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IRU ONLY 페러렐 90% 이상 분포 주의
※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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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십펄!”

8월 초. 장마도 가버리고 쪄 죽을 것만 같은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었다. 쩍쩍 피부에 들러 붙는 가죽 느낌이 소름 돋을 지경이라, 평소 그렇게 끼고 살던 소파에서도 멀찌감치 떨어져 거실 맨바닥에 몸을 밀착시킨 하타케 카카시는 버럭 소리를 지르곤 손에 들고 있던 에어컨 리모컨을 벽에다 집어 던져 버렸다. 그 개같은 성질부림에 건전지가 분리된 리모컨이 바닥으로 툭-하니 떨어졌다.

물론 그라고 해서 고장난 에어컨을 요리조리 살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계하고는 영 거리가 먼 하타케 카카시였다. 새까만 먼지나 한 바가지 들이마셨을 뿐 에어컨은 답을 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오늘 아침,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잘 돌아가던 에어컨이었는데. 제 성질 머리 못 견딘 하타케 카카시는 으악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사실 손바닥만한 자취 방에 냉장고는 없을지언정 에어컨은 필수로 들여놓아야 하는 하타케 카카시처럼, 이렇게 더위에 약한 사람도 드물 것이었다.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아서 한겨울에 나시 반팔 차림으로도 견딜 만한 그에게 한 여름은 지옥이나 진배 다름 없었다.

그는 TV 아래 서랍장까지 간신히 기어가서 명함집들을 뒤졌다. 이게 다 어디서 나온 건지 많기도 많았다. 천천히 찾으면 되는데 지금 하타케 카카시는 별 것 아닌 것에도 불만이며 화가 펑펑 솟아오르는 참이라, 몇 뭉치나 되는 명함을 찾는 손길이 매우 신경질 적이었다. 화가 풀릴때까지 성질머리 부리고 싶은걸 어차피 봐줄 사람도 없단 생각에 간신히 참았다. 하타케 카카시는 한참 후에야 에어컨 수리센타 명함을 찾아내고서는 곧 불이라도 뿜어낼 것 같은 화룡처럼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알바생인지 뭔지가 한참 만에야 전화를 받는다. 과연 이것에도 짜증이 마구 밀려들었다. 저기….오늘은 일요일이라 영업 안 하는데요……순전히 저 때문에 주눅이 든 목소리조차 그의 신경줄을 박박 긁어댔다. 물론 그 내용은 더 더욱 못 참았다. 뭐? 못 와? 왜 못 와! 당장 와! 하타케 카카시는 너 삼십 분 안에 안 오면 죽는다 괜한 화풀이를 수리센타 알바생에게 한바탕 늘어 놓았다.

그 후로 사십 오분 쯤이 지났을까, 현관의 벨이 울렸다. 허해 준 시간에서 무려 십오분이나 초과한 것이다. 이 새끼가 날 물로 봐 이빨을 빠득 간 하타케 카카시는 득달같이 달려나가 누구냐 묻지도 않고 현관문부터 벌컥 열어 젖혔다.

“아, 안녕하세요. 돌고래 에어컨 수리 센터에서 나왔습니다….”

태양 내려 쬐는 후덥지근한 바깥 공기 사이로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어린 에어컨 수리기사 하나가 서 있었다.


*


돌고래 에어컨 수리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우미노 이루카는 올해로 스물 한살이 되었다. 공부에는 영 취미가 없어서 대학엘 안가고 수리센터에 취직해 일을 한지 벌써 반년이었다. 전화도 받고, 가끔 오는 손님께 커피도 타드리고, 손이 모자라면 기사 아저씨 대신 출장을 나가기도 했다.

애가 바지런하고 구김살이 없고 누구한테나 싹싹하게 잘 하니까, 우미노 이루카라고 하면 손님들 대부분은 너 참 귀엽고 예쁘구나 해주었다. 본인도 그걸 알고는 더 신이나 일을 열심히 했다. 그렇게나 착하고 말 잘 듣는 우미노 이루카인지라,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사장이 서류 좀 가져다 달라고 한 명령도, 내가 얼른 가져다 드리면 사장님이 분명 기뻐하실 거야, 하고 군말 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는 것이었을 테다.

우미노 이루카는 집에서 입고 있던 회색 단가라 추리닝 반바지에 연한 하늘색 티셔츠 차림 그대로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뭘 가져가야 하는 거지…..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잊어 버릴 새라 얼른 책상 위 서류부터 챙겼다.

