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IRU ONLY 페러렐 90% 이상 분포 주의
※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카카시는 상놈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성이 없었다. 카카시라는 이름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비가 지어주었다. 특별한 뜻도 없이 가을철 들에 덜렁 서 있는 거적데기 허수아비를 빗대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었는데, 팔자도 이름따라 간다고 그 삶이 녹록치는 아니하였다. 고리대업자에 쫓겨 집이 파산하고 카카시는 열 살 무렵까지 장마당을 떠도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들개처럼 거리를 떠돌며 먹을 것을 구하러 다녔다. 어쩌다 세력다툼에라도 얽히면 몰려든 거지패에 얻어 맞기도 여러 번. 하타케가에 노비로 들어온 것은 카카시가 열 두살이 되어 힘을 좀 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어딜 가던 상놈이라 서러운 건 매한가지이긴 해도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장마당의 음식을 주워먹는 생활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었다. 꽁보리밥에 김치가 끼니마다 딱딱 나오니 카카시로서는 불만 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카카시는 새벽마다 넓은 마당을 쓸었고, 때마다 놓치지 않고 나무를 했으며, 농사일을 열심히 돌보았다. 사람들은 대개 카카시를 돌쇠라고 불렀다. 애초에 이래 부르나 저래 부르나 좋을 이름이다. 상놈 이름 부르는데 허수아비로 부른 들 돌쇠로 부른 들 무엇이 다르랴. 그런 생각에 카카시는 딱히 불평도 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 좋을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랬더니 이내 저를 카카시로 부르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졌다. 이름따위 아무래도 좋아서 그냥 돌쇠로 살기로 했다.

하타케가는 예로부터 정계에 많은 인물을 배출해 낸 명문가다. 이 일대에서 하타케가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장원급제한 인물도 여럿이었고 몇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영의정까지 지낸 사람도 있었다. 가지고 있는 땅덩이는 또 어찌나 넓은지 농번기가 되면 마을 사람들을 다 먹여가면서 농사일을 부려야 놀리는 땅이 없었다. 그러나 걱정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하타케가에도 여느집 같은 골칫거리는 있었다. 하타케가의 씨가 문제였는지 며느리 고르는 눈이 없었는지 오래도록 애가 생기질 않았다. 손이 너무 귀해서 하타케가는 안 해 본 것이 없었다. 매년 삼신할매에게 제사를 지냈고 산파노인을 수배해 아이를 많이 낳은 여자의 속옷을 비싸게 샀다. 집 뒷뜰에 비밀리에 남근상을 만들어 놓고 아침 저녁 며느리에게 그걸 쓰다듬게 한다는 남사스러운 소문은 너무 유명해서 거의 진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어쨌든 이 집에 들어온 며느리들은 어떻게든 애를 배려고 매일같이 이상한 탕약을 마시는 것이 일이었다. 오랫동안 하타케가를 알고 지낸 마을 사람들은 하타케가의 씨에 문제가 있다고 수근거렸지만 하타케가의 눈이 무서워 대놓고 입 밖에 내지는 못했다.

하타케가의 5대독자 소지로의 조강지처를 제외하고 몇몇 첩이 아이를 놓지 못해 소박을 맞았고 또 다시 젊은 며느리를 들이길 여러 번. 소지로는 나이가 오십이 되어 넷째 첩에게서 겨우 아들 하나를 보았다. 하지만 복이 있으면 화가 온다는 옛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첩이 애를 낳다 죽은 것으로도 모자라 애까지 목에 탯줄을 감고 나온 것이다. 걷기는 커녕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병신이 하타케가의 6대독자가 된 것이 벌써 40년이다. 그 병신의 아비 소지로는 애저녁에 노환으로 죽었다. 하타케가에는 마흔을 넘긴 병신과 죽을 날을 오늘 내일 하고 있는 그 집의 늙은 안방마님밖에 없었다. 천하를 호령할 것처럼 떵떵거렸던 하타케가의 세는 자연스레 예전만 못한 것이 되었다.

애를 놓지도 못하고 평생 죄인처럼 산 이 집 안방마님에게는 딱 한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며느리를 보고 죽는 것이었다. 그 집의 6대 독자는 아이를 놓는 것은 둘째치고 마흔이 될때까지도 장가를 못갔다. 아무리 돈이 많은 집이어도 제 몸 하나 못가누는 병신에게 시집을 오려는 규수가 없었다. 거기다 애 욕심 많기로 악명이 높은 집이었으니 더욱 규수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함부로 천한 것을 들일 수도 없고, 그래도 양반집 규수를 데려와야 하는데 백방 수소문을 해도 나서는 아가씨가 없어 노파는 전전긍긍이었다. 결국 산 건너 작은 마을에서 돈을 주고 며느리를 사왔다. 양반은 양반인데 돈이 없어서 먹고 살기가 궁한 집안의 아가씨였다. 몇 냥을 주고 사왔는지는 몰라도 빚을 다 갚고 집을 새로 짓는데는 충분한 돈을 받았을거라고 부엌데기가 소문을 퍼트렸다. 하타케가에 팔려서 시집에 왔을 때 그 아가씨는 고작 열 여섯이었다. 몸이 불편한 서방 때문에 평생 한번 밖에 없는 식도 올리지 못했다.

