쩐지 몸이 개운하다고 느꼈던 게 이거였구나. 아침에 일어나면 묵직하게 아랫배를 누르던 나른한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아 씹...." 

새벽에 깼을 때 종종 그런다. 요즘에 바쁘다고 계속 숙소를 비워서 이루카 얼굴 한번 볼 새도 없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반쯤 어정쩡하게 선 걸 보면 성질 급한 그는 아주 머리 끝에서 열이 뻗쳤다. 먼 숙소까지 가서 우미노 이루카을 잡아 올 수도 없고, 야한 잡지도 없고, 다른 걸 찾기도 귀찮아서 그냥 혼자 적당히 뽑아 버리고 그랬다. 그런데 것도 한두 번이지 슬그머니 짜증이 올라오려던 참이었다. 어금니를 빡 갈고서, 돌아가면 당장에 우미노 이루카부터 어떻게 확 해버려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었었다. 마냥 애 같아서 놔뒀더니 더 이상은 내가 안되겠다. 
….
분명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건 아닌데.
욕불 겸 술김에 떡친 건 둘째 치더라도 상대가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 난다는게 문제였다. 그는 쥔 시트를 신경질적으로 펄럭 들췄다. 누가 봐도 분명한 정사의 흔적이 밝은 햇빛아래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젠 당혹감 보다도 짜증이 확 일었다. 하지만 여기서 초조해 하면 될 밥도 안된다는 것은 알았다. 시트를 방구석에 박아 놓고 책상 의자에 앉아 찬찬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어제 밤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그래, 일단 다른 건 다 제쳐 놓고서라도 어느 놈 붙잡고 떡을 쳤는지는 알아야겠다. 분명 숙소 인간들 중 하나일테고......

"짜증나게....."

하지만 그게 생각한다고 순순히 생각날리가 없고.
오른쪽 다리를 달달 떨다가 하릴 없이 방구석을 몇번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엔 방문을 벌컥 열었다. 갈증이 확 났다. 생각 안나는 거 생각한다고 박혀 있어 봤자 해결 안난다. 누구든 마주치면 뭔가 반응을 보여줄 것이다. 옛말에 복잡한 일일 수록 단순하게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나.  
공교롭게도 나오자 마자 거실에서 사람을 마주쳤다. 그것도 두사람이나. 야마토는 늘어져서 TV를 보고 있고, 사스케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는 바짝 긴장했다. 혹시 저 중에...? 그는 눈빛을 날카롭게 세우고 거실로 나왔다. 두 사람은 카카시를 보고서는 각자 한마디씩 던졌다. 

"새벽에 늦게 들어왔다던데 일찍 일어났네."
"...어어."
"일등한 거 축하합니다 형님"
"나도."
"아...어. 그래. 땡큐."

그러고선 둘은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제 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후. 평소와 다름 없는 반응에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 비슷한게 나왔다. 예상외로 누군지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금만 봐도 저 둘은 아니다. 당했다면 저렇게 속 편한 소리 하며 앉아 있지는 않겠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입에 들이 부었다. 
남은 것은 시라누이 겐마와 우미노 이루카였다. 그래도 그는 꽤 한숨을 돌렸다. 아무래도 우미노 이루카인 것 같았다. 사람이라는게 저 좋은 쪽으로 해석하기 마련인데, 우미노 이루카한테 마음이 있는 그는 그래도 역시 우미노 이루카가 가장 유력하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게다가 시라누이 겐마만은 실수로도 아닐게 분명했다. 겐마가 순순히 당할 만큼 만만한 놈이 아니고, 설마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기로서니 제가 십년지기 친구 뒷구멍을 뚫었을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우미노 이루카다. 그렇지, 또 누가 있겠나. 우미노 이루카 밖에 없다. 
이렇게 여기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도 이루카는 내가 저를 좋아하는지 몰랐을 건데 많이 놀랐겠다. 거기다 아무래도 억지로 강간을 한 것 같아서 좀 걸렸다. 최대한 곱게 곱게 다뤄주고 싶어서 참았던 건데. 당장 가서 싹싹빌고 이참에 사귀자고 고백하면서 잘 구슬리자. 설득하기 힘들겠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 좋게 좋게.....
쾅-
뒤에서 갑자기 들린 큰 소리에 마시던 물이 목에 걸렸다. 켁켁 기침을 하고 돌아보는데 어느샌가 방에서 나온 시라누이 겐마가 카카시를 노려보고 있었다. 

"개새끼야. 시끄럽게...."
"시끄럽냐?"
"뭐?"
"짐승새끼."

헉소리 날 정도로 싸늘한 얼굴에 싸늘한 말투였다. 식은 눈이 꽤 매서웠다. 짐승이라는 소리도 태어나서 처음들어봤다. 그것도 그냥 짐승도 아니고 짐승새끼. 발끈해서 뭐라고 욕을 한사발 퍼부으려고 했는데 겐마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그는 금방 눈치챘다. 

"....너 어디 아프냐?"

눈빛에만 퍼런끼가 있는 줄 알았더니 얼굴에도 퍼런끼가 돌았다. 안색이 참 나빠보였다. 덕분에 나오려던 말을 물이랑 같이 목구멍으로 꿀꺽 삼켰다. 기억 안나는 사이 뭔가 한 짓이 있는 그로서는 시라누이 겐마가 갑자기 저한테 이상하게 구니까 조금이 아니고 많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야...."

저새끼가 왜저러나 싶어서 물어보려는데 겐마는 말할 틈도 안주고 휙 돌아서 제 방쪽으로 걸어가버렸다. 

"야!"

불러도 대꾸는 커녕 돌아보지도 않는다. 근데 그 걸음걸이라는게 또 좀 이상했다. 제대로 못걷고 좀 어정쩡하게 걸었다. 중간에 멈춰서서 허리를 한번 짚었을 때는 왠일인지 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또 쾅. 시라누이 겐마의 방 문이 거칠게 닫혔다. 저 새끼가 지금 저 보라고 저러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레 야마토에게 물었다. 

"저 새끼 왜 저래...?"
"겐마형님? 겐마형 오늘 아침부터 저렇게 기분 안좋았는데."
"왜 저렇게 병신같이 걸어?"
"글쎄. 어디 다쳤나?"

근데 하필 지금 저런 반응은 좀 위험한거 아닐까. 덜컥,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상상을 했다. 

"다쳤다고?"
"몰라. 물어봐도 안가르쳐 줘서."
"언제부터?"
"어제 밤까지 멀쩡했는데 아침 되니까 갑자기."

야마토에게 꼬치꼬치 캐묻다가, 그 간단간단 하면서도 명료한 대답에 그는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기억은 안나지만 시라누이 겐마은 절대로 아닐건데...? 안색이 나쁜 건 뭐 감기 같은게 걸렸거나 기분이 나빠서 그런 걸 수도 있고, 허리가 아픈건 때마침 무거운 걸 들다 삐끗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자꾸 짐승이라고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시라누이 겐마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제가 짐승 소리를 듣게 된 건지 모른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겐마랑은 실실 웃으면서 농담도 치고 그랬다. 

"왜, 왜 갑자기?"

그는 병신 처럼 말까지 더듬었다. 하지만 관심이 온통 TV로 쏠린 야마토는 그거야 나도 모르지 시큰둥한 대답만 돌려줄 뿐이었다. 
맞다.....!
그때 뭔가가 머리를 싹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지체 없이 제 방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게 어디있지? 어디다 뒀지? 그리고선 어제 입었었던 옷가지들을 미친듯이 뒤졌다.

1차로 고깃집에서의 술자리가 끝나갈 때쯤, 가게 안은 2차는 어디로 갈까 시끌벅적한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카카시도 어딜 가든 끝까지 달려 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라 그 사이에 끼어서 몇 마디 하고 있었다. 고깃집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그의 핸드폰이 드르르륵 우렁차게 진동했던 것은 그 즈음이었다. 주변이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핸드폰은 제 주장을 제대로 했다. 주인 닮아서 힘도 더럽게 좋아. 발신자 표시에 시라누이 겐마의 이름이 깜박였다. 이때도 술을 상당히 마신 상태긴 했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정도는 아니었다. 

-1위 한 거 존나 배 아파서 전화했다.
"지랄한다."

십년 세월을 알고 지내니 이게 생활이고 이게 우정이다. 시라누이 겐마는 카카시에게 잘나가서 좋겠다느니 어쩌느니 그런 소리를 해 댔다. 말투는 연신 틱틱대고 있었지만 기분 상하지 않고 대충대충 대꾸해 줄 수 있는 것은, 원래 이런게 겐마식 축하 방식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축하한다는 말 한번 환장하게 길게 한다. 그래도 일부러 전화까지 하다니 겐마깐에는 1위 한 거를 꽤나 생각해 주고 있는 거였다. 

-근데 새꺄 일등 했으면 당장 이 형님한테 보고를 해야지 술부터 퍼 마시고 있냐?
"닥쳐. tv에서 봤음 됐지."

어찌됐든 저 생각해서 전화까지 해주다니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다른 새끼들은 뭐하고 자빠져있는 건지 연락 한 통 없는데 그래도 친구라고 먼저 전화 걸어온거다. 

-하여간 싸가지는 어디다 밥말아 먹었는지....
"너한테 들을 얘긴 아닌 듯."

근데 고맙긴 한데 지금은 때가 좀 별로인 것 같았다. 그는 통화를 오래 이어나가기엔 머리가 좀 알딸딸했다. 또 일단 지금은 술 좀 더 마셔야 될 것 같으니까 대충 끊고 나중에.....그런데 갑자기 시라누이 겐마가 대뜸 너 내 선물은 샀냐고 물어봤다.

