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IRU ONLY 페러렐 90% 이상 분포 주의
※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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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기본적으로 교섭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중 하나는 바로 이 교섭이 공평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있다. 사실 교섭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것의 대표적인 개념이다. 쌍방에서 이뤄지는 공평한 일대일 교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자가 원하는 것이 다르며 그에 따라 분명한 지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금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고기에 관심이 없다면, 자신이 그 금을 얻을 가능성은 영영 제로다. 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혹시라도 물고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는 최소한의 금으로 최대한의 물고기를 얻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짤 것이다. 희소가치가 있는 금에 비해 흔해빠진 물고기가 제 가치를 발현할 기회는 거의 없다.
이런 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상대의 컨디션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객관적으로 컨디션을 측정할 수 없다면 교섭은 실패한다고 봐도 좋다. 자신이 얼마만큼의 최저비용으로 교섭할 수 있을지, 그리고 상대가 얼마만큼 최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지. 물론 사업상 이루어지는 교섭에는 운까지 포함된 좀 더 복잡한 매커니즘이 작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도식은 같다.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얻는 것, 카카시는 사람간의 관계 역시 이 교섭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편이었다. 사실상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는 언제나 위의 입장에 있어왔다. 카카시가 자신을 향해 교섭을 해오려는 사람들에게 해야할 것은 자신의 것은 최대한 숨기고 상대의 것을 최대한 획득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여자 문제에 있어서도 카카시는 자신의 카드를 쉽게 내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보이며 사랑을 말하는 여자들을 그는 경멸했다. 카카시는 그녀들에게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자신과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그녀들 사이에 뭔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카드를 그저 강요해 왔을 뿐이었다.
한번도 원하는 위치에 있어본 적 없는 카카시는, 그래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요코하마까지 가는 한시간 남짓동안 청년에 대해 알아낸 것은 고작 ‘스즈키 호무라’라는 이름 밖에 없었다. 거기다 진짜 이름도 아니었다. 청년 앞에서, 카카시는 드물게 자신이 교섭 테이블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름 정도는 알려줘도 괜찮지 않나 물으면 청년은 사무적인 표정과 어투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진짜 규정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말하기 싫어서 그런건지 알 수는 없었다. 그것이 그의 초조함을 한층 더 부채질 했다.
불리한 자신의 입장을 자각하면서 카카시는 참으로 답지 않은 짓을 했다. 청년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그다지 해본적 없는 사과를 하고 주절주절 변명을 했던 것이다. 아무리 이 청년이 옛날에 마음에 들어했던 토끼와 닮아서 마음이 동했어도 그렇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절초풍할 일이었지만 그를 처음 알게 된 청년이 그런 일을 알 턱이 없었다. 배려였는지,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어차피 아르바이트 하는거고..."
적어도 이 상황에서 청년은 자신의 입장과 현재의 컨디션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카카시와 그 청년은 계약관계에 묶여 있었고 카카시는 청년에게 있어서 사적인 대상은 아니었다. 애인대행으로 '애인인 척'하는 것이 청년의 일이기는 했지만, 사실 카카시로서도 청년에게 철저하게 애인 역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고집 센 스즈메를 설득하기 위해 장난처럼 부른 애인대행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약간 화가 났다.
"지금은 애인으로 같이 있는거니까 아르바이트니 그런 말은 하지 말도록 해."
결과적으로 청년과의 관계를 단지 일회성 계약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던 무의식의 발현이었지만 그는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채였다.
(뭔가 꼴사납군....)
교섭은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난항을 겪었다. 청년은 긴장감을 풀지 않은 채 그를 경계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들이면 혹하고 마는 카카시의 잘생긴 외모나 재력은 청년에게는 그저 경계의 대상 이외는 아닌 것 같았다.
카카시는 나름대로 열심히 이야기를 쥐어짰다. 서빙되어 온 음식이나 아침 신문에서 보았던 세상 돌아가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들이었다. 사실 말을 하기보다 듣는 일이 많은 그에게 이런 일은 고역이나 진배 없었다. 그래도 그가 열심히 말거리를 찾았던 이유는 청년이 간간히 보여주는 미소 때문이었다.
(웃으니까 더 귀여운데...)
경계 밖에 품고 있지 않았던 청년의 까만 눈이, 웃을 때는 전혀 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카카시는 알게 되었다. 동그란 눈이 반달 형태로 보기좋게 접히고 경계선이 뚜렷한 도톰한 입술이 수줍은 듯 꼬리를 살며시 올리는 그 웃는 모습은 카카시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아무래도 좋다는 듯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청년을 좀 더 웃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시점에 그는 자신이 청년에게 분명히 끌리고 있으며, 이미 협상 테이블에서 약자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통렬히 인정해야했다.
