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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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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프렉
카카시가 우미노 이루카라는 청년에 대한 서류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삼일 후였다. 데스크에 올려진 서류는 바네사의 꼼꼼한 성격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 두툼했다. 카카시는 틈이 날 때마다 그 보고서를 읽었다. 서류 안에는 이루카의 부모님에 대한 정보부터 시작해서 이루카가 살았던 시설의 재무재표까지 있었다. 초,중,고 성적표나 건강검진표같은 이루카의 개인정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쯤되면 자신이 고용한 사람의 능력에 순수하게 감탄이 들 지경이었다.
그는 픽 웃으면서 서류 사이에 끼어 있었던 해바라기 그림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루카가 중학생 때 전국 사생대회에서 입상했던 그림이었다. 수상작들을 모아낸 책자에서 스크랩을 한 것인지 그 그림만 종이의 질이 달랐다. 가방 속에서 아르놀트 하우저의 저작을 발견했을 때 그림에 관심이 많구나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손재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미술은 돈이 드니 어쩌니 해서 포기한 케이스였을 것이다. 그는 그림을 데스크 근처에 세워두고 아직 반 이상 남은 서류를 휘리릭 넘겨보았다. 이것을 다 검토하면 그는 이루카보다도 더 이루카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될 것이 분명했다. 사실 이때 그는 며칠 내로 시간을 내서 이루카를 보러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상황은 그다지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더 일이 풀리지 않는다. 카카시는 눈 앞에 산처럼 쌓인 서류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는 대개 믿음직한 사람들을 써서 부하들에게 재량권을 주는 편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스타더스트 패밀리의 경영자쯤 되면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허락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그는 업계 천재로 일컬어지고 있는 입장이었다. 스타더스트 내에서도 직접 카카시가 움직여주길 바라는 사람은 많았다.
그는 아침에 카지노 매입건으로 날아온 서류 하나를 집어들었다. 두바이의 카지노 사업은 오랫동안 카카시가 눈독 들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개인적 취미가 다분히 녹아있는 투자였지만 생각보다 뛰어난 수익성에 이사회에서 승인이 났다. 경영자가 파산 직전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그는 입찰경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입찰가가 워낙 높았던데다가 카지노의 유지 보수비가 만만치 않아서 경쟁자는 적었지만, 그 적은 경쟁자들이 또 만만치가 않았다. 그는 이를 위해서 아랍 고위인사들과 현지 건설사, 법조인, 정치인 뿐만 아니라 미국 의회에 까지 로비를 해야했다. 왜 하필 이때 입찰 승인이 났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입찰 된 이상 카카시는 꼼짝 없이 두바이에 가야 할 운명이었다. 그간 여러모로 도움을 받은 두바이 인사들을 만나고, 그김에라고는 하기 뭐하지만 잠시 비워 둔 미국 본사와 인도양 플랜트 건설 현장까지 돌아보고 오면 어느새 한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그는 생각했다. 자신에게 보여주던 경계심을 무장해제시키고 온전히 자신에게 길들여진다면, 그때 그 우미노 이루카는 어떤 표정을 지어줄 것인가. 그는 그런 것들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꽤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상대를 눈 앞에 두고 그는 일종의 승부욕조차 느꼈다. 스스로도 한심하지만 한달 동안 일하면서 생각한 것들은 대개 이런 것들이었다.
".....그걸 이제서야 알겠어? 나 지금 수작 부리는거야. 너랑 연애 좀 해보려고."
그리고 사태는 지금에 이른다.
이루카는 완전히 넋이 나가서 카카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카시는 그 나름대로 이 시점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다. 사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갈 생각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연애를 해본적이 없는 그는, 어떻게 하면 이루카를 꼬실 수 있을지 좀 막막했지만 그래도 좀 더 느긋하게 해 나갈 작정이었던 것이다. 평소에도 논리적으로 일을 진행해 나가는 그 다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루카가 끼어들면 아무래도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이루카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통감했다. 설마 이런 유치한 대사들을 내뱉게 될 줄은 그 조차도 몰랐었던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관해서는 둔하디 둔한 이루카의 성격이 크게 한몫을 했다. 게다가 고집불통에 자존심이 쇠심줄 보다 셌다. 바네사에게 맡겼던 일당 문제가 튀어나오리라고는 그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적당히 넣어.