"뭐야 그게."
-야아- 이자식 썩은 인간성 진작에 알아봤지만 이젠 친구고 뭐고 안 보이냐? 
"내가 왜 니 선물을 사는데?"

물론 그 와중에도 또 한잔 두잔. 그런 카카시를 보고 야, 이 자식 오늘 술집 술은 다 거덜 내고 갈 생각인가 보다. 옆에서는 이런 소리도 들리고. 

-임마. 너는 십년지기 친구 생일도 모르냐?
"....생일이라고?"
 
말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슬슬 안 돌아가는 머리로 날짜를 셌다. 시간이 좀 걸리는 걸 보니 취하긴 취했다. 그런데 겐마 말이 맞았다. 그제서야 아차 하고 겐마 생일이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원래 날짜를 잘 세는 편이 아니었고, 얼마 전에 매니저가 말해줬던 것도 까먹고 있었다. 요 며칠 너무 바빴다. 
겐마는 낄낄 웃으며 몇 마디 더 하더니 맨 마지막에 가서야 일등 축하한다 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그게 참 시라누이 겐마 다웠다. 겐마는 원래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 못해서 대화 패턴이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새 채워져 있던 잔을 들었다. 오늘이 시라누이 겐마 생일이라고.......사실 끼리끼리 논다고 겐마고 저고 남 생일 챙기고 이런 데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더욱이 둘 다 간지런 소리는 잘 못하니까 친구 생일이랍시고 계집애 마냥 생일 축하해~이런 말을 해주거나 그런 건 없었다. 그냥 때 되서 야 누구 생일이란다 이러면 백화점 상품권 같은 것 하나 던져주고, 이렇게 바쁘면 슬쩍 거르기도 하고. 막말로 기집애들도 아니니까. 
그러니 시라누이 겐마가 생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정말로 선물을 바래서나, 섭섭해서가 아니고 장난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평소 같았으면 다음 생일에 챙겨주자 생각했거나, 나중에 시간 날때 밥이나 사자, 그래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그는 아주 기분이 좋고, 누구보다 마음이 풍족한 상태였다. 사람이 이렇게 풍족해지면 없던 아량도 생기고, 사소한 것에 신경쓰게 되고, 베풀게 되고 다 그런거다. 술에 취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2차가 끝났을 때 즘엔 이미 밤 열두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3차까지는 기본으로 가야한다고 가게를 나오는데 때마침 길거리 노점상이 있었다. 야야 너 어디가, 옆에 있던 사람들이 붙잡는데도 비틀비틀 그 앞에 가서 섰다. 국적 불명의 깜둥이가 두건이며 여러가지 악세사리를 놓고 팔았다. 

".....야.....이거. 이거 줘."
 
그는 거기서 대충 손에 잡히는 걸 골랐다. 그가 손에 든 것은 파란색 두건이었다. 사실 이때 그는 너무 많이 취한 상태였다. 그래도 그때까지 시라누이 겐마의 생일이라는 것은 안 놓치고 기억을 하고 있었다. 길에서 파는 싸구려는 절대 안하는 겐마인데 그때는 무조건 뭐라도 안겨줘야지, 그렇게 생각했었다. 봐라, 저를 걱정해 주는 건 역시 친구뿐 아닌가. 고맙다 친구여. 미안했다 친구여. 그래도 사나이 가는 길에는 친구밖에 없다. 

갑자기 예전엔 없었던 것 같았던 우정이 막 샘솟았다. 일 하느라 바쁘고 우미노 이루카 구슬려 잡아 먹을 생각만했지 정작 십년지기 친구는 너무 소홀히 했다. 그래, 이거 주면 엄청 좋아할거야. 사랑따우.....이루카 고 년은 이 오빠가 저를 얼마나 생각해주는지도 모르고 축하한단 문자 한통 없는데. 

"이쁜아아......."

근데 또 이루카를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너무 이쁜 우미노 이루카의 얼굴이 보고싶어졌다. 한번 보고 두번 봐도 또 보고 싶은 우리 이루카, 우리 이쁜이. 그래 이쁜이 한테도 뭐 하나 사다줘야지. 괘씸하지만 오늘은 오빠가, 어? 일등했으니까 봐준다. 너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 오빠가 마음이 좀 캡 넓다......

"끄윽....."

휘청이는 그의 시선을 사로 잡았던 것은 잘 진열해 둔 플라스틱 머리핀이었다. 여러가지가 많았다. 강아지모양, 토끼모양, 딸기모양, 사과모양.......그는 거기 주저 앉아서 한참을 고민했다.

"야아....하타케 카카시!! 얼른 가자고오!!"
"아 기달려보라고오!!"

옆에서 사람들이 잡아 끄는데도 힘으로 확 뿌리치고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 이쁜이 한테는 뭐가 어울릴까. 이쁜이니까 뭐든 다 잘어울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제 눈에는 아무리 봐도 이루카는 강아지새끼 아니면 토끼새끼로 밖에는 안보였으니까 결국 플라스틱 분홍 토끼를 골랐다. 토끼핀을 손바닥 안에 넣고 꽉 쥐었다. 머리에 꽃아주면 졸라 예쁘겠다. 

"잔돈은 필요 없다....."

