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IRU ONLY 페러렐 90% 이상 분포 주의
※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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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 하면 좋아할수록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게 된다.




애인의 의무




오후 다섯시부터 접수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시간대가 시간대이니만큼 취급되는 임무는 대개 C, D랭크와 같은 간단한 것들이다. 물론 난이도가 낮은 임무라고 해서 방심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쉬운 임무라도 임무는 임무. 보고서에 대한 평가가 닌자 개개인의 급여나 인사고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소홀히 할 수 없다.
보고서를 받고, 내용을 확인하고, 확인란에 날인을 하는 작업의 반복. 이 작업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이 이루카의 임무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지금 이루카가 체크하고 있는 보고서의 주인은 아직 14세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다. 이루카의 담당 학급은 아니었지만 작년까지 분명 아카데미생이었다. 졸업 후 일년도 되지 않아 중급닌자라니 훌륭한 성적이다.
임무의 내용은 뒷산의 야생 맷돼지의 포획으로 벌써 세 번째 지명이었다. 의뢰주인 농장주인은 성격이 깐깐한 노인으로 유명한데 지명까지 한 것을 보면 일하는 솜씨가 여간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졸업해도 제대로 하고 있구나.
소년에게는 실례이지만, 교사이기 때문에 졸업생의 활약에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카오 중닌. 내일은 오프이니 편히 쉬세요.”
이루카는 으레 접수의 꽃이라고 불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정리한 확인증을 건넸다. 근로에 대한 수고와 감사의 인사는 접수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차다. 긴장감을 푸는 약간의 잡담은 선택사항이지만 피로가 그대로 느껴지는 더러워진 정규복을 보고서 그만 두었다. C등급이라 해도 일주일 내내 야산에서 노숙을 했으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쉴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접수의 업무다.
“저....”
그러나 다음 차례를 호명하려던 이루카를 소년이 쭈뼛거리며 막아섰다.
“무슨 일이신가요?”
살짝 고개를 숙이고 말을 머뭇거리는 무뚝뚝한 얼굴은 이루카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아무리 중급닌자라도 한창때의 사춘기 소년. 인내심 있게 기다리면 소년은 수줍은 듯 하면서도 다음에는 좀 더 높은 등급의 임무를 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태도에 비해서는 단호한 어조였다. 중급닌자가 된 직후라면 확실히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강할 때이다. 자신도 그랬다.
아니, 그것도 아닌가? 무심코 시모시 주제에 어려운 임무를 달라며 매일 떼를 쓰는 제자가 떠올라 이루카는 쓴웃음 지었다.
“알겠습니다. 확인해 두겠습니다.”
일단 긍정적인 답변을 돌려주면 소년은 눈에 띄게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소년다운 미소가 보기 좋았지만 혹여 오해할까 싶어 서둘러 보충설명을 덧붙였다.
“최종적으로 제 권한은 아니니 건의 정도 밖에 못하지만요.”
“아뇨.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대견한 인사에 감동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힘과 실력으로 권력이 형성되는 세계라서 그런지 접수소에서도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하는 닌자들은 많다. 매일 웃으며 많은 닌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지만, 반대로 감사인사를 받는 일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계급이 같아도 내근이라는 이유로 저평가 되는 일이 많은 탓이다.
우리반 녀석들도 아카오 중닌 정도로만 예의바르게 커주면 좋으련만.
이루카는 이후 접수가 한가해진 틈을 타 접수소의 전산망에 소년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알겠다고 한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소년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호기심도 없진 않았다. 때마침 휴식시간이어서 이루카는 캔커피와 출력한 자료를 들고 휴게실에 처박혔다.
소년은 생각보다도 훨씬 우수한 닌자였다.
“대단한데....”
무심코 육성으로 감탄해버렸을 정도다. 중급닌자로 승격한 것은 13세 가을. 지금으로부터 반 년 전이다. C, D등급 임무도 충실하지만 B등급 임무도 이미 10차례 이상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의뢰인의 평가가 높은 것이 특히 눈에 띈다. 접수소에서의 태도로 미뤄 보아 성실한 타입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공격적이고 빠른 전략을 짜는 타입 같다. 평가서에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상황판단능력이 우수하다는 상인사의 코멘트도 붙어 있었다. 술법과 체술, 전 과목에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올라운더형이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난도 높은 임무를 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이전 수행한 B등급 임무가 전부 상급닌자와의 투맨셀이었다는 점일까. 단독으로 처리한 B급 임무는 아직 없는 셈이다. 실력이 있는데도 고난도 임무를 할당하지 않는다. 고난도 임무를 줘도 상급닌자의 서포터 역할일 뿐. 물론 이 이유에 대해서는 예상이 붙었다.
‘....아직 14인가.’
이루카는 소년의 프로필에 시선을 주었다. 이 정도면 천재라 할 만 하지만, 역시 너무 어리다고 판단된 것이다. 실력으로 먹고 사는 닌자의 세계에 나이가 왠말이냐 싶어도 나이에 따른 정신적 성장은 중요하다. 아카데미에서도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정신이 무르익지 않으면 위험한 임무는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실력이 있는 아이를 언제까지고 팔 안에 가두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그래도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춰서 인간적 소양과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에 이루카는 동의하는 편이었다. 만년 인력난이니 뭐니 해도 지금의 코노하 마을은 그렇게 할 만큼의 여력은 있다.
확실히 예전에는 아이들을 위험한 임무에 내보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파괴된 마을을 복구하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했던 것이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루카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중급닌자로 승격 되었던 것도 마을의 사정과 무관치 않았다. 이루카 나이대의 대부분이 그랬다.
‘일단 건의는 해두자.’
소년에게 말했던 대로 임무 할당에 대한 권한은 없지만 의견을 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좋은 닌자를 발굴해 상부에 추천하는 것도 접수의 업무다. 대부분 닌자들이 이 사실을 까먹고 있는 것 같긴 해도.
‘....배고파’
가지고 있던 서류를 덮고 그제서야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최근 이루카는 꽤 바쁘다. 애초에 아카데미와 접수소 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웬만한 체력으로는 못해먹을 일이다. 아카데미 시험기간이 겹치면 밥 한 두끼 거르는 것 쯤은 감수해야 한다. 쉬는 시간이라고 해도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너무 과하게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모르지는 않지만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가 없다.
막간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세 개의 새 메일이 와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메일함을 확인해 본다. 전부 업무에 관련한 것들 뿐이었다는 것이 애석하다. 애초에 사적인 연락이 많이 오는 편도 아니고 연락을 할 사람도 극히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오늘 오프일텐데... 저녁 먹자고 해도 되나? 너무 늦은 시간인가?’
현재 시간은 일곱시. 퇴근하기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이루카는 메세지 창을 띄운채 조금 망설이면서 스마트폰의 은빛 바디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만다. 휴게실을 빠져나오면서, 먼저 연락해 주면 좋을텐데, 하고 억지스러운 것을 생각했다. 연락하고 싶으면 먼저 하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하는 이루카는 분명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


