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IRU ONLY 페러렐 90% 이상 분포 주의
※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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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라고 해도 좋을 늦은 밤, 귀한 양반 마님과 천한 노비 돌쇠가 남몰래 배가 맞은 그 날 이후.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하타케가의 식솔들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게 제 소임을 다 하였다. 작은마님이 갑자기 앓아누워서 걱정을 하였지만 다행이도 건강한 몸은 금새 이불을 털고 일어났다. 늘 그랫듯이 바지런히 집안 식솔들의 먹을 것을 챙기고 늙은 시어미와 서방의 수발을 든다. 이따금씩 큰마님 방에서 큰 소리가 나기도 하였지만 하타케가에서 그것이 어디 특별한 일이나 되겠는가. 왜 애를 못배냐, 네가 덕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 그런 호통이 들려와도 못들은 척 봐도 못본 척. 오랜시간 하타케가에 목을 대고 있으면서 그런 현명함을 얻어 온 식솔들은 그저 열심히 제 몸을 움직였다. 각각이 품은 그 속 사정이 어찌하던 간에 아무 말 없이 그저 계절만이 무심하게 변해간다. 한낮을 비껴간 시각인데 조금 움직인 것 만으로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6월 초. 동네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일을 부려도 그 넓은 땅데기에 농사일을 하려면 쉴 틈이 없다. 파종했던 벼를 다 이양하려면 앞으로도 삼일은 꼬박 이 고생을 해야할 것이다. 나이 든 노인들은 벌써부터 허리가 쑤신다며 앓는 소리를 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곡을 시작하였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올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나 모춘 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우나
정선읍네 물레방아는 사시장철 물을 안고 뱅글뱅글 도는데 우리집 서방님은 날 안고 돌 줄을 왜 모르나.
이루카는 멀리서 들려오는 마을 사람들의 걸쭉한 목청소리에 희미하게 눈을 떴다. 다들 논일을 나가 인기척이 없는 집. 닫혀 있는 장지문으로 들어오는 빛으로는 몇시인지를 가늠할 수 없었으나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다. 이루카의 작은 뒤척임에 뒤쪽에서 뻗어나온 단단한 팔이 감은 허리를 더 꽉 끌어안는다. 빈 손은 아무렇게나 뻗어있는 통통한 허벅지 사이에서 안쪽의 부드러운 살을 쓸고 있었다. 굽혀진 무릎과 허벅지 위쪽 아슬아슬한 곳까지 기어올라와 잡히는 살을 가볍게 꼬집어 튕기고 달래듯 쓰다듬기를 반복. 누구의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정액과 땀으로 더러워진 다리사이를 애무하는 은근한 손길에 힘없이 늘어져 있던 고개를 들어 뒤로 제친다. 직선으로 뻗은 쇄골과 넓은 어깨가 뒷통수에 닿았다. 이루카의 등은 근육이 선 가슴과 배에 단단히 밀착되어 있었다. 땀에 젖은 그 흰 피부에 살이 부대끼는 선뜩한 감촉. 귀 가까이서 들리는 숨소리에 다시 눈을 감는다. 몸 안에는 여전히 정사의 여운이 남아 날 선 성감을 자극하였다. 젊은 몸은 쉽게 달아오르는 법이다. 그것은 돌쇠도 마찬가지. 만지고 핥아도 느껴지는 이유모를 부족함에 돌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이루카가 몸을 떨며 다리를 오므려 허벅지를 비비면 다리에 머물러 있던 돌쇠의 손이 납작한 배를 타고 올라왔다. 돌쇠는 이완된 채로 힘없이 등을 기댄 어깨에 입술을 떨어트리며 가슴께를 어루만졌다. 유두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가슴 전체를 쓰다듬으며 이따금씩 꽉 그러 잡아 문지르기도 하였다. 지방으로 가득찬 큰 유방은 아니다. 살 보다는 날씬한 근육이 선 평평한 가슴이지만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운 근육은 탄력이 있고 느끼기 쉬워 사내의 손길에 온순한 것이다. 바짝 선 유두를 빨아주면 울면서 성기 끝에 정액을 흘리기까지 하는 것을 돌쇠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결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는 손길에 애닳은 신음을 흘리던 이루카는 고개를 돌려 기어이 돌쇠의 이름을 입에 댔다.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부른다.