"아..."

손에 든 걸 빨리 가져다 드릴 생각에 마음이 급한데, 때마침 사무실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우미노 이루카는 이미 사무실 문을 잠그려던 참이었다. 일요일이고 영업 안하니까 굳이 받을 필요는 없었지만 누가 수리센타 이쁜이 우미노 이루카 아니랄까봐 얼른 사무실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런데 중간에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는 바람에 받는 것이 조금 늦었다.

“네! 돌고래 에어컨……”
-야! 너 전화 발딱 발딱 못받아?!
"예....예?"

그리고 맹세코, 우미노 이루카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스무 해 인생에 그렇게 무서운 전화는 처음 받아 보는 것이었다. 이건 대뜸 처음부터 이 십팔 개새끼 왜 전화 안받냐 하는데 성량도 엄청 크고 화가 많이 났는지 목소리도 흉흉해서 오금이 다 저렸다. 넘어진 무릎이 아픈것도 까먹었을 정도였다. 전화 조금 늦게 받은게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경황이 없는 중에도 잘 들어보니 에어컨 작동이 안 된다는 것 같았다. 기가 죽어 꼭 제가 에어컨을 고장내기라도 한 것 마냥 허리를 연신 굽신굽신하던 우미노 이루카는 쭈뼛쭈뼛 눈치도 없이 주말이라 출장 못 간다 말하는 바람에 매를 더 벌기도 했다.

-삼 십분 안에 안 오면 죽는다!

이 남자 엄청 무섭다. 안 가면 진짜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다. 근데 정말로 주말엔 장사 안 하는데…. 어쩌지.

스스로 결정 못할 것 같아서 서류 건네는 김에 츠나데 사장님께 묻기로 했다. 그러나 출장을 나가든 말든 저랑은 별로 상관 없는 츠나데야 집 소파에 속편하게 드러누워서, '급한가 본데 그냥 가서 대충 봐 줘.'하고 귀찮은 듯 손을 저었을 뿐이었다. 서류를 내밀었더니 그것만 날름 받고 얼른 가보라며 이루카를 내쫓기까지 했다.

사실 얼른 집에가서 보고싶은 DVD가 있었던데다 전화한 사람이 꼭 조폭같고 무서웠던 우미노 이루카는 그런 사장님의 말이 좀 야속했다. 그렇지만 밖에 쨍쨍한 해를 보고서는 금새 마음을 고쳐먹었다. 정말로 이 더운 날에 에어컨이 안되면 역시 짜증이 많이 날꺼야.

손목시계를 보니 이미 약속된 삼십분은 아까 전에 지나 있었다. 근데 그 집이 좀 멀어서 어쩔 수 없었는데 어쩌지. 또 혼날 것 같았다. 그러나 선택권이 없는 우미노 이루카는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초인종을 눌렀다. 예상했던 대로 한 젊은 남자가 벌컥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우미노 이루카는 헉 하고 마른 숨을 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미간을 콱 우그러트린 이글이글한 눈빛이 바로 눈 앞에서 보이는데, 그게 여간 무서워야 말이지. 이 사람 화 많이 났나봐.....

겁 많은 우미노 이루카가 그대로 굳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쭈뼛쭈뼛 서 있으면 집주인은 돌연 밑도 끝도 없이 우미노 이루카의 팔뚝을 콱 움켜쥐었다. 그러고선 막무가내로 집안으로 끌어 당겼다.

“악!”

집주인의 힘이 어찌나 좋은가 우미노 이루카는 잡힌 팔뚝이 너무 아파서 힝힝거렸다. 분명히 멍들 것 같고, 정말 눈물도 찔끔났다. 진짜 무서운 사람인가보다. 조폭인가? 그래서 겁을 덜컥 먹었다.

집 거실에 들어와서 남자가 팔을 놔준 후에도 우미노 이루카는 계속 머뭇머뭇했다. 사실 여기저기서 내외 좀 하는 걸로 소문난 우미노 이루카는 도대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감이 안잡혔다. 이 사람 몸 디게 좋다....얼마나 더웠는지 트렁크 바지만 입고 상의는 훌렁 다 까고 있었는데 식스팩도 있고 팔근육도 돌덩이 같이 울룩불룩하고 그랬다. 우미노 이루카가 고개를 휙 돌리니 남자가 갑자기 으흠 크게 헛기침을 했다. 우미노 이루카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거실 구석에 있는 에어컨 앞으로 냉큼 달려가 섰다.