그러나 애인대행이라는 계약으로 만난 청년과의 관계는 그 미래를 전망할 수가 없었다. 카카시는 여전히 청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이 지나 계약이 끝나면 더 이상 청년과 만날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함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고, 청년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카카시의 행동은 빨랐다.
그는 청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청년의 가방을 열어 보았다. 그다지 젠틀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카카시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방의 내용물은 단촐했다.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한권과 지갑, 그리고 펜 하나와 다이어리 하나가 전부였다. 본능적으로 다이어리에 강한 흥미를 느꼈으나 열어보는 것 까지는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갈색 지갑을 펼쳐서 보건증 하나를 찾아냈다. 보건증에는 청년의 사진과 함께 기본적인 신상정보가 적혀 있었다. 그는 오른쪽 자켓 주머니에서 작은 사무용 수첩을 꺼내 청년의 이름과 생일, 보건 번호, 그리고 집주소를 빠르게 옮겨 적었다. 우미노 이루카. 그는 청년의 이름을 곱씹었다. 겨우 알게 된 이름 하나가 주는 울림이 어쩔 수 없이 그를 설레게 했다. 청년의 가방에서 찾아낸, 유일하다고도 할 수 있는 몇몇개의 정보들을 획득하고서 그는 약간 들떴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청년이 지어보였던 우울해 보이는 표정에 그다지 마음을 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차를 몰면서 스즈메에게 가서 쇼를 할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대신에 그는 어떻게 하면 제 옆 조수석에 앉아있는 우미노 이루카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어쨌든 더 이상 스즈메와의 약속을 깰 수는 없었으므로, 그는 일단 약속 장소에 가서 청년을 다른 테이블로 안내 한 후에 얼른 스즈메를 만나고 다시 나올 작정이었다. 그러나 일은 그의 의도대로는 돌아가지 않았다. 도착한 카페 앞에서 돌연 청년이 돌아가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분에 넘치게 그런 훌륭한 대접을 받아 버려서..."
얌전하고 겁 많아 보였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갑자기 냉정한 태도로 말하기 시작한 청년을 보고 카카시는 꼴사납게 당황해버리고야 말았다. 그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청년은 화난 어조로 말했다.
"계약은 다섯시니까요."
"아...."
카카시는 미간을 찌푸리고 시계를 확인했다. 잊고 있었지만 분명 계약 시간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일당은 계좌로 넣어주세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카카시는 청년이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여기에서 그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청년을 붙들었다. 실수한게 있냐고 물어도 청년은 답하지 않은 채로 입을 앙다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카카시가 팔을 놔주지 않자 청년은 눈꼬리를 올리고 더 화를 냈다. 새침하게 쏘아붙이는 그런 표정이라니. 진짜 귀엽잖아.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원래 이러고 놀아요? 주말에 할일이 그렇게 없어서 대행사에서 애인 찾아서 비싼 밥 먹이고 잘해주고. 그 시시한 놀이에 장단 맞춰 주면 누구나 상관 없는 거? 이런게 재미있어요? 사람 무시해요? 돈 많이 준다고 해서 한번 해볼까 싶었던 나도 바보지만 당신 하는 짓 진짜 웃겨! 도대체 사람을 뭘로 보면 이래? 어차피 이제 안볼 사이니까 충고 한마디 하는데 이런 식으로 사람 데리고 놀지 마세요! 돈주고 고용한 사람은 자존심도 없는 줄 알아요?"
시시한 놀이. 카카시는 반박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귀 뒤로 넘겨진 긴 머리카락이나 햇볕에 마른 이불냄새 같은 것들에 흥미를 느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청년이 그것을 지적하면 무심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안볼 사이니까.
그는 한편으로 청년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중요한 것을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닫기도 했다. 애초에 자신이 협상 테이블에는 앉지도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협상에서 약자니 어쩌니 하는 것도 결국 쌍방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개념이다. 청년이 카카시에게서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가 어떤 노력을 해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타인이 주는 호의에 익숙했던 카카시였다. 그가 당황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가진 것이 많은 그를 원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수도 없이 많았다. 사업에 있어서도 그는 대개 우위의 입장이었다. 설령 불리한 입장에 있다 해도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 관계를 역전시켜왔다. 카카시의 모든 행동 양식이나 사고 방식은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고 그들에게서 최대한 원하는 것을 얻는데 최적화 되어 있었다. 그는 설마 자신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에 청년은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내심 충격을 받았다. 다섯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었던 계약이 끝났으니 이제는 정말로 볼일이 없는 것이라고 청년은 굳게 믿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카카시는 청년과의 협상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을 안 순간에, 청년과 관계 맺기를 포기할 수도 있었다. 만약 이 청년과 관계를 이어간다면 자신이 패자의 입장에 있을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카카시는 뭐가 어찌 됐든 이 청년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느꼈으면 미안해. 내가 실수했어. 설마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
"....."