새애기씨가 시집을 오는 날 카카시는 다른 노비들과 마찬가지로 대문에 서 있었다. 하타케가의 병신 아들이 어린 며느리를 얻었다는 말에 마을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타케가의 으리으리한 대문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나귀의 발굽 소리가 들렸다. 새애기씨는 하타케가에서 보낸 전통 혼례복으로 온몸을 가리고 나귀 등에 앉아 있었다. 서방이 보기 전까지 몸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전통 때문에 얼굴도 손끝도 보이지 않았지만, 옷 위로도 드러나는 작은 체구가 신부의 어린 나이를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어수선한 대문 앞에 나귀가 멈춰서고 카카시는 흙바닥에 엎드렸다. 하타케가의 새애기가 될 아가씨는 나귀꾼의 도움을 받으며 카카시의 등을 밟았다. 카카시는 앞으로 모시게 될 상전의 못미더운 무게를 등으로 느끼면서 앞으로 작은마님이라고 부르면 되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엎드려서 본 새 꽃신이 참으로 아기자기했다. 시집 오는 젊은 처자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집안 경사에 그 날 저녁은 진수성찬이었다. 조금 널찍한 뒷마당에 잔치음식이며 술동이를 가져다 놓고 집안 일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평소에 먹기 어려운 고기며 기름진 음식들이 냄새를 풀풀 풍겨대서 저절로 침이 꼴딱 넘어갔다. 그 풍성함에 오랜만에 집안 노비들도 요설이었다. 늙은 안방마님과 운신을 못하는 도련님만 모시고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랫것들도 말 수가 줄어든 참이다. 그것이 새로운 상전을 맞이해 어떤 사람일까하는 궁금함이나 호기심으로 들뜨는 것도 당연하였다.

“그나저나 주인마님 거시기는 잘 서려나 몰라? 병신도 선다등가?”

어차피 못배운 상것들이 좋아하는 화제야 변변한 것이 없다. 자연스레 병신 안주인의 이불 사정에 대한 이야기가 입에 올랐다. 밤이 깊어질 수록 이야기는 노골적이 되어갔다. 뒤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데 까짓 주인네 안방 사정이야....

“그러게나 말여. 시집 오자마자 독수공방하게 생겼지 뭐.”
“작은 마님 몸 달아서 어찌 산대?”
“아 그럼 네놈이 어떻게 해보던가?”
“예끼. 큰일 날 소릴.”

집안 노비들은 그런 식으로 주인마님과 새애기씨의 정사를 놓고 시시덕댔으나 그래도 대부분은 병신을 서방으로 맞은 새애기씨를 불쌍히 여겼다. 안방 마님을 수발들고 있는 청향이가 찢은 전을 입에 구겨 넣으며 못생긴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 말이요, 큰마님이 새애기씨 혼례복도 못벗었는디 안방으로 불러서는 얼른 애를 배라고 닥달을 하시는 거 아니요....듣느니 불쌍해서 원.”
“그런 일 어디 한 두번이었당가.”
“아 그래도요....”

상전 눈치가 있어서 말은 않지만, 내심 속으로는 다들 욕을 하였다. 그 어린 애기씨가 돈에 팔려서 사내 구실도 못하는 나이 든 병신한테 시집 온 것도 서러운데, 애 낳으라고 벌써부터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늦은 밤에 새로 마련 된 안채에서는 엉엉 새애기씨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처음으로 사내에게 구멍을 뚫리고 아파 우는 것이 분명하였다. 필시 그 노인네가 빨리 씨를 받으라고 닥달을 해댔을 것이다. 제 손 하나 재깍 못 움직이는 서방님이니, 서방님 물건을 직접 세우고 스스로 넣었을까. 울음소리는 쉬이 그치지 아니하였다. 처음 본 사내랑, 그것도 병신이랑 치른 초야가 그모냥이라 그 팔자소관도 여간치는 않은 것이다. 깨어 있었던 노비들은 어린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병신이라도 사내라고 서긴 서는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카카시는 천장이 낮은 토방에 기대서 낮에 제 등을 밟고 나귀에서 내리던 새애기씨의 작은 꽃신을 떠올리고 있었다. 느껴졌던 무게도 생각이 났다. 기억에 남기로는 아주 가볍고 솜털 같았다.