“얼른 고쳐.”
“네? 네…!”

우미노 이루카는 얼른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는 들고 온 가방을 열어 재빨리 십자 드라이버 하나를 꺼냈다. 으앙, 무서워.....얼른 고치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다행이다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면 아까 전화 늦게 받았을 때처럼 지각 했다고 화내지 않았다는 일 정도 일까.

우미노 이루카는 원래 더위를 그렇게 타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날이 덥기도 하고 움직이기 불편해서 제 하늘색 반팔 셔츠를 어깨까지 바싹 걷어 올렸다. 그김에 바지도 두어번 접어 올렸다. 이건 우미노 이루카가 일할 때의 습관이었는데, 거기에 더해 풀썩 주저 앉으니 탄탄하고 부드러워보이는 허벅지가 다 드러났다. 그런데 왠일로 하타케 카카시의 시선도 거기에 딱 머무른다.

사실 아까 에어컨 수리기사가 집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하타케 카카시의 눈길은 그 우미노 이루카의 뒷꼭지에 내내 머물러 있었다. 눈치도 없이 누가 뒤에서 저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우미노 이루카는 일단 눈 앞에 놓인 에어컨에 꽤나 집중을 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마음 놓고 그 수리기사가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걸 봤다. 뭐, 눈치 채도 상관 없었다. 눈치 채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 하타케 카카시는 에어컨 때문에 기분이 확 잡쳤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기분이 꽤 많이 나아져 있었다. 여전히 문득 문득 짜증이 확 일기는 했지만 아까 수리센타에 전화에서 퍼부었을 때처럼 막 정신줄이 끊길 것 같이 간당간당하지는 않았다. 우연히 발견해서 몸에 대고 있는 대형 쿨 팩이랑 입안에 물고 있는 얼음 덩어리 때문에도 그랬지만,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저 에어컨 수리 기사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수리기사의 매끈한 허벅다리를 보고 있자니 하타케 카카시는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하타케 카카시는 우미노 이루카가 꼬물꼬물 에어컨을 만지는 것을 숨죽이고 가만히 관찰했다. 에어컨 만지는 손이며 팔뚝의 피부가 보송보송하고 참 어려보였다. 아까 전에 현관에서 얘가 꼭 겁먹고 도망갈 것 같아서 일단 팔부터 확 낚아 챘는데 그게 보이는 것 보다도 촉감이 부드러워서 내심 놀라기도 했었다. 검정색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는 꼴도 무슨 강아지 꼬리같고 만져보면 기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가장 시선을 붙든것은 역시 얇은 여름옷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그 뒷태였다. 생각보다 가는 허리부터 엉덩이로 이어지는 선이 참 제 취향이었다. 하타케 카카시는 수리기사의 가는 발목에서부터 잘 빠진 종아리와 탱글탱글한 허벅지를 눈으로 훑었다. 주저 앉아 있는 덕분에 바지 아래 양 엉덩이며 그 사이의 골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 밑으로 이어진 다리도 길어 보이고. 이 광경이라는게 정말 의외의 수확이었다. 하타케 카카시는 한낱 에어컨 수리기사가 이렇게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적 없었다.

귀엽다. 정말 얘 좀 많이 귀여운 것 같은데......

현관문을 열어 줄때만 해도 누구 하나 아작 낼 것처럼 짜증이 많이 나있었던 하타케 카카시가 정해준 시간을 넘어 지각한 우미노 이루카를 혼내지 않았던 것도 분명 이 때문이었다. 남들 눈에도 다 이쁘게 보이는 우미노 이루카는, 당연히 하타케 카카시 눈에도 이뻐 보였다. 아니, 아무래도 좀 더 이뻐보인 모양이다.

에어컨 수리는 생각보다는 금방 끝이났다. 하타케 카카시는 이게 좀 아쉬워서 입맛을 쩝 다셨다. 계속 봐도 별로 상관 없었는데. 물론 그 반대로 얼른 집에 가고팠던 우미노 이루카는 에어컨 뚜껑을 닫고 나사를 꽉꽉 조였다. 옆에서 왠지 자꾸만 무서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집주인 때문에 저도 모르게 손이 빨라졌다.

"휴우..."