어설픈 한국말로 만이천원이라고 말하는 흑인에게 무슨 택시기사 팁주는 것 마냥 집히는 대로 삼만원을 던져 놓고 일어났다. 그는 한 쪽 주머니에는 파란색 두건을, 또 다른 반대쪽 주머니에는 분홍색 토끼핀을 넣었다. 마음이 아주 든든하고 뿌듯했다. 
그 후로도 사람들 끌고 또 가라오케로 삼차를 가고 미친 듯이 제 노래 부르다가 양주도 마시고 했다. 원래 필름이 잘 끊기는 편이 아니니까 그렇게 마셔도 숙소까지 어느 매니저가 데려다 주었는지도 기억이 났다. 비틀거리며 현관을 따고 숙소에 들어 왔을 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계를 봤는데 심지어 시간도 기억났다. 새벽 세시 삼십 오분. 이새끼들이 벌써 다 쳐자나,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딱 기억이 끊긴 시점이 바로 여기였다. 아무리 기억을 곱씹어 봐도 이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났다. 무슨 가위로 잘라놓은 것 마냥 싹둑.
오른쪽 자켓 주머니에서 이루카에게 주려고 샀던 토끼핀이 나왔다. 말짱한 정신에 보니 왜 사내새끼 선물로 토끼핀을 산 건지 이해는 안됐지만 어쨌든 이루카에게 주려고 산거였다. 그런데 파란색 두건이 없었다. 계속 설마 설마 하면서 아무리 뒤져도 안나왔다.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우미노 이루카거는 있는데 왜 시라누이 겐마 것만 없냐고. 
그는 망연자실 했다. 그렇다면 제가 집에 들어와서 시라누이 겐마를 만났단 말인가. 우미노 이루카을 만난게 아니고? 그럼 겐마한테 두건 주고 나 뭐했는데? 시라누이 겐마 그 새낀 왜 또 오늘따라 안색이 나쁘고 잘 못걷고 허리가 아픈데? 왜 날 그렇게 쳐 죽일 새끼인 것 마냥 노려보는데? 갑자기 오한이 들면서 구역질이 났다. 머리가 해머로 맞은 것 처럼 딩-하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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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date>2016-06-18T11:22:32+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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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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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도 지나가고 꽤 따뜻한 주말 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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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도 지나가고 꽤 따뜻한 주말 오전이었다. 임무가 들어있지 않아서 카카시는 전날 저녁부터 이루카의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함께 주말을 맞는 것은 처음이라 이루카는 내내 긴장 반 설렘 반이었다. 같은 침대에서 일어나고 조금 늦은 아침을 먹으니 마치 같이 사는 사람들 같았다. 주방정리를 마치고 거실 쪽을 힐끗 바라보면 카카시가 소파 팔걸이에 반쯤 기대 누워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다. 그 느긋한 광경에 가슴이 뛰었다. 이루카는 그런 소소한 부분에서 커다란 행복을 느꼈다. 
이루카는 조금 쭈뼛거리면서 카카시의 발이 뻗어 있는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TV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신경이 옆 쪽으로 쏠리는건 불가항력이었다. 카카시를 정면으로 보는 것이 자신이 없어서 그만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훔쳐보는 듯한 비굴한 시선이 된다. 물론 카카시는 너무 빤히 보이는 이루카의 그런 태도가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말 화라도 낸다면 작은 초식동물처럼 저 멀리 도망가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냥 모르는 척을 했다. 안그래도 벌벌 떠는데 더 소극적으로 변해버린다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카카시의 그런 배려 아닌 배려 덕에 이루카는 마음껏 카카시의 맨얼굴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기실 이루카는 카카시가 생각하고 있는만큼 그렇게 비굴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 직장에 가면 똘똘하게 일을 잘했고, 학생이나 업무에 관한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도 있었다. (믿기지는 않지만 이루카는 나루토 때문에 카카시와도 싸운 적이 있다.) 오랫동안 홀로 외로웠고, 남자를 좋아하는 성벽 탓에 사생활에 대한 부분에서 방어가 단단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루카가 어떤 사람이든지간에 일만 잘 해주면, 대부분은 불만을 제기하기는 커녕 이루카를 아주 괜찮은 사람으로 대해 주었다. 자신이 어디까지 소극적이고 패기 없을 수 있는지 알게 된지는 얼마 안됐다. 
늦게 찾아온 첫사랑이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깊게 빠져서 몸도 마음도 죄다 뺏길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카카시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을 누구보다 놀라워했었던건 그 누구도 아닌 이루카 본인이었다. 카카시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날카로운 눈도, 오똑한 콧날도, 그 숨소리 하나까지 이루카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만일 사람이 그리운, 단순한 애정결핍 증상이었다면 그 대상이 굳이 카카시여야 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 뭔가를 잘못한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함과 불안함에 시달리면서 그 옆에 붙어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루카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카카시의 눈빛 하나, 손짓 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서면 항상 떨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보면 너무 뻔하고 당연한 것도 잘 눈치채지 못했고, 닥쳐온 상황을 유들유들하게 넘기지도 못했다.
“왜 그래?”
마음대로 보라고 가만히 있었으면서, 또 너무 열렬한 시선을 보내오니 부담스러워진 카카시가 결국 참지 못하고 책을 접었다. 
“아, 아뇨...아무것도.”
“하고 싶은 말 있었던 거 아니었어?”
말이라도 걸라치면 금새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마음에 안든다. 그래도 카카시는 인내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성질같아서는 벌써 윽박을 주거나 무시하고 다른데로 가버렸을테지만 얼굴을 붉히고 머뭇거리는 이루카가 귀엽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카카시는 어제 저녁부터 이루카가 평소와는 다른 묘한 느낌으로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괜히 카카시를 불러서 입만 벙긋거리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리기를 몇 번. 화가나서 괜히 입술을 막았다가 혀를 넣고, 졸지에 섹스까지 해버린 탓에 무슨 말인지 결국 듣지 못했다. 이루카는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카카시가 그것을 알아주니 이루카는 당연히 감동을 받았고 조금 용기가 생겼다.
“카카시씨. 시간 괜찮으세요?”
“...그러니까 집구석에 처박혀서 이러고 있지.”
“아아...그렇, 죠.”
쉽게 본론으로 나아가지 않는 대화에 갑갑함을 느끼고 그런 생각이 알게 모르게 말투나 태도에 섞여 나왔다. 카카시라고 별로 이루카를 구석에 몰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루카는 자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명색이 사귀는 사이기도 하다. 나름 용기를 냈는데 면박을 주니 이루카는 금새 또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는데? 괜찮으니까 말해.”
보다못한 카카시가 다시 이루카를 보챘다. 이번엔 꽤 다정한 투였다. 객관적으로 카카시는 살갑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성격이었지만 이루카에 관해서는 나름의 포용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이루카는 카카시의 재촉에 어물어물 하면서도 본론을 입에 댔다.
“저기, 그럼, 괜찮으시면... 같이 안나가실래요?”
고작 나가자는 얘기하기가 그렇게 힘드냐고 어이가 없으면서도, 카카시는 내심 놀랐다. 이루카가 먼저 무엇인가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었다. 거기다 그 제안이라는게 아무래도 데이트 신청 같다. 신기해서 빤히 바라보았더니 이루카의 얼굴이 화덕마냥 빨개졌다. 잠시간 침묵에 이루카는 조금 낙담을 느꼈다. 어제 오전까지 열흘이나 넘게 임무를 하고 왔는데 또 밖에 나가자는 건 별로일 수도 있겠다. 오랜만에 맞는 한가한 때인데 카카시는 집에서 편히 쉬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게 틀림 없다. 주말에 같이 외출하거나 따로 데이트란걸 해본 적 없으니까 벚꽃이라도 같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좀 그렇나. 생각해보니 남자끼리인데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인가 싶기도 하고.
“나랑 같이 있는 거 남들이 보면 질색이나 하면서 어쩌려고?”
그렇게 비꼬듯 말하는 것 치고 카카시는 왠지모르게 반가운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그것을 캐치하지 못한 이루카는 얼른 변명거리를 입에 댔다.
“날씨도 좋고, 꽃도 예쁘고....아, 별로 안내키시면 안나가도...”
카카시의 말을 듣고보니 남이 보면 곤란해질 것 같기는 했다. 물론 이루카는 카카시에게 나가자는 제안을 하기 이전에 벌써 남에게 할 변명거리를 생각해 놓고 있었다. 우연히 만나서 어쩌다 보니 차를 마시게 됐다던지, 학생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던지. 전혀 이질적인 남자 둘이 행락객들 틈에 섞여 꽃나무 아래에 서 있는 시추에이션에서는 무슨 이유를 대도 이상하게 여겨지겠지만. 그렇지, 좀 이상하지. 그래도 한번쯤 바깥공기도 쐬고 하면 좋겠는데 그건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속으로 변명을 중얼거리는 이루카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카카시 역시 자신들이 대외적으로 나다닐만한 사이가 아니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카카시는 이루카에게 가타부타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복을 입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면서 뻗어나간 머리도 차분하게 넘기고 평소에는 잘 안입는 사복도 걸쳐 입는다. 베이지색 면바지에 자연스러운 카라가 들어간 짙은 감색 카디건. 스타일이 좋은 카카시는 평범한 옷도 외국 잡지의 스트리트패션에서나 나올법하게 잘 소화해냈다. 평소라면 너무 멋있다고 넋을 빼 놓고 봤을텐데 이루카는 그럴 경황은 아니었다. 자신의 말에 짜증이라도 난 건가 싶었다. 데이트하러 나가자는 말이 그렇게 싫었나? 그래서 나가버리려고 하나? 다른 여자라도 만나려고?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드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나가자는 말 따위는 하는게 아니었다. 눈가가 시큰해지는 건 부지불식간이다.
“아, 아무것도 아니니까.. 안나가도 정말 괜찮...진짜로 괜찮은데.”
“....왜 갑자기 울려고 그래? 나가게 빨리 옷이나 입어.”
카카시는 당황한 듯, 혹은 황당하다는 듯 이루카를 보고 툭 내뱉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외출준비를 했더니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 설마 울 정도로 감격이라도 했나.