•••

애기씨의 이름은 우미노 이루카였다. 이루카가의 장남으로 태어난 이루카는 검소한 집에서 자라 사치도 모르고 부지런하였다. 일찍이 부모가 요절하여 가세가 기울었으나 그것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제 앞가림을 할 만큼 다부진 곳도 있었다. 팔리는 형태로 하타케가에 들어 오게 되었을 때도 이루카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어차피 언젠가는 가야할 시집, 제가 뭔가를 하여 몸 불편한 할아버지와 딸린 가솔들이 잘 먹고 살 수 있으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는 것이다. 공부도 잘 하지 못한 제가 몇 없피붙이를 위해 할 수 있은 이정도 뿐이 없었다. 화려한 패물을 많이 받았고 논마지기와 일 할 노비들도 생겼다.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이루카는 되려 기뻤다. 할아버님을 이제 더 못 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러움이 밀려들때면 눈물이 울컥울컥 쏟아졌지만 그냥 저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속으로만 삼켰다. 중매쟁이가 늙은 시어미와 몸 불편한 서방님을 모시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 병수발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수발 드는 일은 걱정하지 않았다. 시집 가는 날 할아버님께 마지막 문안인사를 드리고 나귀에 올라탔다. 제 집을 떠나 하타케가로 가는 숲의 오솔길이 가슴에 사무칠 정도로 적막하고 쓸쓸하여 이루카는 몸을 떨었다.

으리으리한 집에 시집을 왔지만 이루카의 일과는 단순하였다. 모셔야 할 어른들도 많지 않았고 딸린 식솔도 단출하였다. 새벽에 일찌감치 일어나 다소곳하게 몸단장을 하고 늙은 시어머니께 문안을 드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루카가 하타케가에 시집 오고서 안방마님은 급격히 몸이 쇠약해졌다. 노파는 자리에 누워 며느리의 안부인사를 받았다. 저 혼자서는 밥 한술 못뜨는 서방님 수발드는 것도 힘이드는데 노환에 골골 앓는 시어머니까지 뫼시려니 매일매일 뼈가 부러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루카는 불평 하나 하지 않고 묵묵히 수발을 들었다. 이 집 주인마님이 그토록 며느리를 들이고 싶어했던 것이 꼭 애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새벽마다 두 사람분의 목욕물을 데우는 젊은 며느리를 딱히 여겼다. 이루카는 여느 때처럼 시어미와 서방님의 식사를 챙기고 안채를 나왔다. 장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옥분이가 이루카가 들고 있던 상을 얼른 빼앗아 들었다.

“작은마님! 이리 주시어요. 상을 치우는 것 정도는 쇤네가 하여도 된다지 않았습니까요.”
“그래도 웃전 상인데 내가 하는 것이 맞지 않니.”
“작은마님이 이런다구 큰마님이 어디 눈깜짝이나 하신답니까? 얼굴 보면 잔소리나 한사발 더 듣기 밖에 더 하여요?”
“옥분아, 어른께 그런 말 하면 못쓴다.”
“못 배운 쇤네는 모르겠으니, 하여튼 다음부터는 하지 마셔요. 아랫것들은 괜히 있는 것이 아녀요.”

미간을 좁히고 난감한 얼굴을 하는 옥분이는 특히나 작은마님을 가까이 모셔서 그런지 이루카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옥분이가 보기에 이 집 작은마님만큼 불쌍한 사람이 또 없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성깔도 죽기 마련인데 드러누운 안방마님 성격은 어째 날이 가면 갈 수록 기고만장했다. 며느리 얼굴만 보이면 언제 아이를 낳을거냐, 이 집을 통째로 잡아먹을 생각이냐 호랑이처럼 닥달을 하였다. 보는 사람이 다 오금이 저릴 정도인데 듣는 본인은 어떠랴. 안방마님도 애를 못가져서 평생을 마음 앓이 하고 산 처지면서도 아무래도 평생 쌓인 울분을 며느리에게 쏟아부을 못된 심산이 분명하였다. 방금도 상 치우는 그새를 못참고 애타령을 하면서 싫은 소리를 하지 않더냐. 서방님이라도 사지가 멀쩡해서 팔로 꽉 안아주고 달래주고 하면 좋을텐데 어눌한 말로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키는 것만 잘 하였다. 옥분이는 작은마님 방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울음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방을 나오면 언제 울었냐는 듯이 아랫것들을 바지런히 살피는 것이 또 작은마님이었다. 매일 고된 일을 하고 집안을 돌보니 너희들이 수고한다며 먹을 것을 챙겨 주기도 하고, 바쁠때는 손수 빨래를 하는 등 허드렛일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맘 착한 작은마님이 고생하는 것을 아랫것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였다.

“옥분아...”
“하여튼 마님은 저녁때까지 좀 쉬시어요.”