“아응... 아... 카카시...”
그러면 돌쇠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안고 있던 마님을 바닥에 쓰러트렸다. 돌쇠가 마님의 몸을 아는 만큼 마님 역시 돌쇠를 아는 것이 당연지사. 예상대로 느긋하던 손길이 돌연 다급해진다. 엎드린 채로 엉덩이만 솟게한 자세에서 여전히 몸은 딱 밀착한 채였다. 사내의 정을 받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 구멍은 아직도 느슨하게 열려 꿈틀대고 있다. 돌쇠는 벌써 반쯤 선 물건을 엉덩이 사이에 끼워 문지르며 마님이 원하는 대로 젖꼭지를 마음껏 주물렀다. 동시에 허공에 흔들리고 있는 성기에도 성급하게 손을 뻗는다. 갑자기 민감한 성감을 한꺼번에 자극받고 남근을 끼고 있던 엉덩이가 유연하게 흔들렸다. 제가 싸 넣은 정액이 구멍을 타고 흘러나와 엉덩이와 허벅지를 흠뻑 적신지 이미 오래. 돌쇠는 이미 한차례 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 성기를 지체없이 그 안으로 밀어 넣었다. 힘든 굵기의 남근은 역시 쑥 하고 쉽게 들어가 주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고생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남근을 물고 가쁜 신음을 내쉬며 아랜입술을 핥는 혀가 뜨거운 시선에 들어온다. 평소의 맑고 청순한 자태에 입혀진 음란한 치태. 질리기는 커녕 더 보고 싶은 그 광경에 구멍속에 파묻혀 있는 돌쇠의 물건이 한층 더 크기를 더하는 것도 당연하였다. 돌쇠는 하체에 힘을 꽉 주고 허리를 움직였다. 마음만 먹으면 죽을 때까지 이 몸을 저지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윽, 학, 앙...조, 아, 흐흑, 아, 좋아...흑, 흐윽, 아앙...”
“크읏...이루카, 윽...좋아?..”
“흑...으응...응, 조, 좋아, 아흐읏..아, 더, 아아..”
평소에는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전의 이름도, 천한 말도, 몸을 부대끼고 있는 중 만큼은 허락된다. 이루카. 돌쇠는 몇번이고 제 가슴을 뜨겁게 하는 그 이름을 불렀다. 시집 오기 전에 불렸던 그 이름을 먼저 불러 달라 간청했던 것은 이루카였다. 돌쇠를 카카시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 마님인 것처럼 마님을 이루카라고 부르는 사람 또한 돌쇠가 유일하였다. 금기를 깨는 것에 대한 암묵적 동의는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이 벌써 몇번째의 정사던가? 그 밤으로부터 이제 고작 한달 정도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세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서로의 몸을 그리고 만지고 뒤채었다. 평생 가슴 속에만 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모의 정을 확인한 참이다. 그 애닳은 연정에 서로를 보기만 하여도 욱신욱신 몸이 달아오르니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돌쇠는 마루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던 마님을 집 뒷산 대나무 숲으로 끌고가 가슴과 엉덩이만 내놓게 한 채 시달리게 하기도 하고, 나무 욕조에 몸을 가라앉히고 있는 흰 속옷 차림의 마님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그것은 낮과 밤을 가리는 그런 정사는 아니었다. 타인의 시선이 없는 것을 노리고 먹이를 낚아 챈 짐승처럼 그 육체를 정신없이 탐하였다. 그러나 어찌 이 모든 일이 한쪽 뜻으로만 이루어졌겠는가. 손뼉 소리도 양손의 합이 맞아야 나는 것이다.