아무튼, 미적거리는 이루카를 다그쳐 옷을 입게 하고 두 사람은 첫 외출을 시도했다. 먼저 나가자고 한 사람이 이루카였으므로 카카시는 행선지를 이루카에게 맡겼다. 생각지도 않게 사복 데이트를 달성한 이루카가 향한 곳은 벚꽃이 한창인 인근 공원이었다. 물론 카카시는 고작 가자는 곳이 공원인가 싶어 김이 빠졌다. 꽃놀이 따위 뭐가 좋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벚꽃이 생각보다 예뻤고 이루카가 생각보다 더 즐거워보였기 때문에 이내 이런것도 나름 괜찮지 않느냐 싶어져서 입을 다물었다. 
오래 걷기에는 더운 날씨였다. 둘은 그늘진 벤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둘이서라면 드문드문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먼저 커피를 다 마신 카카시가 벤치에 양팔을 걸치고 이루카에 시선을 주었다. 이런 사소한 일에 울고 웃는 이루카가 아무리봐도 신기해서 쳐다본 것 뿐인데, 이루카는 빨리 마시라고 눈치주는건가 지레짐작해서 결국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바보냐?”
“...아, 으으... 괘,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가만히 있어봐. 진짜, 안그래 보이는데 되게 허당인 거 알아?”
한참을 켁켁거리고 있으면 카카시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흘린 커피며 젖은 입가를 닦기 시작했다. 등에도 손을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따듯한 손바닥이 등을 감싸자 경련은 금세 가라앉았다. 이루카는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상황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눈을 피할 곳이 어디있을까 고민하다 결국 가까운 공원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정말로 둘이 함께 있는 내내 단 한 사람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보통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보통처럼 나란히 걷고 봄 풍경에 나란히 비슷한 감상을 나누었다. 이루카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거기다 카카시는 등에 올렸던 손을 그대로 이루카의 어깨 위로 옮겨 꽉 끌어 안아주기까지 했다.
“조금 진정 됐어?”
“...네.”
누가 볼까봐 걱정을 하면서도 손을 떼내고 싶지는 않았다. 커피도 다 마셨고, 이제 슬슬 돌아갈 때인가 싶다. 아침이 늦기도 했지만 오후가 한참 지났는데 아직 점심밥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어깨에 닿는 온기가 기분이 좋아서 가자는 말을 미루고 있으면 카카시가 물었다.
“이제 어디 갈래?”
“또 어디 가요?”
“그럼 그냥 집에 가려고?”
이번엔 카카시가 이루카를 이끌 차례였다. 카카시는 당황한 이루카를 끌고 인근의 고급 식당에 데려갔다. 
“아, 이런데는 너무 비싸요.”
“별로 안비싸.”
카카시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따라 들어갔는데 역시나. 가끔씩 마시라고 주는 술의 시세만 봐도 그렇지만, 카카시는 돈을 쓰는데 브레이크가 없었다. 이루카는 모든 주문을 카카시에게 맡겼다. 이내 카카시의 취향대로 생선을 중심으로 채소와 산나물이 조화를 이룬 상이 차려졌다. 카카시는 꽤 미식가였으므로 선택된 메뉴에는 불만할 거리가 없었다. 
식사는 별 대화 없이 지나갔다. 먹는 속도를 맞춰서 거의 비슷한 때 식사를 마쳤다. 단 것을 싫어하는 카카시는 디저트로 나온 복분자단자와 연사과를 이루카에게 주었다. 카카시가 준 것이니 거절도 못하고 다 먹고 나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배가불렀다.
“걷기도 힘들 정도면서 뭐하러 그걸 다 먹어?”
“아까워서...”
“별게 다 아깝다. 배탈이라도 나면 더 고생이지.”
계산은 카카시가 했다. 물론 이루카는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이 반을 낼 심산이었다. 다음달까지 굶고 다닐 판이지만 자신도 남자니까 이런 금전적인 부분에서 부담은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카카시는 쓸데없는 생각 말라며 이루카의 말을 자르고는 먼저 척척 계산을 해버렸다. 이래도 되나 싶은데 계산을 마친 카카시는 왠지 뿌듯하다는 식으로 씩 웃으며 이루카를 데리고 가게를 나왔다. 나중에 갚겠다거나 하는 말은 분위기를 망칠까 봐 미처 하지 못했다.
높은 가격 만큼이나 긴 식사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어스름이 지기 시작한 시각이었다. 일교차가 커서 해가 지면 바람이 꽤 쌀쌀했다.
“춥진 않아?”
“아뇨...”
“추우면 춥다고 해. 가면 되니까.”
그래도 금방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함께 꽃길을 걸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고 고급스럽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까지 했다. 처음에는 잠깐 산책이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하고나니 진짜 데이트 같아서 집에 가기가 아쉬웠다. 하지만 다음 행선지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보이는 길을 따라 마냥 걸으면 근처에 괜찮은 호수가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저녁에 보는 호수는 낮의 공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두 남자가 연인들이 가득한 호숫가를 말도 없이 뚜벅뚜벅 걷기만하는 건 보기에도 참 이상했다. 그래도 이루카는 열심히 카카시를 따라 걸었다. 괜찮은 뷰를 발견하고 호숫가의 펜스에 기대 서서 잠시간 노을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찾아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커플들은 어둠을 타 끼리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이루카는 옆에선 카카시의 옆 얼굴을 보았다. 같이 있었던 것이 처음도 아닌데, 오늘따라 참 분위기가 묘하고 이상했다. 안그래도 들떴던 마음이 더 부풀어 올랐다. 
이루카는 눈치를 살피며 카카시에게 더 바짝 붙어 섰다. 카카시가 그런 이루카를 쳐다 보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지 그냥 놔두고 있었다. 하늘에는 새파란 달. 손이 닿을락 말락 스치며 온기를 전했다. 카카시는 꽤 자연스럽게 이루카의 손을 잡았다. 바짝 긴장한 이루카는 당장 호수에 잠수라도 할 것 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게 웃겼는지 카카시는 피식 웃더니 잡고 있던 이루카의 손을 그대로 자신의 가디건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긴장에 얼음장 같았던 손이 손바닥에 꽉 붙들리는 감각, 이루카는 그 뜨거움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단순히 손을 한번 잡은 것 뿐인데 세상이 뒤집힌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버리고 만다. 정말로 카카시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만다.
이루카는 연애를 해 본적이 없었지만 연애라는 건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란 자각은 가지고 있었다.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는 관계는 틀림 없이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토대로 가능한 것이다. 틀림없이 이루카는 카카시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카시가 자신을 정말 좋아해 주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늘 자신이 없었다. 애정이 어린 말이나 고백도 듣지 못했다. 조금의 호감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사귀자고 해 준 것이고, 이렇게 시간도 함께 보내고 있는 것이지만 이루카의 마음은 그런 호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컸다. 즉흥적으로 누군가를 사귀고 아무렇지 않게 금방 헤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때문에 이루카는 늘 카카시와의 관계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었고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카카시의 옆에 여자가 있어도 말도 못했고, 옆에 계속 있어도 되는지 불안했다.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 된다면, 서서히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게 꼭 절절한 사랑은 아니더라도, 옛 말에 정으로 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딱히 마음이 없어도 같이 있다보면 없던 정도 생기고 그럴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 희망이 솟아 올랐다.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그런 희망을 더욱 더 거세게 부채질 해댔다. 문득 손을 잡는 힘이 강해져서 고개를 돌리면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카카시의 시선이 이루카를 향해 있었다.
“왜....”
“....집에 갈래? 아무래도 좀 추워 보이는데.”
평소보다 조금 더 낮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밤의 한중간을 떠올리게 하고 이루카는 확 얼굴을 붉혔다. 쥔 손바닥에 금새 땀이 뱄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였다.
“어머, 카카시 아냐?”
어디서 그런 민첩함과 힘이 있었는지 이루카는 순식간에 카카시를 뿌리치고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카카시를 부른 건 아사쿠라였다.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죽 흘렀다. 혹시 손을 잡았던 것을 들켰나 싶어 이루카는 얼른 아사쿠라의 안색을 살폈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듯 그녀는 쾌활하게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아사쿠라를 신경 쓰느라 보지는 못했지만 카카시의 기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진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남자끼리 갖잖게 손잡고 있는 걸 아는 사람에게 들키면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언제나 그랬듯 이런 순간에조차 이루카의 사고는 마이너스 쪽으로 흘러갔다.
“뭐냐 너....”
“뭐긴 뭐야. 동료들이랑 간만에 밤벚꽃 보면서 술이나 마실까 하고 나왔는데...왠일로 사복이야?”
“사복도 가끔 입어. 신경 꺼.”
“그래? 그나저나 옆에 분은 누구?”
계급이 같아서 그런가? 아니면 여자라서?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다. 아사쿠라는 여전히 카카시에게 사양이 없었다. 꽃놀이를 나왔다더니, 그녀는 정규복이 아닌 아기자기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스커트 밑단에 달린 프릴이 그녀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예쁜 옷차림의 그녀를 보면서 이루카는 혹시나 왜 둘이 같이 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위아래로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목이 바싹 마르고 긴장했지만 그런 것은 내색하지 않는다. 
“아사쿠라 상닌이시죠. 중급닌자인 우미노 이루카라고 합니다.”
아사쿠라가 곧 알겠다는 듯 손뼉을 딱 쳤다.
“접수에 있는 그 선생님? 맞지? 둘이 데이트하고 있었어? 사복 입고 있으니까 누군지 몰라 보겠다.”
아사쿠라는 꽤 상세히 이루카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듯한 투였다. 두 사람은 대화도 제대로 해 보지 않은 사이라 그건 상당히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귀에 박혀 온 데이트라는 단어 때문에 이루카는 미처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데이트라는 말을 했지만 그런 말은 보통 남자 둘을 놓고 사용하지는 않는다. 혹시 이상하게 보였나 싶어져서, 이루카는 갑자기 변명을 하고 싶어졌다.
“날씨도 좋은데 같이 술이나 먹자.”
그러나 변명할 틈도 없이 그녀는 눈 앞에 술병을 흔들어 보였다. 카카시에게 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선은 이루카를 향한 채였다. 예쁜 원피스의 미녀가 커다란 술병이라니 이상한 조합이다. 그래도 당당한 여자가 그러니까 또 괜찮아 보였다. 보기 드문 미녀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얼굴에 박혀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역시 남자 둘이서, 그것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끼리 있으니 이상해 보이는지.
“아뇨, 저는....”
“왜? 상닌이라도 다들 괜찮은 애들이니까 어려워 하지 말고.”
이루카의 거절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극히 자연스럽게 이루카 쪽의 난간에 기대섰다. 그 순간 카카시의 미간이 조금 구겨지는 것을 이루카는 놓치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다정하다고 할 법한 모습이었는데 뭐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새 또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다. 문득, 얼마 전에도 상닌 대기실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도 아사쿠라가 있었고, 이루카가 있었고, 카카시는 화가 났다. 
이루카는 숨을 집어 삼켰다. 동료일거라고 생각해서 마음이 아픈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설마 그녀를 좋아하기라도 했던 것인가? 그래서 화가 났을까? 들키면 안되는데 그녀에게 자신 따위를 보여 버려서? 설마 그래서 카카시가 기분이 나빠진 것이라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이 괴로워져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확실히 확인한 사실은 아니지만 그럴싸한 일처럼 보였다. 그런 일이 아예 없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뻤는데, 구렁텅이로 처박히는 건 순식간이었다. 붉어진 눈을 누가 볼새라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이루카는 그녀를 향해 주섬주섬 아까 미처 하지 못한 변명을 했다. 
“아... 괘, 괜찮습니다. 카카시 선생님이랑 우연히 마주쳐서, 마침 애들 문제로 상담도 있었고... 저, 진짜 우연히 만나서 그냥 잠깐 얘기를... 어쩌다보니 말이 좀 길어져서...”
이루카는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기 때문에 크게 뱉어지지 못하고 웅얼웅얼 허공에 의미 없이 사라졌다. 부자연스러운 이루카의 변명에 카카시는 더 미간을 우그러트렸다. 급기야 살기마저 감돌아, 이루카는 차마 카카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보지 못했다.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내린 결론은 어쨌든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나쁜 기분도 괜찮아질 것이다. 목례 후 뒤돌아 가려는 이루카를 아사쿠라가 급히 잡았다.