옥분이는 어쩔 줄 몰라하는 작은마님을 떠밀고 사라졌다. 적어도 시어미와 서방님의 밥그릇은 본인이 처리하였던 이루카는 할 일을 잃고 잠시 방황을 했다. 옥분이는 쉬라면서 으름장을 놓고 갔지만 남의 집에 시집 온 며느리가 마음편히 있을 곳이 어디 있겠는가. 하타케가에 들어오고서 팔다리 한번 맘대로 뻗고 잠도 못자봤다. 이루카는 입술을 깨물고 장지문 앞을 한참 서성이다가 뜬 해를 가늠하였다. 일찍 밥을 먹은 가솔들이 한참 일을 시작했을 시각이었다. 이루카는 조금 망설이면서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겼다. 향한 곳은 바깥채의 뒷뜰이었다. 멀리서부터 나무 패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나쁜짓을 하다 걸린 아이마냥 쿵하고 심장이 뛰었다. 소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이루카는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누가 있나 주변을 살피고 살며시 기둥에 몸을 숨겼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뒷뜰을 건너 보면 건장한 사내의 벗은 등이 보였다. 도끼로 나무를 내리칠 때마다 건강한 근육이 공중에 물결쳤다. 이루카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렇게나 쓸어 넘긴 은빛 머리카락과 군살 하나 없이 큰 등이 움직일 때마다 흩어지는 땀방울이 태양빛에 번쩍번쩍 부서져내렸다. 긴 팔다리가 유난히 돋보이고 두꺼운 팔과 단단한 앞가슴, 근육이 선 죄여든 허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방님이 있는 아녀자가 뭇 사내의 벗은 몸을 보고 마음이 설레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이루카는 이렇게 남몰래나마 바라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타케가에 시집을 온 이루카는 날이 지나 손발이 자랄수록 점점 더 성숙해지고 아리따워졌다. 흰 피부는 아니었지만 은은한 황토색 피부는 다른 의미로 빛이 났다. 열여덟이 되고서부터는 키도 팔다리도 쭉쭉 뻗어 시집 오던 날 뚝뚝 뭍히고 있었던 어린태라고는 이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쩌다 마실을 나가면 나들이옷 너머로까지 느껴지는 탱탱한 육체가 동네 사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열 여섯 어리기만 했던 소년이 그 젊은 피부만 봐도 통통하게 생기든 허벅지며 건강한 육체를 상상하게 만들만큼 싱그럽게 자란 것이다. 그걸 안 안방마님은 어렵게 얻은 며느리가 다른 사내랑 정분이라도 날까봐 며느리가 바깥출입만 했다하면 성을 냈다. 그러나 아무리 문단속을 한들 며느리의 몸은 날이갈수록 그 젊디 젊은 열기를 품어갔고 그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애정 어린 말 한마디 주지 않는 병신 서방에게서는 충족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열. 튼튼한 팔에 안겨 온몸으로 상대의 무게를 느끼고 뜨겁게 서로의 은밀한 욕망을 섞고자 하는 그런 열망. 날이 가면 갈 수록 그런 열망이 심장 밑바닥에 똬리를 틀고 이루카를 괴롭혀댔다. 나무토막처럼 누워만 사는 서방과 잠자리를 해도 그 열이 가라 앉을 리 없고, 이루카는 누가 눈치챌 새라 이불 속에 숨죽여 들어가 젊은 몸을 뒤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열심히 나무를 패고 있는 하타케가의 노비, 돌쇠를 통해서 폭발하기 직전까지 와 있었다. 그래도 이루카는 제가 어염집 작은마님이라는 생각은 늘상 하며 살았다. 아무리 탐이 난들 제가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평소에 식솔들 간식을 챙기면서도 무심코 밥 한술 떡 한점 더 주게 되는 것을 간신히 참은 것이 여러 날이었다. 이번에도 이루카는 애써 시선을 돌리고 슬며시 자리를 뜨려고 했다. 떠들썩한 소리를 내며 식솔 중 하나인 초희가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놀라서 뒤돌아보면 초희가 작은 광주리를 들고 나무를 패는 돌쇠 옆에 바싹 붙어서 콧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광주리에서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났다.

“돌쇠야, 너 이거 먹으련?”
“뭔데?”
“요즘 쑥이 철 아니니. 그래서 지짐이 좀 부쳤다.”

초희의 노래하는 듯한 간드러진 목소리가 마당을 쨍쨍 울렸다. 초희가 돌쇠를 좋아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상것인데도 촐싹부리기는 커녕 성실하게 일을 하는 돌쇠를 마음에 품은 사람은 많았다. 왠만한 양반댁 자제보다도 인물이 훤칠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천한 상것 주제에 머리가 비상해서 무슨 일을 던져줘도 척척 잘 해내었다. 초희는 성격이 억세고 질투심이 많은 탓에 돌쇠에게 호감을 표하는 다른 기집들을 잘 쫓아다녔다. 초희가 잡은 머리채 수만 세어도 양 손가락 양 발가락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돌쇠는 초희를 보는 둥 마는 둥 다시 도끼나 다잡았다.

“....나는 됐다. 너나 먹어라.”
“한 입만 들어봐라 응? 맛있어.”
“싫다.”

제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돌쇠에 마음이 달은 초희가 돌쇠의 팔뚝을 잡아 돌렸다. 이루카는 순간 숨을 집어 삼켰다. 핏줄 선 흰 팔뚝에 올라간 남의 손을 보자니 숨통이 턱 막히고 손끝이 떨렸다. 그저 이렇게 몰래 보기만 하고 함부로 닿을 수 없는 것을, 초희는 같은 상것이라고 마음대로 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루카는 떨리는 손을 오그려 찡하니 아파오는 심장께에 눌렀다. 허물없이 재잘대는 목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우뚝 멈춰선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그저 원망스러웠다.