“하윽, 헉, 아응...흑, 아웃..허억, 아..!”
나무기둥에 숨어있는 돌쇠가 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향해 더 보란듯이 탐스러운 엉덩이를 흔들며 마루를 훔치던 마님은 어떠한가. 카카시라는 이 종놈이 저에게 시뻘건 욕망을 품고 있는 사내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지금부터 목욕을 할테니 물을 더 데워줬으면 좋겠다고 볼을 붉히며 부탁을 하는 의도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말이나 어떤 약속이 없이도 서로의 의도는 그렇게 은밀하게 맞물렸다. 늦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산책을 할 때 그 넓은 집에서 두 사람이 딱 하고 마주치는 일이 많은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에 더 가까웠다. 돌쇠는 거칠게 성기를 빼내고 엎드려 있던 마님의 몸을 다시 바로 뉘였다. 다리 한쪽을 들어 어깨에 걸치고 삽입을 하면 성기가 닿는 위치가 달라져서 그런지 내뱉는 신음이 한층 더 화려하였다. 바닥을 배회하던 손이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던 옷가지를 꽉 붙든다. 돌쇠는 그 손을 잡아 제 허리에 돌렸다. 사정없이 남근을 조이는 애널의 뻑뻑함에 낮게 신음하면서 방해가 되는 옷가지도 방구석에 던졌다. 날아간 옷자락이 빈 놋그릇에 맞아 짤강거리는 소리를 낸다. 소리가 난 곳으로 힐끗 시선을 준 돌쇠는 작은 소반에 놓인 빈 밥그릇을 보고 정욕에 젖은 입술 끝을 비틀어 올렸다.
이쯤되면 한가지 의문이 든다. 이양 시기가 되어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다들 논으로 나가 일을 하고 있는 이 때에, 왜 돌쇠는 작은 마님의 방에 있는가?
“저... 돌쇠야. 오전 일이 끝나면 잠시 오너라. 다들 바쁜 것은 알지만 오늘 중으로 보내야 할 것이 있구나.”
오늘 이른 아침, 작은마님이 돌연 돌쇠를 붙들어 세웠다. 아침해의 상쾌함을 머금은 마님의 얼굴은 맑고 고요한 것이다. 돌쇠는 알겠다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사람들과 함께 논으로 나갔다. 마님과 돌쇠의 대화를 들은 도현 애비가 혀를 쯧 찬다. 작은마님이 앓고나서 큰마님에 대한 적대감을 은연중에 드러내게 된 청향이도 불만을 하였다. 이유인 즉 집에도 못가보는 작은 마님이 불쌍해서 못봐주겠다는 것이다. 작은마님이 이렇게 아랫것을 부르면 백이면 백 친정에 관한 일이었다. 시집와서 친정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작은마님은 효심이 깊기도 깊어 친정에 계신 할아버님께 편지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 친정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산 하나만 넘으면 되는데 한번 가보지를 못하니 열심히 편지라도 적어 보낼 수 밖에. 하타케가 가솔중에는 작은마님 편지 심부름 안해본 자가 없었다.
“돌쇠 너는 좋겠다. 나도 논일 안하고 편지 심부름이나 했으면 좋겠다.”
툴툴대는 청향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상전 심부름 하는 것이 뭐가 그리 좋은 일이냐만은 이 주에 한번, 빠르면 일주일에 한 번 왕복해야하는 편지심부름은 귀찮다기 보다는 사실 즐거운 것이다. 여자 걸음으로도 왕복 두시간이 안걸리니 느긋하게 다녀온대도 무어라 재촉하는 사람이 없고, 무엇보다 작은마님의 친정에 가면 하타케가에서 사람이 왔다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우미노가는 양반댁 치고는 작고 소박한 집이다. 집에 들어가면 작은 마님의 조카라고 하는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나와 우리 고모님은 어찌 지내시는가를 끈질기게도 물어대었다. 아스마라고 했던가 겐마라고 했던가, 마님의 사촌이라는 그 젊은 양반들도 방 한칸씩을 잡고 살림을 내어 함께 산다고 하니, 하여튼 가난해도 웃음이 끊기질 않는 집이었다. 썰렁하고 삭막한 집에서만 살아 본 하타케가 가솔들은 어쨌든 그 소담스럽고 풍성해 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것이다. 물론 편지를 건네고 집에 돌아갈 때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엉엉 울며 나도 데려가라 곡을 하는 노란머리 조카님을 떼어내는 것이 깨나 힘들기는 하지만서도.