-알겠습니다.
카카시가 보통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 얼마를 받는지 알바는 아니었다. 그는 전철비가 얼마인지 서민들의 평균 점심식사비가 어떻게 되는지 몰랐다. 하물며 애인대행의 일당 따위야.
카카시는 바네사에게 계좌번호를 넘겨주었던 때를 떠올렸다. 바네사는 물론 이루카의 일당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했고 제 주인이 말했던 것처럼 '적당히' 넣었다. 사실 30만엔은 카카시에게는 돈으로도 느껴지지 않는 금액이었다. 30만엔이 입금 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지만, 사실 이루카를 그 난리통 속에 집어넣었던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돈처럼 여겨졌다. 물론 이런 카카시를 이루카가 이해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래서 그 토식인지 토순인지......”
이루카는 어느새 팔짱을 끼고 카카시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는지 표정은 짜게 식은 채였다. 그런 표정까지 귀엽다고 생각한 것을 보면 확실히 중증은 중증이었다. 그는 혀를 차고 답했다.
“토식이 어쩌고가 아니라 토토.”
말을 정정해주면 이루카는 금새 발끈해서 얼굴을 붉히고 소리쳤다.
“어쨌든요! 눈 삐었어요? 무슨 망상증 같은 거 있으신 건 아니죠? 설마 제가 머리 길렀다고 여자애로 보이고 그래요?”
“설마. 건실한 청년으로 보여. 그리고 토토 무시하지 마. 토토도 훌륭한 수컷이었어.”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그럼 뭐가 문제야? 내 눈에 그렇게 보였다는데.”
이루카는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문제거리라면 수두룩해 보였는데 어쨌든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이루카는 카카시를 이기기는 어려웠다. 원인이라면 많았다. 카카시는 날선 사업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왔고, 둘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연륜의 차이도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삼십대 남자다. 올해 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루카가 어찌 해볼 수 있을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카카시 본인이 가진 능청스러움이나 뻔뻔함도 원인 중 하나였다. 흥분해봤자 점점 더 수에 말려들 것이라 생각했는지 이루카는 작은 숨을 내쉬고 애써 차분한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농담도 좀 작작하세요. 여, 연애라니 말이 돼요? 약혼자도 있는 분이 정말 왜 이러세요?"
얼굴을 붉히면서 연애라는 부분에서 말을 더듬는게 또 병적으로 귀엽다.
"스즈메는 친구라고 말 했잖아.”
“그런 말을 누가 믿어요?”
카카시는 이루카가 자신을 무슨 발정난 양아치쯤으로 보고 있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저번에 스즈메가 쓸데 없는 말을 한 탓이다. 어차피 다 지난 일을 그렇게 구질구질 꺼내들다니 이래서 여자는 안된다. 그는 혀를 차고 핸드폰을 꺼내 번호 하나를 찍었다. 말 없이 통화를 스피커폰 모드로 바꾸자 이루카가 당황한 듯 물었다.
“뭐예요?”
“스즈메야. 못믿는 것 같아서 직접 통화하게 해주려고.”
“우왁! 미쳤어요??”
카카시의 말에 이루카는 기겁을 하고서는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황급하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는 손을 카카시는 그대로 잡아 끌었다. 또 뿌리치려고 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손에 힘을 주면 이루카는 곧 울상이 되었다. 전에도 느낀거지만 이루카는 타인과 신체가 닿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잡을 때마다 몸을 뒤로 빼고 도망갈 태세를 취했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뒷모습이 지금의 이루카의 모습에 겹쳐졌다. 이래서는 본인이 아무리 토토랑 안닮았다고 깡깡대도 설득력이 없었다.
“제발 이렇게 덥석덥석 잡지 마세요!”
"자꾸 도망가려고 하니까 그렇지. 그냥 밥이나 먹자는 거잖아. 그렇게 싫어?”
“싫어요. 제가 왜 댁이랑 밥을 먹어요? 저 바쁘다고 했잖아요!”
“오, 우연이네. 사실은 나도 굉장히 바빠. 설마 그런 내가 여기까지 와서 농담따먹기 할 정도로 한가해 보이는 건 아니지?"