“너 자꾸 그렇게 매정하게 굴거니?”
“나는 쑥도 싫고 지짐이도 싫다. 너 귀찮게 굴지 말고 좀 가라.”
“아이참!”

끈질기게 들러붙는 초희의 성화에 못견디고 결국 돌쇠는 도끼를 집어 던지고 도망을 갔다. 저를 피해 도망가는 돌쇠의 모습은 어차피 하루이틀이 아니라, 초희는 깔깔 웃으면서 그런 돌쇠의 이름을 부르며 뒤쫒아갔다. 이루카는 돌쇠가 혼인을 한다면, 어쩌면 그 상대가 초희가 될 것 같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집에서 숙식을 하는 아랫것들이 서로 배가 맞는 일은 흔한 것이다. 초희는 조금 시끄럽긴해도 마음이 착하고 애교가 있으니 짝을 맺는 상대로는 모자르지 않았다. 두 사람이 혼인을 하겠다고 하면 아마도 그 살림을 내주는 사람은 저가 될 것이다. 이 하타케가에서 실제로 안주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까. 이루카는 아무도 남지 않은 적막한 뒷뜰을 나와 돌쇠가 던지고 간 도끼를 들어 제 자리에 올려 두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어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간신히 참고 제 방으로 돌아왔다. 아랫것들이 일을 잘 하고 있나 한번 둘러보려 했던 생각은 어느새 까맣게 잊혀진 채였다.

•••

하루종일 입맛이 없었다. 이루카는 제 몫으로 차려진 저녁상도 무르고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서방님이 계신 방으로 갔다. 그 방으로 가는 발걸음이 소가 도살장 끌려가는 것 마냥 무겁고 애처롭기만 한데 그래도 이루카는 갈 수 밖에 없었다. 늦은 밤이라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까 전에 손수 밥을 먹이고 뉘였던 서방님이 그 자세 그대로 요 위에 있었다. 이루카가 없으면 팔 다리 하나 제대로 못 움직이는 서방님이라 그렇다. 이루카는 빤히 저를 보는 서방의 눈빛에 쭈뼛쭈뼛 제 옷고름에 손을 대었다. 벌써 시집 온지도 2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혼자서 옷을 벗는 것은 여전히 부끄럽고 싫었다. 고운 연녹색 저고리가 풀리고 속옷까지 푸르면 깨끗한 어깨와 맨가슴이 드러났다. 몸은 못가눠도 사내라고 젊고 싱그러운 몸을 보는 시선에는 탐욕이 가득 차 있어서 이루카는 그 거북함에 어깨를 떨었다. 아래까지 완전히 탈의를 하고 서방의 얼굴 근처에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이 모든 것은 이루카의 의도는 아니었다. 몸을 못 움직이는 대신 이것저것 요구가 많은 서방이었다. 어차피 제대로 안지도 못할 몸. 그냥 안에 제 씨나 싸면 될 것을 이루카의 서방은 꼭 이루카에게 옷을 다 벗고 스스로 몸을 애무하도록 시켰다. 그것이 너무 싫어서 옷을 벗지 않으면 다음날 밤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시어미에게 혼이 났다. 빨리 제 구멍이나 풀어서 서방을 사정시키고 싶었지만 그런 것을 용서할 서방이 아니어,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옷을 벗게 되었다. 그래도 그 창피함은 어찌해도 가시질 않았다. 아무리 서방이라지만 아직도 낯선 사내의 머리 근처에 앉아서 스스로 성기를 만지고 뒷구멍을 넓히는 일을 하고 나면 이루카는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수치감에 시달렸다.

“아응...응..”

원망스러운 것은 제 몸이었다. 내키지 않는 일이라도 젊은 몸은 손을 대면 착실히 반응을 주었다. 스스로 가슴을 문지르고 바짝 선 유두를 꼬집어 비틀기를 몇 번.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성기를 붙잡고 흔드니 선 젖꼭지가 더 뾰족하니 서고 허리며 허벅지가 움찔움찔 떨렸다. 서방이 희미하게 웃는 것을 알고 이루카는 눈을 감았다. 자위를 한번 하고나면 그 다음은 서방의 차례였다. 서방의 허리춤을 풀면 그 가는 몸 만큼이나 볼품없는 성기가 빼꼼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제 성기와 서방의 성기를 잡고 또 한번 흔들다가 허리를 숙여 입에 물었다. 형편 없는 몸 만큼이나 병자 같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이런 일은 양반이었다. 무릎을 꿇고 누운 서방이 잘 보이도록 얼굴 위에 가랑이를 댄 다음에 스스로 구멍을 후비고 거기에 스스로 서방의 성기를 집어 넣기까지 해야한다.

“아응, 응, 아...!”