돌쇠는 땡땡 내리쬐는 햇볕아래서 일을 하다가 적당한 때를 봐 집으로 길을 잡았다. 이제 고작 서 너 시간 몸을 움직였을 뿐인데 벌써 옷이 땀으로 다 젖었다. 태양 아래서도 잘 타지 않는 흰 살갗 덕에 시원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서도, 원래 돌쇠는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다. 도끼질 하는 중에 웃통을 훌렁훌렁 벗어 던졌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더워 죽겠다. 아직 여름 초입일 뿐인데 벌써부터 이러니... 돌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냇가에 잠시 멈춰섰다. 소매를 걷어 부치고 팔에 말라 붙은 진흙 덩어리를 씻어낸다. 김에 머리도 처박고 오른 열을 식혔다. 생각 같아서는 등목까지 했으면 좋겠는데 거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긴 하지만 남 앞에서 함부로 웃옷을 벗지 말라던 작은마님 분부를 생각하면 그냥저냥 참을만 하였다. 돌쇠는 젖은 상의를 비틀어 짜내면서 저도 모르게 실실 웃었다. 작은마님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날 밤 일은 잊을래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방문을 열고 달을 바라보고 있던 마님을 인기척이 없는 곳으로 끌어들인 것은 돌쇠였다. 혹시 귀한 마님이 천한 종놈 물건을 잘못 물어서 병이 난 것은 아닌지 내내 전전긍긍하였던 것이다. 제가 잘못한 것이 있지 않고서야 귀하고 고상한 마님이 이리 앓아 누울 리 없다. 문자 하나 모르는 무식한 놈이 고상한 말을 지어내는 재주가 있을 리 없고, 제 물건이 아파서 그런것입니까 싫어서 그런 것입니까 묻는 말에 작은마님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말을 더듬었다.
내, 내가 앓은 것은...그..그것이 아니고....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인지 작은마님은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였다. 그래도 결국 돌쇠는 답을 얻어내긴 하였다. 다만 그 답의 형태가 말이 아니었을 뿐. 숫제 울기라도 할 듯 눈썹을 내리면서 답을 망설이던 작은 마님이 돌연 돌쇠의 옷자락을 와락 붙들어 입술을 겹쳐오니, 기실 이것이야말로 말보다 더 좋은 대답이 아니겠는가. 닫혀 있는 입술을 가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아니하였다. 길고 짙은 입맞춤 후에 넓은 등을 꼭 껴안으면서 네가 남 앞에서 웃옷 벗는 것이 싫다고 그리 어여쁜 투정을 하시는데 돌쇠 제까짓것이 그 말씀을 어찌 거스르랴. 찝찝하고 더운 것을 꾹 참고 집으로 돌아와서야 옷을 갈아입었다. 아무래도 심부름을 하게 될 것 같으니 나름 옷 매무새를 가다듬기도 하였다. 머리카락은 여전히 물기를 머금은 채 축축하게 늘어져 있었지만 날이 더우니 그냥 두어도 금방 마를 것이다. 마님의 방 앞에서 제가 왔다고 고하면 금방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당장이라도 다가가 끌어안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그 앞에 무릎을 꿇어 앉는다. 볕이 잘 드는 방 안에 달콤한 분위기는 없다. 아무리 살을 섞은 사이라 하여도 반상의 법도는 지엄하였다. 눈 앞에 있는 작은마님이 제가 평생을 극진히 아끼고 모셔야 할 웃전이라는 것 또한, 바뀌지 아니할 운명이 틀림 없었다. 기실 돌쇠는 상전을 지극히 모셔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사내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떠돌이 생활을 하였고 하타케가에 들어와서도 웃전을 가까이서 모시는 일은 하지 않았다. 