“이루카 선생님 잠깐만요. 왜...”
“저기, 전 이제 가 봐야해서...”
“아니, 그게 아니라... 카카시! 너 뭐해?”
아사쿠라가 탓 하듯 카카시를 올려다 보면 침묵을 지키던 카카시가 이루카를 향해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상담 응해 줘서 고마웠어, 이루카 선생.”
“너 지금 무슨...”
“우연히 만나서 상담한 것 뿐이라고 방금 들었잖아. 내가 뭘? 어차피 이제 더 할 얘기도 없었어.”
낮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추우니까 이만 집에 가자고, 그렇게 달콤하게 말했을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두 사람을 남겨둔 채 이루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향해 뛰었다. 자신이 너무 카카시를 좋아하는데 눈에 보이니까, 좋아하는 건 둘째치고 몸도 섞는 사이니까, 카카시는 별 생각 없이 외출도 해 주고 밥도 사준 것일지도 모르는데 혼자 들떴던 것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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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date>2016-04-07T23:27:30+09:00</dc: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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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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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업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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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업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이루카! 나 좀 살려줘!”
당장이라도 엎드려 싹싹 빌기 시작 할 듯 하던 이와시가 내민 것은 임무서 한장이었다.
“에?”
“이거 나 대신 처리해 주면 안돼? 제발! 한번만!”
아니나 다를까 이와시는 꽤나 다급한 듯 목소리 톤까지 높여가며 통사정을 시작했다. 일이 조금 꼬였는지 도저히 사람 찾으러 다닐 시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통상 다른 내근닌자들 보다 담당 업무가 많은 이루카에게까지 온 것을 보면 이미 여러군데서 퇴짜를 받은 것이 틀림없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모습이 딱하다고 동정해 버리고 마는 것은, 이루카가 이와시와 같은 내근직이기 때문이다. 이와시의 부탁을 거절했던 동료들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언제 어느 때 동료에게 SOS를 치게 될 지 모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내근직이 상하를 막론하고 묘하게 단결력이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아. 이것만 전달하면 돼?”
“어? 어! 맞아!”
“나중에 밥 꼭 사라.”
이와시가 숫제 엉엉 울기라도 할 것 같아서 이루카는 얼른 임무서를 수중에 챙겼다. 아니나다를까 좋아 죽는다.
“이루카! 역시 쾌남! 잘생겼어! 멋있어! 사랑한다!”
“이게 징그럽게 왜 이래?!”
감동 받은 표정으로 와락 안겨오는 이와시의 턱을 밀어내면서도 나쁜 생각은 안든다. 어려우면 서로서로 돕고 사는 거지. 이렇게 생각해 버리고 마는 이루카는 사실 사무에 관해서는 꽤 쓸만한 실력자였다. 손이 빠르고 실수가 없다. 여러 개의 일을 던져줘도 좌충우돌 곤란해 하지도 않는다. 지나치게 일을 잘하고 바지런한 탓에 되려 그것이 하드워크의 원인이 되고 있다. 거기에 애석하게도 챙겨야 할 가족도, 연인도, 취미도 없는 이루카는 일에서 보람을 찾는 편이었다. 물론 불과 얼마 전 까지의 이야기이다.
이루카는 막 사귀기 시작한 은발의 연인을 떠올리고 무심코 히히 웃었다. 옆자리의 상사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냐고 묻는다. 애인이 생겨서 그런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그냥요, 얼버무리며 자리를 털어 일어났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확성기에 대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요.
청사를 빠져나와 그 길로 향한 곳은 접수의 부속 건물에 있는 상닌대기실이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달음박질치기 시작한다. 
어쩌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지도.
바쁜 와중에 부탁받은 일이 귀찮게 여겨질법도 하건만 기실 이루카는 이 임무서가 꽤 반가웠다. 업무중에 애인을 볼 수 있는 당당한 구실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실에는 열명 남짓한 상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각자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이루카는 한번 깊게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이런저런 심부름으로 이따금 오는 곳인데도 올 때마다 긴장된다. 상닌 대기실을 이용하는 닌자들은 대부분이 전인들이다. 가만히 있어도 풍겨 나오는 카리스마같은 것이 있다. 상닌은 물론 때로 암부까지 맞이하는 입장이면서 역시 그들만의 공간이란 이미지 때문에 내근 닌자들에게는 어려운 곳이다. 
임무서의 주인은 금방 발견 되었다. 어쨌든 커다란데다 굉장한 헤비스모커인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아스마 선생님.”
“아, 이루카. 안녕.”
소파에 큰 상체를 기댄 채 뻐끔뻐금 담배를 태우고 있던 남자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이루카는 곧장 그 맞은편으로 시선을 주었다. 
“안녕하세요 카카시 선생님.”
“응, 안녕. 이루카 선생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채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사람이 바로 이루카의 연인이다. 눈이 마주치자 날카로운 눈매를 부드럽게 접어 웃어 주었다. 살짝 접히는 눈꼬리가 매력만점. 복면 아래 보이지 않는 입술도 엄청 멋지게 웃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카카시는 드물게 손가락에 책이 아닌 담배를 끼우고 있었다. 반쯤 태운 담배에 얽힌 흰 손가락이 우아하고 멋있다. 솔직히 멋있는 점이 너무 많아서 일일히 설명이 불가하다. 하타케 카카시의 멋진점에 대해 논문을 써 오라고 하면 책 한 권은 거뜬히 쓸 자신이 있다.
아아, 안돼. 저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뻐서 금새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다. 
이루카는 파르르 떨리기까지 하는 입가를 애써 꽉 다잡고 모르는 척 아스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것은 비밀인 상태이다. 이루카가 먼저 그렇게 하자고 했다. 알리면 손해를 보는 것은 100% 카카시 쪽이다. 애초에 카카시가 자신을 연인이라고 누군가에게 소개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자신의 존재가 폐가 될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 물도 안넘어갔다.
‘일하자 일.’
카카시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이루카는 들고 있던 임무서를 아스마에게 건넸다.
“이거 댁으로 보냈는데 되돌아왔어요.”
“아아, 미안. 예정보다 귀환이 늦었거든.”
“그러면 좀 알려주세요. 접수소에 보고서도 내셨을 거 아녜요. 힘드신 건 알지만 담당자가 울면서 찾아다닌다구요.”
“귀찮아-”
말은 그렇게 해도 건네 받은 임무서를 꼼꼼히 읽기 시작하는 아스마는 상당히 빈틈없는 성격이다. 과연 상닌은 멋으로는 안된다. 
“언제 귀환하신 건데요?”
“오늘 아침.”
이루카는 힐끔힐끔 옆의 기색을 살피면서 새 담배에 불을 붙인 아스마와 몇 마디 더 잡담을 시도했다. 아스마도 때마침 무료했던 참이다. 사실 이루카는 카카시도 같이 이 대화에 끼어주지 않으려나 약간의 기대를 했었다. 먼저 말을 걸어볼까? 하지만 공공연하게 친한 사이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사귄지 한달도 되지 않은데다 연인사이라는 것을 숨기고 있는 탓에 대화거리가 더 궁해진다. 처음 본 사람하고도 줄줄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넉살이 좋은 주제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아니. 하타케 카카시 앞에 있으면 누구나 이럴걸?
‘이런 시간에... 점심은 드셨냐고 물어보는 건 좀 뜬금없나...?’
어쨌든 조금이나마 더 같은 공간에 있고싶다. 아까부터 카카시의 시선이 피부에 간지럽게 와닿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작은 컨택만으로도 기쁘다. 다행이도 아스마는 오랜 친분탓에 서로 허물이 없는 사이였다.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 호카게 저택에서 지냈을때 친형처럼 이루카를 돌봐주곤 했었다.
“그럼 집에서 주무시지 왜 여기 계세요?”
“여기 있으니까 너도 덜 일했잖아. 우리집까지 왔으면 바쁜데 사람 귀찮게 한다고 잔소리 했을거면서.”
“그 정도까지 야박하지는 않거든요?”
상급닌자의 고충을 이루카가 알 턱이 없다. 하지만 귀환의 때 조차 약속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뼈가 부러질 정도로 일하고 돌아와서 ‘이번에도 안 죽었네.’라는 둥, ‘내 명줄이 생각보다 기네.’라는 둥, 무서운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러면서도 줄줄이 이어지는 임무를 군소리 하나 없이 해내고 있으니 대단하다. 
한편 이루카는 카카시에게 무슨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어서 내심 안달이 난 상태였다. 계속 말을 걸 타이밍을 재고 있었지만 망설임이 자꾸 방해를 했다. 어떡하면 좋느냐고 전전긍긍하면서 애꿎은 아스마와 얼굴을 맞대고 있다보니 문득 아스마의 안색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처럼 보여도 어딘지 모르게 비치는 그늘은 숨길 수 없다. 이런 걸 보면 접수 담당자로서 좋은 소리는 안나온다.
“지금이라도 댁에 가세요. 다음 임무까지 시간 있잖아요.”
“드디어 잔소리꾼 등판이냐.”
“언제 잔소리를 했다고.”
“아, 몰라. 시끄러워. 집에 가기 싫어.”
“애예요?”
귀를 막는 아스마의 어린 태도에 카카시의 존재도 잊고 발끈하고 있으면,
“카카시. 뭐해?”
갑작스러운 여닌자의 등장으로 이루카는 순간 바짝 얼어붙고 말았다.
“바빠.”
“그거 한가하다는 얘기지?”
여닌자는 극히 자연스럽게 카카시의 곁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몇 번인가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다가 카카시 쪽으로 후 내뱉는다. 미간을 구기는 카카시를 보고서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기까지 했다. 
그 여닌자의 존재라면 이루카도 알고 있었다. 미인에 실력도 있고, 시원한 성격으로 유명한 상닌이다. 카카시에게 자주 참견을 걸어오는 여성이기도 했다. 
기실 사귀기 전에도, 그 후에도 카카시가 여성과 단둘이 함께 있는 장면은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걸 목격할 때마다 이루카는 남몰래 속앓이를 했다. 카카시는 어느때고 남자 여자 상관없이 인기가 있다. 그 하타케 카카시니까 당연하다. 카카시를 좋아하는 이루카에게 있어서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지었만 알면서도 반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단 한가지, 그 여성들을 바라보는 카카시의 무심한 눈빛만이 구원이었다. 
‘분명히 아사쿠라...상닌이었지.’
무심코 돌아볼 정도로 예쁜 사람이었지만 역시 반갑지가 않다. 아사쿠라는 차가운 태도에 주눅이 들지도 않고 카카시의 팔을 덥석 낚아챘다. 단련된 팔 위에 올려진 예쁜 손에 이루카는 심장이 철렁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됐어. 생각 없어.”
“왜? 아까 배고프다고 했잖아? 새로 생긴 가게 하나 있는데 거기 엄청 괜찮아.”
아직 점심 전이라는 말에 아까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 그제서야 후회가 됐다. 거기다 아무래도 카카시의 기분이 나빠보여서, 이루카는 그것이 또 마음에 걸렸다. 방금 전 기분 좋게 웃어 주었던 것이 거짓말같다. 카카시가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더 당황스러웠다. 카카시는 시선을 돌린 채 이루카 쪽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밥 좀 사.”
“저번에도 얻어먹었잖아.”
“잘 버는 사람이 좀 내면 어때?”
두 사람은 잠시간 의미없는 말싸움을 반복했다. 기분 나쁜 말싸움이 아니라 친구끼리 하는 것 같은 친밀한 말다툼이었다. 아무래도 이루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사이가 좋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루카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이루카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 카카시에게 여자랑 둘이서 밥 먹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용기 같은 것은 없고, 설령 지금 그렇게 카카시를 빼돌린다 해도 내일, 내일 모레, 글피 등등....닭털같이 많은 날들이 남았는데 매번 카카시를 채어 갈 수도 없었다. 카카시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을 다 커버하려면 하루종일 뒤를 따라다녀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무엇보다, 별로 자신이 없었다. 자신은 아직 카카시의 인간관계에 가타부타 할 처지가 아닌 것 같았다. 어설프게 참견했다가 싫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면 견딜 수 없다.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이루카는 아스마의 시시한 농담을 들었다. 직업이 직업인 탓에 표정을 숨기는 것이 능숙하다는 사실이 이렇게 감사할 때가 없다. 
잠시 후 아사쿠라의 성화에 못이긴 카카시는 결국 이루카의 기대를 배반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었지만 거기에 나쁜 기색은 없었다. 실망스럽지만 역시,라고도 생각했다. 여자와 함께 나가면서도 간다는 말 한마디는 커녕 끝까지 자신과 시선을 맞춰 주지 않은 것이 서운했다.
터벅터벅 청사로 돌아가는 길, 이루카는 대기실을 빠져나가던 두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일도 잊고 골몰했다. 화기애애하던 두 사람의 분위기나 대화를 떠올리고 마음이 아팠다. 적어도 현재의 이루카와 카카시에게는 무리한 대화패턴이었다. 이루카는 조금 우울해졌다. 오랜시간이 지나도 자신은 카카시와는 저렇게 친밀한 대화같은 건 못할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긴장해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형편이다.