못생기게 비틀어지는 제 서방 얼굴을 한 두번 본 것도 아니건만 그날 따라 유독 그 꼴이 더 보기가 싫었다. 눈을 감고 허리를 흔드니 낮에 보았던 건강한 맨 등이 불현듯 떠올랐다. 열심히 일을 하고 몸을 움직여서 땀이 흥건하던 탄탄한 등. 그것을 떠올리고 이루카는 저도 모르게 제 가슴과 시들은 성기에 다시 손을 대었다. 생각만 해도 살이 떨릴 정도로 몸이 뜨거워졌다. 그 긴 팔로 제 몸을 꽉 끌어 안아 준다면. 단단한 손 끝과 잘생긴 입술로 가슴이며 허리며 제 다리 사이 은밀한 곳을 애무해 준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한번 떠오른 생각은 끝없이 그쪽으로 흐른다. 양가집 며느리가 이런 추접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저도 모르고 살았던 제 상스러움에 죽고싶을 지경이지만 성기를 몸에 담고 있는 중에는 그 조차도 애무처럼 온 몸을 뛰어 다녔다. 평소보다 이른 사정을 하고 바르르 몸을 떠는 이루카를 보고 늙고 병든 서방은 꽤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사내가 제 젊은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며 몸을 떨고 있는지 알 도리는 없는 것이다. 자위나 다름 없는 일을 치루고 이루카는 성급히 방을 나왔다. 제대로 손질하지 않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밤바람에 날리고 엉성하게 맨 앞섶 사이로 찬 기운이 몰려들었다. 그걸 제대로 단속할 정신이 없었다. 다른 사내의 몸을 생각하면서 달아 올랐던 몸은 찬 바람에도 식지 않고 여전히 뜨거웠다. 이루카는 작게 흐느꼈다. 오늘 하루도 어찌 해결 했으니 빨리 돌아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이나 잤으면 싶었다.

그 시각 돌쇠, 아니 카카시가 주인네님 안방 앞을 지나가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밤이 되었는데도 잠이 오질 않아 방을 나선 참이다. 이 야밤에 주인네 안방 앞을 지나는 것은 위험한가 싶지만서도 그가 좋아하는 얕은 언덕으로 가려면 안채를 가로지르는 것이 가장 빨랐다. 그러나 카카시는 불이 꺼진 안채 앞에서 이내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소박하지만 반짝반짝 빛이 나는 고운 비단옷을 입고 집안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카카시가 알기에 적어도 한 사람 밖에는 없었다. 이루카는 서 있기도 힘이 드는 듯 기둥을 붙들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딱 하고 부딪혔다.

“마님.”

낮은 목소리에 이루카는 눈을 크게 떴다. 달빛 아래 흩날리는 은발 머리카락. 늠름하게 잘 생긴 얼굴. 크고 단단한 몸. 방금 전까지 머릿속에서 내내 제 알몸을 들볶았던 그 상놈이었다. 이루카는 놀라서 자칫하면 자리에 주저 앉을 뻔 하였다.

“마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카카시는 조금 더 앞으로 걸어나와 불안해 보이는 작은마님의 안색을 살폈다. 평소 건강해 보이는 피부색도 어두움을 배경으로 하니 희게 떠올랐다. 몸은 다 컸지만 여전히 약간의 어림을 남긴 얼굴. 볼에는 흩어진 검은색 귀밑머리가 땀에 절어 찰싹 붙어 있었다. 조신하게 여며져 있어야 할 앞섶은 느슨하게 묶여져, 평소에는 가려있는 목선과 그 아래 속살을 외기에 훤히 드러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루카는 막 정사를 끝내고서 아직도 그 여운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젊디 젊은 몸이 그런 자위같은 정사에 만족을 할 리 만무한 것이다. 화려하고 아리땁게 떠오른 매끈한 살결을 보고 카카시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상놈 주제에 머지않아 이집 안주인이 될 마님의 흐트러진 모습에 눈도 돌리지 않다니, 보통이라면 당장에 날벼락을 떨어트릴 일이다. 하지만 이루카는 그런 것보다는, 혹시나 제가 그런 부정한 생각을 했던 것을 이 사내에게 들킨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을 먹고 있었다. 제 천한 생각을 다 안 것은 아닌가. 그래서 여기에 나타났나. 사내의 시선이 제 목덜미의 속살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다리 사이가 저릿해져 이루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뒤늦게 손으로 앞섶을 가리고 괜찮다며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작은 목소리에 흐르는 물기가 참으로 애처롭게 허공에 흩어져 내렸다.