"일단 안으로 들어가. 왜 애인대행 불렀는지 가르쳐 줄게."
"싫어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그냥 오해한 채로 너 돌려 보내기 싫으니까 들어가자."
"....."
청년을 유치한 싸움에 넣고 싶지 않았고 심지어 게이쇼에 연루 시키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인사해. 내 애인이야."
안되는 날은 뭐를 해도 안되는 법이다. 스즈메는 생각보다도 더 화를 냈다. 카페 앞에서도 청년에게 한바탕 혼이 났는데 스즈메에게서는 뺨을 얻어 맞았다. 카카시는 솟구치는 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에는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날따라 스즈메가 유난히 고집이 셌고 억지스럽다고 느꼈다. 차례차례 자신의 단정하지 못한 연애사를 꼬집어대는 탓에 죽을 맛이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무슨 개소란이 있던지간에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카카시도, 스즈메도 보지 않은 채 정신을 딴데로 날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 먹은 남녀가 연애사로 싸우는 것은 구경만으로도 재미있을 법 한데, 청년에게는 그렇지 않은 듯 싶었다.
마치 다른 격리된 공간에 있는 듯 자신에게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 청년을 보면서 카카시는 혀를 찼다. 설상가상 카카시가 곁에 있는 청년을 신경쓰는 것을 보고서 스즈메는 청년을 공격해대기 시작했다.
“너 정말로 이 인간이 좋아서 여기 따라나왔니?”
스즈메의 질문에 청년은 머뭇거렸다. 설마 정말 좋아서 따라왔다고, 그렇게 대답해 줄까. 그런 상황을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청년은 거짓말을 토할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카카시의 예상은 어느정도 들어 맞았다.
“저, 저는.....애인대행 업체 사람이고요.....”
“.......”
“그, 그러니까, 싸우시지 말고 화해하셨으면 좋겠어요.”
설마 애인대행 업체 사람이라는 것까지 밝힐 줄은 몰랐지만. 카카시는 썩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 기분이 나빴던 것도 잊고 무심코 크게 웃어버릴 뻔 했다. 보통사람이라면 좀 더 유들유들하게 상황을 넘기려 할 법도 하지 않아? 자신이라면 굳이 애인대행이라는 걸 밝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정말 엿이나 먹으라고 그런게 아니라면.
어쨌든 그렇게 폭탄을 투척하고 청년은 도망가버렸다. 꽁지 빠지게 달아나는 것을 보고 청년의 본명을 불렀지만, 아무래도 들리지 않는 듯 싶었다.
“푸핫핫핫핫----!”
청년이 자리를 떠난 뒤 그대로 배꼽잡고 폭소하는 카카시를 보고 스즈메는 정말 미쳤냐며 발길질을 해댔다. 애인대행이라니 니 나이가 지금 몇개냐,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버리겠다 협박하는 스즈메의 으름장조차 유쾌했던 것은 정말이지 그 청년 때문이었다. 그는 사레가 들릴 정도로 웃었다. 그렇게 웃어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종국엔 스즈메가 진심으로 그의 몸상태를 걱정했을 정도니 알만 했다.
상대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과는 전혀 별개로, 아니, 상대가 강하게 거부하면 거부할 수록 강하게 끌리는 그런 감각. 그것은 이 순간에 너무나도 분명한 단어로 그의 가슴 속에 떠올랐다. 오늘 처음 본, 제대로 아는 거라고는 지갑에서 훔쳐보았던 이름과 나이 정도밖에 없는 어린 청년에게 그는 반했던 것이다.
그 날 저녁 서재에서 카카시는 수첩을 꺼내 들었다. 여러모로 철저한 자신의 성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목적이 확실하면, 그것을 이루는 수단 방법에 대해서는 과감한 편이 좋다. 그는 바네사를 불러 청년의 몇 안되는 정보를 넘겼다. 그는 바네사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의도를 총명하게 알아채고는 쪽지를 받아들었다. 개인 정보를 캐내는 것은 분명 불법적인 행위라 할 만 하다. 그러나 애초에 그는 법을 준수하고 상식을 지켜야 한다는, 그런 순진한 이야기를 하면서 견딜 수 있는 세계의 사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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