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IRU ONLY 페러렐 90% 이상 분포 주의
※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아카데미 선생님인 이루카를 처음 만났던 것은 선생끼리의 조촐한 대면식때였다. 이루카는 자신의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아있었다. 첫 인상은 뭐랄까, 상닌인 제가 봐도 빈틈이 없었다. 뭐든지 확실히 하고 공과 사가 뚜렷할 것 같아서 약간 거부감이 들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애교가 없다고나 할까. 중닌인데도, 왠지 성격만큼은 세 보였던 것이다.

선생님이라는 직함때문은 아닐 것이었다. 선생님이라곤 해도 제멋대로 놀러다니는 무리는 수두룩 있었다. 스스로도 상인사를 하고 있고 동료 중에도 몇 명이나 선생이 있지만서도, 선생이라는게 상식적이고 올바른 사람의 전유직업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루카는 마치 선생님이라는 이미지의 이상을 현실에 구현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금욕적이고 상식적이고 올바른 사람일 것 같은 느낌. 자신이 내린 이루카에 대한 평가는 어떤 개인적 편견 같은 것은 아니었다. 대개 이루카를 아는 제 주변 사람들도 그런 이루카의 성실해 보이는 점을 장점처럼 이야기 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루카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은 많아 보였다. 뭐, 과연 그게 장점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루카 같은 그런 부류는 솔직히 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나루토와 사스케라는 특별한 제자들을 인계한 인연으로 인사만은 하고 있었다. 인사 할 때마다 정갈한 몸짓으로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데 보는 쪽이 황송할 지경이었다. 이런 빈틈 없음에 점점 더 두터운 벽을 느끼게 됐다는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중이라거나, 상식이라거나, 예의라거나, 너무나 적당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으로서는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된다. 함께 마시러 간다거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타케 상닌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접수소 앞에 서있으면 이루카가 자신을 발견하고 탁탁 뛰어왔다. 그러니까 제발 하타케 상닌이니 하는 존칭은 그만 뒀으면 좋겠다.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존경어나 겸양어도 그렇다. 좀더 적당히 할 수는 없는 건가.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해볼까 했지만, 잔머리 하나 허용하지 않도록 높이 묶은 머리카락이나 흐트러짐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단정한 옷차림에 포기했다. 말한다고 해서 들어먹을 것 같지가 않은 타입이다.

“아니, 뭐 나도 방금 왔고.”

선술집까지 함께 걸어가는 길이 너무나 길었다. 서로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런 타입에게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자신으로서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일이 있다고 약속을 무를 걸그랬나. 하지만 더 이상 무를 수는 없는 상황이고.

학생의 지도를위해 아카데미 선생과 상인사는 규정 된 만큼의 학생 지도 회의를 해야한다. 다른 아카데미 선생들처럼 적당히 한 것처럼 넘어가면 좋으련만 이루카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을 볼 때마다 언제쯤 시간이 비는지를 묻는 고집스러움에정직 질린 상태였다.

그나마 사적인 일이 아니라 학생 문제로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학생 일이면 대화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루카에게서 느껴지는 개인적인 벽을 제외하면 괜찮은 닌자 임은 분명했다. 사무직닌자로서는 평가도 높다. 해는 커녕 도움이 될만한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역시 친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간간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중이었다.

“아, 하타케 상닌 잠시 화장실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적당한 시점에 대화를 끊은 이루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라고 대답하려는 찰나였다. 깡, 하는 금속성의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마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미간을 찌푸린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약간의 적막이 흐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설마 닌자주제에 조명 모서리에 머리를 박았다거나 뭐..........

“으…!”

이루카는 놀란것 같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놀란 것은 자신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루카는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부딪친 이마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낑낑댔다. 한참 괴로워하다 빤히 바라보고 있는 카카시의 시선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히고 미안하다며 꾸벅 두어 번 고개를 숙였다. 웃긴게, 그러던 중에 또 한번 조명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거다. 너 바보?

“…..괜찮아?”
“아, 네, 넷. 괜찮습니다…”

조명에 머리를박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영 이상했다. 이런 덤벙대는 것은 이루카의 캐릭터가 아닐 터였다.