“흐윽...흑.”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니 참았던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제 처지가 처량하였다. 팔리듯 이 집에 시집오긴 하였지만 제딴에는 정말로 잘 해볼 마음이었다. 서방이 몸이 아프다 하니 평생을 잘 돌보고 시어미를 잘 받들며 살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었다. 그러나 시어미의 시집살이는 생각보다 더 매섭고 무서웠다. 빨리 애를 배라는 닥달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매일 아침 저녁 남근상을 쓰다듬고 일주일에 한번씩 서방님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었다. 그래도 이년 넘게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서방님은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징그러운 눈으로 저를 바라볼 뿐이다. 때로는 구멍에 성기가 아닌 다른 것을 집어 넣으라 하기도 했다. 그러니 매일 수발을 들어도 제 서방에게 정이 생기질 않았던 것이다. 집 문주를 보면 그냥 목매 죽을까 싶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닌데 그때마다 저를 붙든 것은 산 너머 고향마을에 두고 온 늙은 할아버님이었다. 가난해도 금지옥엽 저를 아꼈던 할아버님 생각에 이루카는 다시 탁 울음을 터트렸다. 뵙고 싶어도 뵐 수 없는 할아버지와 정든 집. 시집 오고서 한번도 뵙지를 못하였다. 이루카가 집에 가면 돌아오지 않을까봐 시어미가 보내지 아니한 것이다. 이루카는 일년에 두 번 정도 식솔들에게 짚신과 돈 몇닢을 쥐어주며 고향엘 다녀오라 보내주곤 했는데, 정작 제 신세가 그 노비들만 못하였다. 속임수 못쓰고 곧게 자란 하타케가 작은마님 성품에 식솔들이며 동네 사람들은 참한 며느리라며 칭찬해 주었지만 썩어가는 그 속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쓸데없이 넓은 집에서 이루카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신세였다. 저 하나 귀히 여겨주는 이 없는 집. 이럴바엔 차라리 노비가 되는 것이 낫다. 낮에 돌쇠의 흰 팔뚝을 잡고 개구지게 웃던 초희가 떠올랐다. 저는 양반 같지도 않은 양반에 내외를 하느라 그 사내의 팔도 한번 못잡아 봤는데. 다시 생각하니 심장이 다 타버리는 줄 알았다. 이루카는 베개와 이불에 파묻혀 한참을 흐느끼다가 슬그머니 손을 내려 제 성기를 손에 쥐었다. 우는 소리에 신음 소리가 절묘히 섞여들어가 적막을 깼다. 목놓아 울고 싶을 정도로 슬픈데 여전히 가라 앉지 않는 달뜬 몸이 서러웠다.

“흐읏....”

이루카의 속에 쌓여가는 그 열은 저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하타케가의 작은마님은 내색도 못하고 그저 스스로 저를 위로할 수 밖엔 없는 것이다. 누군가와 강하게 몸을 부대끼며 사랑하고 사랑받아야만 하는 그 가슴의 타오르는 열은 그렇게 방치 되어 왔다. 머릿속에서 도저히 사라져주지 않는 그 사내. 등을 흐르던 땀. 튼튼한 팔과 등, 허리. 잡아먹을 듯 날카로운 눈초리. 마님이라고 저를 부르던 낮은 목소리. 방금, 달빛 아래 반짝거리며 빛나던 부드러워 뵈는 은빛 머리카락.

그 사내가 저를 알아주면 죽지 않고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읏... 아응, 앙...”

어느새 목소리에는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신음소리가 그 윤기를 더했다. 저고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유두를 잡아당기고 꼬집으면서 음낭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다리 사이 더 깊숙한 곳에 집어 넣었다. 회음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면 발가락에서부터 허리까지 찌릿찌릿 전기가 오르는 듯하여 그것이 못내 좋았다. 제 몸을 덮고 있는 옷이 갑갑해 저고리도 벗어 던지고 흰 속옥을 풀어 헤쳤다. 발기한 분홍색 젖꼭지를 거친 모시의 섬유에 비비며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사내의 성기가 들어갔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구멍은 이루카의 손가락을 쉽게 받아들였다. 어느새 덮고 있던 이불도 걷어 버리고 이루카는 양 허벅지를 비비며 몸을 뒤채었다. 그러나 부족했다. 모든 것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스스로 애무를 해도 제가 원하는 애무는 그런 게 아니었다. 손가락도 원하는 만큼 안쪽 깊숙히는 들어가 주지 않는 것이다. 제 집안 돌쇠의, 한번도 본 적 없는 남근이 저를 저지르는 은밀한 상상은 생각만해도 속곳이 젖을 정도로 아찔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단지 상상일 뿐 리얼하게 몸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아무리 제 몸을 위로해도 느껴지는 것은 채워지지 않을 부족한 부분만. 쓸데 없이 점점 더 몸만 달아올라 절로 흐느끼는 소리가 샜다.

내내 그 사내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제 방문을 쾅 열고 불쑥 들어온 그 사내가 이루카는 제 환영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열렸다 닫힌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찬 밤공기가 한껏 달아오른 뺨이며 몸을 스산하게 스쳐지나가 그것이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알렸다. 이제 새벽이 다 되어가는 시각, 다들 잠이 들어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 때 너무 갑작스러운 외간 남자의 침입에 이루카는 제 맨 가슴과 성기를 그대로 다 내보이고야 만 것이다.

“아....!”

이루카는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이불로 제 몸을 덮었지만 이미 가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숨 오른 장미빛 뺨과 촉촉하게 자태를 뽐내는 맨 어깨는 미처 다 가려지지도 않았다.