모실 웃전이 많은 집이 아니었을 뿐더러, 또 그 웃전님들이 죄다 몸이 불편하여 바깥출입을 잘 하지 아니하니 애초에 웃전이라는 걸 볼 일조차 많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두 년 전에 이 집에 시집을 온 작은마님을 제외하고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돌쇠는 제게 웃전이란 예나 지금이나 작은마님 뿐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를 죽이고 살리는 것은 오로지 이 작은마님 뿐이다, 이런 말이다. 돌쇠는 마님이 내미는 종이 봉투를 소매에 집어 넣었다. 마님은 집안일이 바쁜 시기에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것이 미안하다며 상전답지 않은 사과를 하였다. 그 상냥하고 어여쁜 마음이 다시 가슴께를 간지른다. 이번에야말로 손을 뻗게 될 것 같아 돌쇠는 서둘러 자리를 뜨려하였다. 그러나 그런 시도도 작은 마님의 만류에는 금새 기력을 잃는다.
“저.. 돌쇠야. 점심은 들고 일 하였느냐?”
“아뇨. 아직...”
“시장하지 않니? 그럼 이거라도 한 수저 들고 가거라.”
마님은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하면서 돌쇠의 앞에 작은 소반을 내어 놓았다. 다소곳하게 상을 내는 그 자태가 꼭 서방 앞에 상을 내는 색시 꼴이다. 소반을 덮고 있던 흰 천이 걷히니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코끝을 간지렀다. 흰 쌀밥과 고기를 넣은 뭇국, 그리고 김치와 탁주 한사발. 언제 이렇게 준비해둔 것인지 국은 여전히 희미한 김을 내뿜었고 고슬고슬 하얗게 올려진 쌀밥에서는 윤기가 흘렀다. 오늘 아침 마님이 저를 불러 세운 것은 편지 심부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필시 이 소반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돌쇠는 제 몫으로 내어진 쌀밥과 고깃국을 물끄러미 응시하였다. 확실히 천것들은 쉽게 맛보지 못하는 귀한 음식이다. 마님은 여전히 시선을 돌려 지긋이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돌쇠는 마른침을 삼켰다. 물론 음식이 탐이나 그런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제게 음식을 들고 찾아와 이것 먹어봐라 저것 먹어봐라 아양을 부리던 처자들을 모르는 척 쫓아내던 돌쇠였지만,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그 음식의 의미를 몰랐으랴. 물론 마님은 그네들처럼 교태를 팔거나 하지는 아니하였다. 어디까지나 점잖고 조심스럽게 시장하지 않냐 묻고는 그렇다고 하면 어딘가 몰래 숨겨둔 소반을 내밀었다. 그 장소는 뒤뜰이기도 하였고 때로는 빈 채로 놓아둔 별채이기도 하였다. 돌쇠는 작은마님이 내미는 쌀밥을 거절 한 마디 없이 다 받아 먹었다. 마님이 건넨 흰 쌀밥을 먹는다는 것. 그 의미를 아는 사내 입에서 어찌 싫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렇게 쌀밥을 먹은 날 밤이면 돌쇠는 제 묵직해진 아랫도리를 견디지 못하고 어김없이 마님의 방문을 열었다. 따로 허락은 필요치 않았다. 이미 깔려있는 요 가운데에 흰 속옷 차림으로 다소곳이 앉아있는 마님은 마치 초야를 앞둔 새색시 마냥 청순하고, 돌쇠는 그런 마님을 요 위로 쓰러트려 안는 일에만 신경을 쓰면 되었다. 마님이 주는 기름진 쌀밥과 고깃국은 분명 신통방통한 구석이 있었다. 밥알 위를 흐르는 기름 때문인가, 아니면 짐승 고기 때문인가? 