어디에서 밥을 먹고 있을까. 무슨 대화를 하고 있을까. 밥만 먹고 바로 헤어질까. 되도록이면 무슨 말도 하지 말고 바로 헤어졌으면 좋겠다.
아마도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 두 사람은 연인이라기보다는 친한 친구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람의 일은 모르는 것이다. 그저 평범하기만 한 자신이 카카시와 사귀게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어쩌면 밥을 먹다가 뭔가 아쉬워져서 차까지 마실 수 있다. 그러다 우연히 눈이 맞아서 손을 잡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모텔에까지....그건 이루카에게 너무 가혹한 상상이었지만 생각이 자꾸 최악의 방향으로 치닫는 것은 막지 못했다. 
애초에 카카시의 성애의 대상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다. 왜 카카시가 흔쾌히 고백을 받아들였는지 이루카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 세간의 기준에 따르면 이루카는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보통 남자다. 웃으면 애교가 있다는 애기를 듣기도 하지만 실수로라도 외모가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느냐고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정작 이루카는 그 본인에게는 묻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았다. 만에 하나 ‘재미’라던지 ‘성욕처리’라는 답을 듣게 된다면 분명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버릴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한해서는 모르는 척 슥삭 덮어버리기로 이미 결정을 했다. 카카시는 상냥한 사람이고, 일단 사귀자고 해 준 것 자체가 너무 좋아서 어찌됐든 둘이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우선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화가 난거지...’
이것도 나름대로 궁리를 해보았는데, 어쩌면 상닌인 아스마에게 너무 허물없이 군 것이 거슬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계급사회라 이런데 민감한 사람들은 상당한 비율로 있었다. 설마 그런데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는 좀 더 신경쓰자고 다짐하면서,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은 무거운 채로 이루카는 일에 복귀했다.
마지막 헤어짐이 어쩐지 미적지근했기 때문에 오늘은 만나지 못하려나 생각하고 있으면 퇴근시간에 맞춰 주머니에 진동이 느껴졌다. 예상치 못한 진동에 이루카는 놀라면서도 반갑게 핸드폰을 확인했다.
-지금 청사 뒤 공원 입구에 있어. 기다릴게.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아직 직장인 것도 잊고 울 뻔 했다. 연락을 해 주었다는 것 자체도 너무 기쁜데 기다려주겠다는 배려까지 느끼면 이제 속수무책이다. 여자와 밥을 먹으러 가던 카카시의 냉담한 뒷모습도 잊고 그만 웃어버리고 만다. 그 사람이랑은 정말 동료고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이렇게 만나자고 문자도 주고 하는 거겠지. 
이루카는 재빠르게 금방 가겠다는 답문을 썼다. 식으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그건 너무 눈에 띄는데다가, 사실 이루카는 메세지를 주고 받는 쪽이 더 좋았다. 정말로 보통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두 사람은 일부러 인적이 뜸한 길을 돌아 집에 도착했다. 아직도 화가 나 있으면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카카시는 걷는 내내 별 말이 없었다. 화난 것 같은 태도도 아니었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드문드문 오늘 7반이 담당했던 잡초 베기 임무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잠깐 손도 잡았다. 기분탓인지 이따금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에 관해서는 아무말도 듣지 못했다. 이루카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괜히 문제를 들쑤셔 구석에 몰리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으므로 모르는 척을 했다.
이루카는 일단 카카시를 욕실로 보내놓고 주방에 섰다. 최근 내용물이 풍부해진 냉장고에서 가지와 돼지고기를 꺼내 간장양념에 쟀다. 다행이도 카카시는 이루카가 차려 내는 요리가 마음에 드는지 무엇을 내놓아도 불평 없이 잘 먹었다. 요정의 고급요리에 익숙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보통 가정식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소탈함에 더 좋아졌다. 
적당히 간이 밴 재료를 정성스럽게 볶고 시간을 틈틈히 확인하면서 밥에 뜸을 들였다. 요리 과정 하나하나를 서투르게 넘기지 않는 탓에 혼자 먹을 때 보다 두 배는 족히 시간이 걸린다. 카카시가 먹을 음식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요리가 마음에 든다면 이런 것으로나마 좀 더 오래 카카시를 붙잡아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뭐....괜찮다면 몸으로라도.
밥상을 무르고 식후 차까지 다 마시면 자연스럽게 몸을 섞었다. 이루카는 습관적으로 허벅지를 대어 카카시의 하반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옷감 너머로 뜨겁고 크게, 제대로 발기하고 있는 성기의 존재감을 느끼고 안심한다. 카카시만큼 멋지게 단련된 몸도 아니고, 벗겨 놓고 보면 의외로 앙상한 편이라 카카시가 성적 욕구를 느껴준다는 것이 이루카는 아직도 마냥 신기했다. 
남자지만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 주는지도 모른다. 사실이라면 이루카로서는 더 바랄게 없었다. 실제로 섹스만큼은 하루가 멀다하고 하고 있고, 색이 다른 눈동자가 정욕에 젖어드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해버리면 어쩌지 생각해버릴만큼, 이루카는 카카시와 살을 맞대고 있는 순간이 좋았다. 
빈틈없이 몸을 맞대고 키스를 하면서 카카시는 묵묵히 이루카의 옷을 벗겼다. 물론 그와중에도 여전히 이루카의 작은 머릿속에는 해결하지 못한 응어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카카시를 붙들고 있었던 흰 손이 이상할 정도로 머리에 새겨져 버렸다. 딱히 무슨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이 말끔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카카시와 섹스를 하는 순간 무슨 일이든 아무래도 좋아지니까 이상하다.
“아스마랑 왜 그렇게 친해?”
아래로는 이루카의 성기를 만지면서 연신 목덜미며 귀를 깨물던 카카시가 물었다.
“아....예, 예전에 잠깐 신세,를, 으응,”
역시 아스마씨 문제였구나. 카카시가 망설이고 있던 말은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짙은 키스와 애무에 이미 반쯤 정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이루카는 열심히 변명거리를 입에 댔다. 전에도 아스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카카시는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자신이 타당한 이유도 없이 아스마에게 격 없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달해야 할 것 같아서 신음으로 목구멍이 막히면서도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
“아아...그래.”
그런데 열심히 설명해도 이야기를 듣는 태도가 영 미적지근 하다. 카카시는 이루카가 말을 다 맺기도 전에 엎드리게 했다. 엉덩이를 들어올리게 한 뒤, 배 아래에 쿠션을 넣어준다. 이윽고 딱, 러브젤의 캡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루카는 두근두근 하면서 다음을 기다렸다.
“으.....”
“차가워도 조금만 참아.”
젤은 차가워서 느낌이 별로다. 그래도 카카시가 만져주기 시작하면 체온에 금새 뜨겁게 녹았다.
“헉, 하.. 이루캇, 윽...!”
“으..으응, 앗! 아! 아앙!”
뒷통수쪽으로부터 전해지는 거친 숨과 헐떡임이, 이루카로 하여금 섹스라는 것이 한 사람만 힘든 것은 아니라고 알게한다. 이즈음 이루카는 뜨겁고 단단한 것이 속을 잔뜩 들쑤셔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카카시가 한 번씩 허리를 흔들 때마다 눈 앞에서 불꽃이 팡팡 튀었다. 거기다 빈 손을 앞으로 뻗어 다리 사이를 집요하게 문질러대고 있으니 이루카가 제정신을 붙들고 있을 확률이 더욱 더 낮아진다.
“허억, 너는? 후우, 뭐 나한테, 윽, 읏, 하고 싶은 말, 없어?”
“아, 앗! 아!! 아...! 하앙! 핫!”
눈물인지 침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땀과 함께 시트로 툭툭 떨어져 흘렀다. 카카시가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뭘 말하고 있는건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정도로 몰려 있는 찰나였다.
물어뜯는 듯 한 기세로 삽입하고선 실컷 피스톤질을 하던 카카시가 사정도 하지 않은채 돌연 움직임을 멈추고 몸을 떼어냈다. 덕분에 절정으로 가는 쾌감에서 갈길을 잃은 이루카는 몸을 위축시키고 바들바들 떨었다. 괴로워서 울컥울컥 눈물이 났다. 갑자기 왜 그러는지 몰라 당황하며 엎드린채로 고개를 돌려 카카시를 바라보았다. 계속 시트를 향해 있어 보이지 않았던, 붉게 달아오른 젖은 뺨과 뜨거운 열락을 담고 있는 눈동자가 고스란히 카카시의 시야에 들어왔다. 카카시는 잠시 숨을 크게 들이키곤 이루카의 어깨를 잡아 자신쪽으로 돌렸다. 
“어? 궁금한 거 없어?”
“아...아,”
휘청이며 자세를 바꾸는 와중에 당장이라도 터질듯이 핏대를 세운 카카시의 성기가 보여서 이루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반도 만족하지 못했고, 밤은 멀었다. 카카시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여전히 잘 몰랐지만, 일단은 섹스를 다시 했으면 했다. 그런데 당장 자신을 어떻게 해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눈에 새파란 욕정이 보이는데도, 카카시는 왜 가만히 있는 것일까?
“왜... 왜, 그러세...”
이루카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손을 뻗어 카카시의 어깨며 목을 매만졌다. 머릿속을 꽉채우고 있었던 잡생각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냥 하고싶다는 생각만 빠듯하게 들어 있었다. 드디어 그 바램이 통했는지 카카시가 상체를 휙 기울여 이루카의 위를 덮어왔다. 이루카는 쉽게 성기를 삽입할 수 있도록 다리를 더 벌려 자세를 고쳤다. 
성기의 끝과 애널의 입구가 만나, 이번에는 천천히 밀려들어온다. 성기의 모양대로 몸이 열리는 감각에 살이 떨리고 자연히 고개가 뒤로 제껴졌다. 
“이..루카!”
이제 카카시가 움직여주기만 하면 되는데, 왜 자꾸 멈출까. 결국 이루카는 눈에 눈물을 한가득 담고 카카시를 올려다 보았다. 카카시 역시 당장이라도 움직이고 싶다는 듯, 다급하게 아랫입술을 물고있는데도.
“아..., 왜, 왜...아, 카카시씨....”
“궁금한 거, 진짜 없어?”
‘궁금한거...’
이루카는 희뿌연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카카시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라면 많았다. 좀 더, 좀 더 계속 알고싶다. 어떻게 하면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지부터 사소한 버릇 하나까지 전부. 카카시를 귀찮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사실은 물어보지 않고 덮어버린 것 투성이었다. 오늘만 해도 그 여닌자랑 밥 먹으러 가서 뭘 했는지 하루종일 뭘했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면 너무 간섭한다고 미움 받을 것 같아서 이루카는 절대 할 생각이 없었다. 
설마 질투해줬으면 해서 이런 것을 자꾸 묻는 건가? 카카시가 오늘따라 너무 집요하게 구니까 잠깐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지만 그럴리가 없다고 금새 지워 버렸다. 카카시의 동료라는 사람에게까지 하나하나 질투를 시작하면 이루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아응... 읏.....”
거기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이루카는 죽을 것만 같았다. 몸은 얼른 섹스를 하고싶다며 그를 보챘고, 빨리 카카시가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했다.
자꾸 움직임을 멈추는데 안달이 나서 이루카는 뭉근히 허리를 돌리며 카카시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카카시와 1mm의 틈도 없이 완전히 밀착하는 순간이 행복했다. 비록 왜 카카시가 그렇게 자신을 복잡한 눈으로 보았는지는 잘 몰랐지만, 이루카는 일단 그 새로운 의문은 접어두어야했다. 내장을 찌르는 성기가, 아랫배를 만지면 만져질 것만 같았다. 
“제길...!”
이루카가 흐느끼면서 모른다고, 빨리 해달라고 작게 도리질치면 카카시는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이루카의 허벅지를 쥐고 흔들었다. 예민한 곳을 강렬하게 파고드는 자극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정신을 완전히 날려버렸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아..! 아! 하악! 아, 앗!!”
가만히 있어도 녹아버릴 듯 아랫배가 뜨거워 미칠 것 같은데 힘으로 있는 힘껏 들쑤셔지니 앙앙 우는 소리를 내면서 필사적으로 카카시에게 매달리는 것 밖에는 못했다. 팔뚝을 잡으려던 손이 힘없이 자꾸 미끄러지자 카카시는 잡고 있던 허벅지 대신 이루카의 손을 움켜 쥐었다. 놓치기라도 할까봐 꽉 맞물려 잡은 손이 뜨거웠다.
이루카는 그래도 몰랐다. 왜 카카시가 오후 대기실에서 화가 났었는지, 왜 카카시가 이루카와 아스마의 사이를 캐물었는지, 왜 카카시가 자꾸만 섹스를 중단시켜가면서까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응...으응.....아, 흐....아아....”
곧 카카시가 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이루카의 내벽에 그대로 사정했다. 카카시의 것이 몸 속 깊은 곳에서 펄떡펄떡 맥동하고 있었다. 이루카는 눈을 감고 아랫배에 손을 올린 채 카카시의 흔적을 느끼며 천천히 그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벅차서, 더 이상의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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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 하면 좋아할수록 어…</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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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 하면 좋아할수록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게 된다. 