그의 말에 이루카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빤히 올려다봐오는 시선은 분명한 수긍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카카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느꼈다. 서로의 의도가 잘 맞물리지 않는 말장난같은 대화가 신선하고 재미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절이었다.
"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카카시는 이루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약간 짜증이 났다. 그는 이루카의 귀 근처에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우미노 이루카. **년 5월 26일 나고야 출생. 키 178, 체중 66kg. 아버지 성함은 우미노 잇카쿠, 어머니는 우미노 코하리. 일곱살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카나가와현 코노하 고아원에 입소. 친척은 없음. 열 다섯살 때 고아원 파산 후 도쿄 상경. 코노하 초등학교, 카와다 제2 남중, 남고 졸업. 올해 봄 장학생으로 **대학교 수학교육과 입학. 더 해줘?"
이루카는 사색이 되어서 카카시에게 잡힌 주먹을 바들바들 떨었다. 손을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당장 이 주먹으로 한대 맞았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화가 났는지 응대하는 이루카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물론 카카시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사람 뒷 조사까지 해요? 혹시 뭐 조폭이나 일수 같은 거 하세요? 그럼 사람 잘못 짚으셨어요. 저 돈같은 거 대출한 적 없고 뜯어 먹을래도 아무것도 없어요."
"알고 있어. 정말 열심히 살았던데."
"........."
“일수하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더더구나 조폭은 아니니까 염려 붙들어 매.”
“아......진짜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정말.”
이루카의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은 재앙이나 다름 없는 것일까.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이제는 숫제 애원하는 투가 된 이루카를 보자 그는 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최대한 무표정으로 있으려고 했는데 웃는게 티가 났는지 빠득 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자신에게는 새디스트적인 기질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쩐지 관심이 가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초등학교 남학생의 마음을 그는 서른이 넘어서야 드디어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그대로 이루카를 끌고 허름한 맨션 복도를 뚜벅뚜벅 걸었다. 그가 이루카를 끌고 가는 건 두번째였다. 갑작스러운 카카시의 행보에 놀라서 그대로 질질 끌려가던 이루카는 맨션 계단을 내려오는 즈음에는 정신을 차렸는지 몸을 파득거렸다. 이루카의 발길질은 과연 스즈메의 발길질과는 차원이 다르게 아팠다. 내일 보면 멍들었을수도. 들여다본 이루카의 얼굴은 이제 거의 울 기세로 구겨져 있었다. 제 억지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불쌍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카카시도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어, 어디로 가려고요!"
"그러니까 밥 먹으러 가자구. 당장 사귀자고는 안 해."
나름대로는 젠틀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글렀다. 이루카는 기어이 살려달라는 비명을 질러댔다. 정말로 싫은지, 이 정도로 격렬하게 발버둥치면 자연스럽게 오기도 생겼다. 남자가 칼을 뺐으면 무라도 썰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는 큰 손바닥으로 이루카의 입을 막고 생각보다 가는 허리를 끌어 안았다. 그렇게하면 기분 좋다고 생각했던 은은한 비누냄새가 났다.
“읍!!! 읍!!!”
“제발 얌전히 좀 있어. 사나운 것도 똑같네.”
더 화낼 것 같아서 토토의 이름은 일부러 뺐다. 그는 그대로 이루카를 차 조수석에 처박아 넣고 운전석에 앉았다. 지치지도 않고 꽥꽥대는 이루카를 무시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엄청 기세 좋은 목소리 내는 주제에 차 구석에 그렇게 처박혀서 웅크리고 있는 건 또 뭐야. 그는 조수석에 몸을 기울여 안전벨트를 뺐다.
“저 집에 갈래요!”
아우성치는 이루카의 허리에 벨트를 채우면서 그는 한숨 쉬듯 말했다.
“한번만 좀 봐줘. 장난도 아니고 뭣도 아니야. 그냥 너랑 얘기 한번 하고 밥 한번 먹자고 한달이나 기다렸어.”
“......”
“이 나이 먹고 이러는 거 불쌍하지도 않아?”
아직 쨍쨍한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이루카가 제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입술을 꼭 깨문 이루카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졌고, 카카시 역시 말 없이 차를 몰았다.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심장 언저리가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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