먹고나면 한층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귀한 밥상 만큼이나 향기로운 구멍속에 제 정액을 잔뜩 뿌려 놓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듯 하였다. 단전으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 오는 시뻘건 욕심과 그 욕심을 불러 일으키는 밥상. 이제는 그 밥상을 보는 것만으로 벌써부터 아랫배가 쑤시고 침이 고인다. 돌쇠는 주저 없이 수저를 들어 푹푹 쌀밥을 떠 먹었다. 국도 남김없이 후루룩 넘겼다. 도정한 쌀은 맛이 구수하기도 하거니와 고깃국이며 익은 김치와도 잘 어울렸다. 남은 탁주를 한번에 다 들이키고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면 소반위에 남은것은 빈그릇 뿐이었다. 지금까지 다섯번, 이렇게 소반을 비웠다. 돌쇠는 이 횟수만큼은 기억을 하고 있었다. 정사를 나눈 수는 그보다 더 많지만 역시 특별한 것이다. 이런 날 밤 정사는 정사라기보다는 교미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한층 격렬하였다. 짐승들처럼 게걸스럽게 몸을 얽고 정액이 나오지 아니할 때까지 몸을 부대꼈다. 제 허리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허리를 흔들며 스스로 가슴과 성기를 애무하던 마님. 평소의 단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입 안에 남근을 무는 것도 서슴지 아니하니 돌쇠는 뒷골이 뻣뻣해졌다. 꽁꽁 숨겨져 아무도 몰랐던 작은마님의 욕망을 아는 것이 저 뿐이라 생각하면 저도 어쩌지 못할 우월감과 독점욕이 솟아오른다. 그 병신 서방도 알지 못하는 마님을 아는 것은 오로지 저 뿐.
돌쇠는 마님을 바라보는 제 눈빛이 화상이라도 할 듯 뜨겁고 날카롭다는 것을 잘 몰랐던 것이 분명하다. 누가 수발하지 않아도 복스럽게 수저질을 하는 수려한 얼굴을 넋 놓고 보던 마님이 그만 깜짝 놀라 시선을 피하고 만다. 이런 대낮에 보기에는 너무 위험한 눈빛에 볼까지 발그래하니 물들인 채로. 저 볼을 만지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행동은 빨랐다. 소반을 넘어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갑작스러운 행동에 가슴을 밀어내는 것을 제압하고 턱을 비틀어 연다. 그는 벌어진 입술에 망설임 없이 혀를 집어 넣고 안을 휘저었다. 민감한 입천장을 혀 끝으로 간지르면 닿은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촉촉한 질 내의 감촉과 부드러운 살덩이에 도취된다. 옷고름을 풀어 드러난 가슴에 입술을 대었다. 마님은 놀라기는 하였으나 이런 상황을 아주 예상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늘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하지는 않은, 형태가 좋은 손이 돌쇠의 어깨와 등을 어루만진다. 향기로운 몸은 한번 손대면 떼기 어렵고, 돌쇠는 유두를 혀끝으로 간지르며 시간을 가늠하였다. 발걸음을 재촉하면 한시간이면 족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아응...아....”
신음 소리 하나, 작은 몸짓 하나에 몸이 휘청휘청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눈 앞이 뜨거운 무엇인가로 드리워지고 심장 밑바닥으로 서서히 침몰한다. 베일 듯 날이 선 침묵을 대신하여 양팔로 눈 앞의 육체를 있는 힘껏 끌어 안는다. 쌀밥과 고깃국에 숨겨진 벌거벗은 격정. 그 보다 더 깊은 제 욕망에 현기증마저 일었다. 소중하고 소중한 마님. 착하고 어여쁜 마님. 다 가지고 싶다. 전부 제 것이다. 이 둥글고 깊은 눈동자에 잡히는 것은 오직 저여야만 한다. 제가 평생을 모실 웃전이 오직 마님 한 사람인 것처럼.