애인의 의무




오후 다섯시부터 접수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시간대가 시간대이니만큼 취급되는 임무는  대개 C, D랭크와 같은 간단한 것들이다. 물론 난이도가 낮은 임무라고 해서 방심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쉬운 임무라도 임무는 임무. 보고서에 대한 평가가 닌자 개개인의 급여나 인사고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소홀히 할 수 없다. 
보고서를 받고, 내용을 확인하고, 확인란에 날인을 하는 작업의 반복. 이 작업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이 이루카의 임무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지금 이루카가 체크하고 있는 보고서의 주인은 아직 14세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다. 이루카의 담당 학급은 아니었지만 작년까지 분명 아카데미생이었다. 졸업 후 일년도 되지 않아 중급닌자라니 훌륭한 성적이다.
임무의 내용은 뒷산의 야생 맷돼지의 포획으로 벌써 세 번째 지명이었다. 의뢰주인 농장주인은 성격이 깐깐한 노인으로 유명한데 지명까지 한 것을 보면 일하는 솜씨가 여간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졸업해도 제대로 하고 있구나.
소년에게는 실례이지만, 교사이기 때문에 졸업생의 활약에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카오 중닌. 내일은 오프이니 편히 쉬세요.”
이루카는 으레 접수의 꽃이라고 불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정리한 확인증을 건넸다. 근로에 대한 수고와 감사의 인사는 접수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차다. 긴장감을 푸는 약간의 잡담은 선택사항이지만 피로가 그대로 느껴지는 더러워진 정규복을 보고서 그만 두었다. C등급이라 해도 일주일 내내 야산에서 노숙을 했으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쉴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접수의 업무다.
“저....”
그러나 다음 차례를 호명하려던 이루카를 소년이 쭈뼛거리며 막아섰다.
“무슨 일이신가요?”
살짝 고개를 숙이고 말을 머뭇거리는 무뚝뚝한 얼굴은 이루카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아무리 중급닌자라도 한창때의 사춘기 소년. 인내심 있게 기다리면 소년은 수줍은 듯 하면서도 다음에는 좀 더 높은 등급의 임무를 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태도에 비해서는 단호한 어조였다. 중급닌자가 된 직후라면 확실히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강할 때이다. 자신도 그랬다. 
아니, 그것도 아닌가? 무심코 시모시 주제에 어려운 임무를 달라며 매일 떼를 쓰는 제자가 떠올라 이루카는 쓴웃음 지었다.
“알겠습니다. 확인해 두겠습니다.”
일단 긍정적인 답변을 돌려주면 소년은 눈에 띄게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소년다운 미소가 보기 좋았지만 혹여 오해할까 싶어 서둘러 보충설명을 덧붙였다.
“최종적으로 제 권한은 아니니 건의 정도 밖에 못하지만요.”
“아뇨.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대견한 인사에 감동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힘과 실력으로 권력이 형성되는 세계라서 그런지 접수소에서도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하는 닌자들은 많다. 매일 웃으며 많은 닌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지만, 반대로 감사인사를 받는 일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계급이 같아도 내근이라는 이유로 저평가 되는 일이 많은 탓이다.
우리반 녀석들도 아카오 중닌 정도로만 예의바르게 커주면 좋으련만.
이루카는 이후 접수가 한가해진 틈을 타 접수소의 전산망에 소년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알겠다고 한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소년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호기심도 없진 않았다. 때마침 휴식시간이어서 이루카는 캔커피와 출력한 자료를 들고 휴게실에 처박혔다.
소년은 생각보다도 훨씬 우수한 닌자였다. 
“대단한데....”
무심코 육성으로 감탄해버렸을 정도다. 중급닌자로 승격한 것은 13세 가을. 지금으로부터 반 년 전이다. C, D등급 임무도 충실하지만 B등급 임무도 이미 10차례 이상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의뢰인의 평가가 높은 것이 특히 눈에 띈다. 접수소에서의 태도로 미뤄 보아 성실한 타입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공격적이고 빠른 전략을 짜는 타입 같다. 평가서에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상황판단능력이 우수하다는 상인사의 코멘트도 붙어 있었다. 술법과 체술, 전 과목에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올라운더형이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난도 높은 임무를 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이전 수행한 B등급 임무가 전부 상급닌자와의 투맨셀이었다는 점일까. 단독으로 처리한 B급 임무는 아직 없는 셈이다. 실력이 있는데도 고난도 임무를 할당하지 않는다. 고난도 임무를 줘도 상급닌자의 서포터 역할일 뿐. 물론 이 이유에 대해서는 예상이 붙었다.
‘....아직 14인가.’
이루카는 소년의 프로필에 시선을 주었다. 이 정도면 천재라 할 만 하지만, 역시 너무 어리다고 판단된 것이다. 실력으로 먹고 사는 닌자의 세계에 나이가 왠말이냐 싶어도 나이에 따른 정신적 성장은 중요하다. 아카데미에서도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정신이 무르익지 않으면 위험한 임무는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실력이 있는 아이를 언제까지고 팔 안에 가두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그래도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춰서 인간적 소양과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에 이루카는 동의하는 편이었다. 만년 인력난이니 뭐니 해도 지금의 코노하 마을은 그렇게 할 만큼의 여력은 있다.
확실히 예전에는 아이들을 위험한 임무에 내보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파괴된 마을을 복구하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했던 것이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루카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중급닌자로 승격 되었던 것도 마을의 사정과 무관치 않았다. 이루카 나이대의 대부분이 그랬다. 
‘일단 건의는 해두자.’
소년에게 말했던 대로 임무 할당에 대한 권한은 없지만 의견을 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좋은 닌자를 발굴해 상부에 추천하는 것도 접수의 업무다. 대부분 닌자들이 이 사실을 까먹고 있는 것 같긴 해도.
‘....배고파’
가지고 있던 서류를 덮고 그제서야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최근 이루카는 꽤 바쁘다. 애초에 아카데미와 접수소 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웬만한 체력으로는 못해먹을 일이다. 아카데미 시험기간이 겹치면 밥 한 두끼 거르는 것 쯤은 감수해야 한다. 쉬는 시간이라고 해도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너무 과하게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모르지는 않지만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가 없다. 
막간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세 개의 새 메일이 와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메일함을 확인해 본다. 전부 업무에 관련한 것들 뿐이었다는 것이 애석하다. 애초에 사적인 연락이 많이 오는 편도 아니고 연락을 할 사람도 극히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오늘 오프일텐데... 저녁 먹자고 해도 되나? 너무 늦은 시간인가?’
현재 시간은 일곱시. 퇴근하기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이루카는 메세지 창을 띄운채 조금 망설이면서 스마트폰의 은빛 바디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만다. 휴게실을 빠져나오면서, 먼저 연락해 주면 좋을텐데, 하고 억지스러운 것을 생각했다. 연락하고 싶으면 먼저 하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하는 이루카는 분명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