화장실에 다녀와서도 이루카는 얌전히 테이블에 놓인 젓가락을 뜬금없는 타이밍에 떨어트린다든지, 집었던 음식을 놓쳐서 앞섶에 묻힌다든지 하는 진기한 모습을 내내 선사해주었다. 그 때마다 붉어진 뺨을 한 채로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상닌의 앞이라고 긴장한 것일까. 일단은 그렇게 납득했지만 그 이후에 아무래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며칠 뒤에 사무일로도 피하고 있던 이루카에게 처음으로 먼저 저녁 식사를 권해보았다. 눈 앞의 서류와 씨름하고 있던 이루카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예의바른 말을 하고는 시프트 표를 살폈다.

자신이 생각하고있던 이루카라면 시프트가 들어가 있는 시점에서 냉정하게 권유를 끊을 것이었다. 역시나 이루카는 시프트가들어 있는 것 같았다. 미간을 모으고 잠시 곤란해 하고 있던 이루카가 고개 숙이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하타케 상닌. 오늘은 시프트에 들어 있습니다.”
“아, 그래.”

역시….. 전에 보았던 맹한 모습은 거기 없었다.

그런데도 어쩐지 얼굴을 빨갛게 붉히던 이루카의 모습이 자꾸만 뒷통수를 당겼다. 이루카와 친분이 두터워보이는 아스마에게 물어보면 아스마는 호탕하게 웃으며 껄껄댔다.

“이루카 녀석 귀엽지.”
“흐음…”
“그 녀석 어른스럽게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도 말이야, 실제로 보면 맹하고 빠져 있거든. 별로 긴장해서 그렇다거나 한 건 아냐. 평소에도 잘 그러니까. 보고 있으면 약간 사차원 같기도 하고.”

하도 칠칠 맞게굴어서 한번은 장난 삼아 아기용 턱받이를 선물로 준 적도 있다고 아스마는 털어놓았다. 사다가 손에 들려주면 이리저리 허둥대는 게 볼만 했다고 질 나쁜 웃음까지 흘렸다.

“그래도 닌자 할 수 있는거냐?”
“뭐, 맹해도 일할 때만큼은 확실히 하니까 아버지도 능력만큼은 인정하고있어.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외에는 잘 모르는 거니까 괜찮지 않나.이루카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다들 귀여워하고 있다구.”

요는, 사적으로 친해지면 이루카가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는 것이었다.

일단은 이루카의일상을 관찰해 보기로 했다. 다음 날이 비번이었기 때문에 바로 실행할 수 있었다. 다음은 그 관찰의 결과이다.

우미노 이루카 중급닌자는놀랍도록 기상이 빠르다. 아침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시간에 일어나 부지런히 씻고 부지런히 아침식사와점심 도시락의 준비를 하고 그날 수업의 예습을 한다. 출근 시간도 남들보다 한 시간은 빠르다. 출근하자마자 실습에 쓸 닌구들을 점검하고 아카데미의 사무일을 정리해 두는 듯 하다.

점심은 친한 동료들과도시락을 나누어 먹는다. 나머지 휴식 시간에는 안경을 쓰고 진한 블랙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아카데미의 수업이 종료 되면 바로 접수소의 오후 근무에 들어간다. 이루카가 접수를 하고 있는 창구의 줄은 다른 동료의 줄 보다 족히 두 배는 길다. 그러나 일 처리 속도가 눈부시게 빨라서 효율성이 있다. 세 시간의 오후 접수 업무가 끝나면 접수소 뒷켠의 사무실에서 한 시간 가량 잔업을한다. 곧바로 집에 귀가.

이루카가 귀가 할 즈음 식새가 임무서를 물고 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관찰은 불가능했다. 임무는 하루도 채 걸리지않는 것이었지만 내용이 조금 까다로웠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은 부상을 입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려고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팔뚝에 입은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표피가 잘려서 피가 꽤 났다. 지혈제만 대충 바르는 것으로 했다. 떠 있는 해를 보고 시간을 가늠했다. 아마도 이루카가 접수를 하고있을 시간이었다.

기실 귀환하자마자보고서를 내러 갈 필요는 없었다. 정 급한 일이면 닌견이라도 불러 심부름을 시키면 될 일이었다. 그래도 그는 빨리 접수소에 가고 싶었다. 한줄로도 모자라 두줄로 늘어서 있는 이루카의 접수열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임무 수고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이 무뚝뚝하게 보이는 중급닌자는 매일 아침 양치를 하면서 배나온 아저씨들이나 할 법한 TV의 건강체조를 따라 하는 사람이다.