“이루카, 이루카.”
반쯤 풀어헤쳐진 옷자락에 손을 깊숙히 집어넣고 이루카의 아랫배를 더듬는다. 탄력적이고 날씬한 아랫배. 아직 하타케가의 작은마님이 애를 뱄다는 소식은 없다. 작은마님은 여전히 늦은밤 병신서방의 방에 들낙거리는 중이었다. 마님이 서방의 방으로 사라지면 돌쇠는 땀이 솟아난 손바닥을 오그려 주먹을 꽉 쥐고 잠들지 못하였다.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 꿈틀거리는 응어리에 등 뒤로 줄줄 식은땀이 흘렀다.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가. 돌쇠는 마님을 품고 지금껏 한번도 밖에 사정을 한 적이 없었다. 일부러 성기를 더 안쪽으로 밀어 넣을 궁리만 하였다. 빨리 애가 서야 그 병신에게로 가는 일도 없어질 것이 아닌가. 그것을 생각하면 돌쇠는 하루에 열 두번도 더 눈이 시뻘개졌다. 자꾸 제 안의 뭔가가 고장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견딜 수 없었다. 성급하게 바지의 매듭을 풀고 마님의 엉덩이 사이를 만졌다. 전희도 없이 파고 들어오려는 움직임에 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보다는 빨리 그 안쪽에 닿고 싶었다.
심중에 타는 불은 무슨 물로 꺼 주려나
신농씨 꿈에 보고 불 끌 약을 물었더니
임으로 하여 난 병이라 임이 아니곤 못 고치네
바람같이 이루어진 정사 뒤, 밖에서는 여전히 일꾼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돌쇠는 그 가락을 들으면서 우미노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초여름의 긴 해는 여전히 하늘 높이 떠 있고 그에 맞춰 들려오는 곡조 소리도 한층 높아진다. 귀에 익숙한 노래를 따라 흥얼거려 본다. 그러나 사내의 심장을 태우기 시작한 불길이 어찌 쉬이 기세가 잡히랴. 기름진 음식과 술에 아직도 배가 든든한데 알 수 없는 허기가 졌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무칙칙한 감정이 마음을 잠식해나간다. 갈 길을 잃은 그 감정은 응어리진 채로 단단한 족쇄를 채우고 있었다. 은애하는 마님을 껴안으면, 얼굴 본지도 오래된 주인마님의 방문을 바라보면, 그 족쇄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철컹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이 소리를 자각한 것이 언제였던가. 당장이라도 뜯겨질 것 같은 그 소리는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 섬뜩하였다. 언제 그것이 터져나올지, 터져나온다면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날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심연으로 저를 빨아들이는 그 감정을 그저 그리움일 뿐이라 속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스스로를 속일 수 있을까.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어둠속에 두 사람을 은밀히 가라앉혀 줄 밤은 아직 멀어보였다. 빨리 편지를 전달하고 돌아와 다시 마님을 끌어 안고 싶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 몸과 마음이 제 것이라고 확인하고 싶다. 그리하면 저를 들볶는 이 시끄러운 쇳소리도 조금은 가라 앉을지 모른다. 서둘러 편지를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 우연히 관노인 야마토를 만나 잡담을 하였다. 무슨 말을 하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관아 사정이니 뭐니 타애 없는 세상이야기였을 것이다. 여느때 같으면 같이 연초를 태우거나 막걸리라도 한잔 하였을지 모르는데 뿌리치고 주인집으로 돌아왔다. 제 목을 에는 조갈증에 허겁지겁 냉수 한 사발을 들이켰다. 그러나 그 조갈증은 물로는 도저히 달랠 수 없는 것이라. 그 병신은 대체 언제쯤 죽어 주는 것인지.. 돌쇠는 젖은 입술을 훔치며 멍하니 생각하였다.
이 사모와 은애의 마음은 대체 어느곳을 향해 있으며 어디에서 멈추려는가. 그 끝에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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