놀랍게도 우미노 이루카는 현재 연애중이다. 왜 놀랍게도라는 말을 붙였냐면 정말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귄지 3개월 된 이루카의 연인은 남자다. 이루카가 자신의 성벽을 깨달은 것은 중급닌자가 된 직후였는데 솔직히 연애 따위는 못할 거라고 단념하고 있었다. 성에 있어서 개방적인 풍토이긴 해도 동성커플이 환영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교사를 꿈꿨던 것도 있어서 연인을 만들어 알콩달콩한 연애는 못해 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삼 개월 전에 생겼다. 제대로 된 남자 연인이.
더 놀라운 것은 그 연인이 바로 하타케 카카시라는 점이다. 하타케 카카시라고 하면 마을의 대들보, 차기 호카게 후보이자 살아있는 전설 등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는 혼자 다 독식하고 있는 남자다. 사실 이루카는 아카오라는 소년의 프로필을 보면서 ‘왠지 카카시씨와 비슷한 유형의 천재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엄밀히 따지면 두 사람 사이에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클래스의 차이가 있다.
카카시가 중급닌자가 된 것은 6살 때의 일이다. 다른 아이들은 가위도 잘 못쓰는 때에 수리검을 자유자재로 날리며 놀았다. 상급닌자가 된 것은 불과 12살 무렵. 얼마나 재능과 실력이 특출났으면 6살 된 어린아이를 승급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일까 경이로움까지 느낀다.
이루카 또래의 아이들은 카카시의 무용담을 전설처럼 듣고 자랐다. 심지어 하타케 카카시 놀이 같은 것도 있었다. 한번 전설은 영원한 전설이라, 지금도 아카데미 아이들 중에는 하타케 카카시처럼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 거기다 왠만한 미남배우의 뺨을 번갈아 후려갈길 정도로 스타일 좋고 잘생겼으니,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다.
소싯적에 품었던 동경도 있고, 직접 보니 더 멋있어서 이루카는 분수도 모르고 카카시에게 반해버렸다. 냉정하고 여성편력이 심하다는 소문은 전혀 거짓말이었다. 멋있고 미남이고 천재인데 젠체 하는 것 하나 없이 상냥한 성격. 반하지 말라는 것이 무리다.
“저....카카시씨. 동료로서 좋아하니 어쩌니 그런게 아니구요...그게....”
“....”
“저....카카시씨가 좋은데요...”
술김에 미쳤던 것이 분명했다. 권해지는 대로 한잔 두잔 삼키다 보니 이 사람한테라면 차이고 몇 대 맞아도 괜찮겠다 싶은 이상한 용기가 샘솟았다.
“좋아. 사귀자.”
“....네?”
설마 화답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 망상이고 꿈인 줄 알았다. 다음날에도 왠 이상한 꿈을 다 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퇴근시간에 갑자기 데이트 하러 가자고 데리러 와서 깜짝 놀랐다. 
스물 둘이 되어 비로소 생긴 첫 애인에 이루카는 몸둘 바를 몰랐다. 처음 한달간은 100m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무때나 비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는 것이 고역일 정도였다. 그 고명한 하타케 카카시가 연인이라니, 사실은 지금도 실감이 잘 안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며칠 전, 이루카는 그 멋진 연인과 싸웠다. 솔직히, 이걸 싸웠다라고 하는게 맞나 싶기도 한데.
“그럼 저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심야 담당인 동료가 조금 늦어서 퇴근 카드를 찍었을 때 이미 시각은 9시 반이 넘어 있었다. 접수소를 나와 일단은 가까운 심야식당부터 찾았다. 라면 귀신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나름대로 자취는 하는 편이지만 13시간 동안 먹지도 못하고 일 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주문한 불고기 백반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며 이루카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0건의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슬프다. 고민고민을 거듭하다가 간신히 ‘퇴근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메세지만 보내 놓고 다시 가방 안에 집어 넣었다. 
사실은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지도 궁금했다. 카카시와 커플로 맞춘 스마트폰은 그 때문에 샀던 것이다. 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왜 전화했냐고 할까봐 겁이난다. 
동경이 너무 컸던 탓일까? 반한 죄라는 것도 있겠다. 연하에 계급도 아래. 심지어 카카시는 게이가 아니라 일반인이다. 확실히 여러 측면에서 이루카는 카카시에 대해 사양하는 경향이 있었다. 괜히 실수해서 미움 받는 것은 싫으니까. 이것도 전부 분수에도 맞지 않는 연인을 가진 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카카시의 사정을 우선시키는 것이 딱히 불만스럽지도 않았다. 차라리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배가 고픈 것인지 속이 허한 것인지, 일단은 꾸역꾸역 눈앞의 밥알을 욱여넣었지만 맛은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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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의 카카카시 씨 입니다. 좁은 원룸촌에서 차에 기대 담배를 태우고 계시는.... 저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해서 썼는데 프렉님도 마음에 들어해 주신 것이 틀림 없습니다. 아, 진짜 솔직히 제가 쓰리피스 수트 너무 좋아하거든요. 조끼가.......뭐랄까 넓은 어깨를 강조하는 것도 좋아하고. 자켓 입었을 때도 더 멋진 것 같아서요. 이런 제 마음을 또 읽어주신 것이지요. 으흐흐... 그저 저는 침만 줄줄 흘리며 프렉님과 카카시씨를 찬양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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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7편의 카카이루. 전 꽤 억지스러운 카카시씨를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소극적인 제 안의 이루카씨를 끌어내려면 웬간한 억지가지고는 되지 않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 너무 좋아합니다 프렉님. 아시겠어요? <<-

여담이지만 카카시가 어린시절 길렀다는 토토는 모델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학교 뒤뜰에 동물을 키웠는데, 제가 동물을 좋아해서 자주 당번을 맡았거든요. 그때 검정 토끼 한 마리가 있었는데 하여튼 성격 더러운 그런 토끼였어요. 생긴것도 진짜 못생겼음. 근데 이상하게 애정이 가서요........잇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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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이었을 것 입니다. 수익을 내는 카카시씨. 네....사업가시니까요. 수익을 내고 계신 것입니다. 흐앙♥
그림 한장을 그리셔도 이런 설레는 것만...프렉님도 참.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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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대행의 카카이루 입니다. 머리 모양도 다양하고...아, 거기다가 일단 그냥 너무 멋지고 예쁘지 않습니까? 핡핡... 프렉님은 아무래도 제 머릿속을 드나드실 수 있는 무슨 프리패스 같은 걸 가지고 계신가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글로도 표현 못한 카카이루를 이렇게 완벽하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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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 보면 볼 수록 더 좋아져...프렉님, 프렉님의 은혜로운 그림을 볼 수 있게, 거기다 홈페이지로 데려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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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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