어염집 며느리가 서방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맨 몸을 보였으니 벌써 겁탈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루카는 마치 강간이라도 당한마냥 겁을 집어먹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가 사내의 눈을 보고선 숨을 삼키었다. 날카롭게 빛나는 감색 눈동자가 저를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루카는 열려진 입술로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저를 향해 다가오는 돌쇠를 보았다. 이루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돌쇠는 주저 없이 젊은 마님의 몸을 덮고 있는 이불자락을 걷어 던져버렸다. 불편한 포즈로 벽에 몰려 몸을 웅크리고 있는 싱그러운 몸이 방 안에 감도는 은은한 촛불 아래 흔들렸다. 검은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붙어있는 목덜미, 뾰족하게 선 유두, 적당히 근육이 선 배, 발기한 짙은 분홍색의 성기, 통통해서 만지는 보람이 있을 것 같은 허벅지, 그런 것들이 카카시의 시야에 잡혔다. 은밀히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탄력있는 몸이었다. 카카시는 이 작은마님이 제 등을 밟고 하타케가의 땅에 내려 섰던 때부터, 그 마님이 어떻게 이렇게 아리땁게 자라 왔는지를 다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였는지는 잘 모른다. 팔자 가련한 작은마님을 보면 방안에 드러누운 병신과 성격 더러운 노인네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 그 병신들 때문에 이 어여쁜 마님이 사내 사랑도 제대로 못받고 이렇게 혼자 젊은 몸을 애태우는 것이다.

“작은마님.”
“네, 네 이놈! 써, 썩 나가지 않으면 경을 칠 것이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그제서야 이루카는 정신을 차리고 이불자락을 찾았지만 이내 팔목을 붙드는 큰 손에 가로막혔다. 호통을 치는 목소리도 미더운 것은 아니었다. 곧 울기라도 할 것 처럼 덜덜 떨리고 있던 탓이다. 잡힌 손목이 불에라도 덴 듯 뜨거워서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저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이루카는 어쩔 줄을 몰랐다. 아랫도리는 어떻게 옷으로 가렸지만 가슴은 훤히 드러내놓고 전라나 다름이 없었다. 눈을 꼭 감으면 조심스럽게 뻗어나온 손이 목덜미로 들어왔다가 쇄골을 거쳐 가슴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왼쪽 가슴의 유륜을 천천히 도는 사내의 손 끝에 무심코 신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마님.”

다시 한번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루카는 망설이고 있었다. 싫다고 해야하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사내를 생각하며 열심히 제 몸을 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발칙하게도 유륜뿐만 아니라 유두도 엉망진창으로 만져줬으면, 그렇게 생각하고 제 상스러움에 이루카는 몸서리를 쳤다. 천것이다. 혼인까지 한 양가집 며느리는 이래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 벗은 가슴에 손을 대는 천것에게 호통 하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 말라하면, 당장이라도 그 큰 손을 제게서 뗄 것 같았다. 더이상은 만져주지 않을 것 같았다. 유륜을 돌던 손은 조금 더 대담해져 가슴의 부드러운 근육과 살을 잡고 살며시 주무르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만지작거려 한껏 예민해진 몸이다. 기어이 신음이 터져나왔다.

“....아응....”

이루카가 억눌린 신음을 내뱉으면 내뱉을 수록 이루카의 것이 아닌 사내의 숨소리도 조금씩 거칠어졌다. 그 숨소리가 꼭 먹이를 앞에 둔 날짐승의 것 같아서 오싹오싹 피부가 달아올랐다. 사내가 제 몸을 보고 그렇게 흥분한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견딜 수 없는 기분이었다. 뛰는 심장은 당장이라도 갈비뼈를 깨고 튀어나올 듯 하였다. 움찔움찔 몸을 떨며 눈을 떠 보면 그토록 그렸던 사내의 잘난 얼굴이 앞에 있었다. 돌쇠는 마님의 떨리고 있는 입술이며 눈동자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윽고 가슴을 만지던 손을 떼어 제 웃옷 앞섶을 열고 바지의 매듭을 풀어헤쳤다. 이루카는 부끄러움도 잊고 숨을 죽인 채 그것을 응시하였다. 두꺼운 가슴팍이며 탄탄한 배에까지 닿을 듯 팽팽하게 선 검붉은 남근이 시야에 들어왔다. 서방의 것이 아닌 다른 사내의 성기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제 서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굵고 길었다. 뒷뜰 구석에 있는 남근상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였다. 어쨌든 빈약한 상상력으로 그려보았던 것 이상으로 큰, 마치 다른 생물인 것 마냥 그로테스크한 굵은 핏줄이 꿈틀거리는 남근. 저런 것이 안에 들어오면 어찌될지... 이루카는 저도 모르게 마른 입술을 핥았다. 입술을 핥는 그 미끈한 혀가 돌쇠의 시선을 사로잡았음은 두말할 것이 없었다. 천것이니 뭐니 이루카는 이제 별로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남이 알면 안되는, 은밀하게 품어온 사내와 옷을 풀어헤치고 마주보고 있자니 그저 저 몸에 제 몸을 부비고 싶은 욕심만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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