어쨌든 크게 고장난 것이 아니고 제 선에서 수리가 되어서 다행이다. 우미노 이루카는 손등으로 이마를 슥슥 훔쳤다. 더운데 한자세로 계속 일을 하고 있으니까 어느새 땀이 많이 났다. 그래도 바로 앞에서 에어컨 바람이 나오니까 조금 살것 같았는데 무서운 사람 집에서 계속 미적거리기 싫었던 우미노 이루카는 얼른 툴박스부터 챙겼다.

"저...다 됐는데. 이젠 괜찮아요. 청소 하신 적 없는 것 같은데 한번 해주시면 좋을거예요....아....또 이물질 끼면 고장날지도 모르고....."

에어컨 온도는 일부러 26도로 맞춰 주었다. 조금 더운 감이 있었으나 집에 비해 에어컨이 크니까, 그 정도로만 맞춰 놓으면 금방 시원해 질 것이었다. 일하는 중에도 그랬고 지금도 내내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던 우미노 이루카는 드디어 집에 갈 생각에 조금 신이 났다.

"그럼 전 이만.”

물론 나가려는 우미노 이루카의 앞을 하타케 카카시가 가로막지만 않았었더라면.

"벌써 가려고?"

아주 가까이서 집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실 하타케 카카시는 이미 아까 전부터 우미노 이루카의 뒤에 바싹 붙어서 서 있었었다. 계속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둔감한 우미노 이루카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우미노 이루카는 히익, 이상한 소리와 함께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 모양새가 참 순진해 보여서 그게 또 못내 귀엽다.

"왜 벌써가려고?"
"아, 네...네. 다 고쳤으니깐...."

아까 전처럼 막 때릴 것처럼 노려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뭔가 다른 의미로 무서워진 우미노 이루카는 뒤로 다시 물러섰다. 그런데 물러서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바로 등 뒤로 에어컨이 느껴져서 더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이쯤되니 하타케 카카시는 초면부터 애를 너무 겁을 준 것 같아서 조금 후회가 됐다. 근데 진작에 이렇게 이쁜 앤 줄 알았으면 아무리 열받아도 겁 안줬지. 우미노 이루카는 내내 고개를 못들고 있었다. 뭐, 고개야 그냥 강제로 들게 하면 되는 거긴 하지만. 하타케 카카시는 생각한 걸 바로 실행에 옮겼다. 푹 수그린 턱을 잡아 올리니 우미노 이루카가 토끼눈을 동그랗게 떴다. 애가 다시 봐도 참 이뻤다.

아. 아마도 너무 더워서 이성까지 어떻게 마비 된 것 같았다. 아까전에는 그게 참 짜증이 났는데, 지금 하타케 카카시는 이성이 멀리 달아난대도 별로 상관 없을 것 같았다. 그치만 음. 아주 놓으면 곤란하겠지....근데 조금 쯤이야 뭐.

"얼만데?"
"네...?"
"수리 했으니까 돈 받아야 될 거 아냐."
"아, 아니요....원래는 일하는 날도 아니고 특별히 고장난 곳도 없으니까 돈은...."
"야.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하지..."

근데 별로 미안해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눈알만 굴리던 우미노 이루카를 향해 하타케 카카시는 때맞춰 스윽 웃어주었다. 갑자기 이 사람 왜이러지, 우미노 이루카는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멋적어진 우미노 이루카도 덩달아 헤헤 웃었다. 그래도 아까처럼 인상쓰고 있는 것 보단 덜 무서우니까. 그럼 이제 가도 되나...?

"저...이만 가볼...."
"어디를?"
"집에...."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몸이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한 서너 발자국 정도는 떨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한발자국 정도로 거리가 좁았다. 안그래도 하타케 카카시가 훌렁 벗고 있는 탓에 그 몸에 눈길이 갈때마다 부끄러웠던 우미노 이루카는 잘 만들어진 단단한 상체가 가까이 성큼 다가오니까 최대한 몸을 옹송그리고 뒤로 딱 달라붙었다. 닿는다!

그때 하타케 카카시가 앞으로 불쑥 손을 내밀었다. 움찔 놀라서 어깨를 더욱 움츠렸지만 하타케 카카시가 만진 것은 우미노 이루카가 아니고 우미노 이루카의 얼굴 근처에 있던 에어컨의 컨트롤 버튼이었다.

"그냥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고, 더우니까 너도 땀이나 식히고 가."

갑자기 예의차리기로 한 하타케 카카시는 에어컨의 온도를 10도나 확 낮추어 내렸다. 26도에서 돌아가던 에어컨은 이제 16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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