“이런 임무인데 하루라니, 역시 하타케 상닌은 대단하네요.”

실수 없이 존경과 겸양을 철저하게 지키는 이 예의바른 중급닌자는, 아무 장애도 없는 아카데미 복도에서 발을 헛딛여 기둥에 코를 박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낼 수 있다.

“뭐… 이래뵈도 상닌이니까.”
“아무리 상닌이라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종일관 어른스러운 웃음을 잃지 않는 이 중급닌자는 손에 젓가락을 든 채로 젓가락을 찾아댄 통에 친한 동료들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고,

“뭐….과찬이네.”

최근 안경까지 써가면서 사못 진지하게 독서중인 책은 나뭇잎 도서관에서 빌린 순정 만화책. 설상가상 마시던 커피가 식도에걸려 켁켁 대다가 보던 만화책에 그대로 뿜어버리는 바람에 곤경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요. 접수 완료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타케 상닌.”

하루도 잔업을 빼놓지 않는 이 성실한 중급닌자는, 일에 몰두하기 위해서라면 볼펜의 잉크가 나오는 부분을 입에 무는일도 서슴지 않는 대범함을 지니기도 했다. 검정 잉크가 혀에 물들었다는 것도 모르고 동료의 농담에 입벌려 웃는 둔감함은 보너스.

“아..저기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접수가 끝났는데도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급닌자에 이루카가 곤란한 듯 눈썹을 내렸다.

“아니 뭐……”

어제, 노을 지는 제방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이루카의 뒤를 살그머니 뒤따랐었다.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가을 초저녁 제방에는 이루카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방의 양 길가에는코스모스가 잔뜩 피어있었다. 매일 드나들었던 곳이었지만 그렇게나 많은 코스모스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역시나 빈틈 없는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제방길을 따라 걷는 이루카를 보았다. 척추 건강의 중요성을 울부짖는 의사들이라면 반드시 사랑에 빠져버릴, 과연 절도 있고 바람직한 걸음걸이였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이루카의 일상을 면밀히 관찰한 자신은, 이 평화로운한 때에도 이루카의 등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미노 이루카는 우주의 진공상태에서도 충분히 바보짓을 할 수 있다. 이미 그런 확신을 한 참이었다.

문득, 이루카가 움직임을 멈추고 코스모스 무덤에 눈길을 주었다. 설마 코스모스꽃잎에 머리를 박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꽃 줄기에 걸려 넘어진다거나.우려와는 다르게, 이루카는 꽃무덤 가까이에 주저 앉아 부드러운 손길로 코스모스의 꽃잎을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예쁘네.”

이루카는 코스모스를한참 바라보다가, 꽃무덤에서도 가장 활짝 피어있는 진홍색 코스모스를 한 송이 땄다. 방에 장식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이루카가 딴 그 코스모스가, 이루카의 방이 아니고 이루카 자신의 오른쪽 귓가에 꽂히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애교머리 하나내려오지 못하도록 단정하게 묶은 머리카락의 틈에 꽂힌 코스모스. 카카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벌어진 너무나 놀라운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루카는 그런 카카시를 뒤로한 채 다시 제방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지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심지어 그 노래는 아버지 세대때나 유행했던 트로트의 멜로디였다.

식새가 머리 위를뱅글뱅글 돌면서 시끄럽게 떠든다. 그러나 가을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를 귓가에 장식한 그 단정한 중급닌자의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카카시는 그 자리에서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저…..”

단정하게 묶은 포니테일 머리와, 그 옆에서 살랑이는 진홍색 코스모스와, 때 지난 트로트의 갭.

물론, 지금 이루카의 귀에 가련하게 꽂혀있던 코스모스는 없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눈에는 어제의 그 코스모스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미간을 좁히고 곤란해 하고 있는 그 얼굴에 눈을 떼지 못했다. 설상가상 저 딱딱해 보이고 재미 없어 보이고 거북살스러울 정도로 예의바른 중급닌자의 혀가 아직도 잉크에 까맣게 물들여져 있는 것은 아닌지, 커피 때문에 못쓰게 된 순정 만화책의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하나 하나 전부 신경 쓰여서 이젠 무리다.

“저번에 밥 먹자고 했던 거…”

너처럼 웃기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처음.

“네?”
“오늘 먹자. 접수 끝나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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