놀랍게도 우미노 이루카는 현재 연애중이다. 왜 놀랍게도라는 말을 붙였냐면 정말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귄지 3개월 된 이루카의 연인은 남자다. 이루카가 자신의 성벽을 깨달은 것은 중급닌자가 된 직후였는데 솔직히 연애 따위는 못할 거라고 단념하고 있었다. 성에 있어서 개방적인 풍토이긴 해도 동성커플이 환영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교사를 꿈꿨던 것도 있어서 연인을 만들어 알콩달콩한 연애는 못해 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삼 개월 전에 생겼다. 제대로 된 남자 연인이.
더 놀라운 것은 그 연인이 바로 하타케 카카시라는 점이다. 하타케 카카시라고 하면 마을의 대들보, 차기 호카게 후보이자 살아있는 전설 등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는 혼자 다 독식하고 있는 남자다. 사실 이루카는 아카오라는 소년의 프로필을 보면서 ‘왠지 카카시씨와 비슷한 유형의 천재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엄밀히 따지면 두 사람 사이에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클래스의 차이가 있다.
카카시가 중급닌자가 된 것은 6살 때의 일이다. 다른 아이들은 가위도 잘 못쓰는 때에 수리검을 자유자재로 날리며 놀았다. 상급닌자가 된 것은 불과 12살 무렵. 얼마나 재능과 실력이 특출났으면 6살 된 어린아이를 승급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일까 경이로움까지 느낀다.
이루카 또래의 아이들은 카카시의 무용담을 전설처럼 듣고 자랐다. 심지어 하타케 카카시 놀이 같은 것도 있었다. 한번 전설은 영원한 전설이라, 지금도 아카데미 아이들 중에는 하타케 카카시처럼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 거기다 왠만한 미남배우의 뺨을 번갈아 후려갈길 정도로 스타일 좋고 잘생겼으니,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다.
소싯적에 품었던 동경도 있고, 직접 보니 더 멋있어서 이루카는 분수도 모르고 카카시에게 반해버렸다. 냉정하고 여성편력이 심하다는 소문은 전혀 거짓말이었다. 멋있고 미남이고 천재인데 젠체 하는 것 하나 없이 상냥한 성격. 반하지 말라는 것이 무리다.
“저....카카시씨. 동료로서 좋아하니 어쩌니 그런게 아니구요...그게....”
“....”
“저....카카시씨가 좋은데요...”
술김에 미쳤던 것이 분명했다. 권해지는 대로 한잔 두잔 삼키다 보니 이 사람한테라면 차이고 몇 대 맞아도 괜찮겠다 싶은 이상한 용기가 샘솟았다.
“좋아. 사귀자.”
“....네?”
설마 화답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 망상이고 꿈인 줄 알았다. 다음날에도 왠 이상한 꿈을 다 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퇴근시간에 갑자기 데이트 하러 가자고 데리러 와서 깜짝 놀랐다.
스물 둘이 되어 비로소 생긴 첫 애인에 이루카는 몸둘 바를 몰랐다. 처음 한달간은 100m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무때나 비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는 것이 고역일 정도였다. 그 고명한 하타케 카카시가 연인이라니, 사실은 지금도 실감이 잘 안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며칠 전, 이루카는 그 멋진 연인과 싸웠다. 솔직히, 이걸 싸웠다라고 하는게 맞나 싶기도 한데.
“그럼 저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심야 담당인 동료가 조금 늦어서 퇴근 카드를 찍었을 때 이미 시각은 9시 반이 넘어 있었다. 접수소를 나와 일단은 가까운 심야식당부터 찾았다. 라면 귀신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나름대로 자취는 하는 편이지만 13시간 동안 먹지도 못하고 일 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주문한 불고기 백반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며 이루카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0건의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슬프다. 고민고민을 거듭하다가 간신히 ‘퇴근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메세지만 보내 놓고 다시 가방 안에 집어 넣었다.
사실은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지도 궁금했다. 카카시와 커플로 맞춘 스마트폰은 그 때문에 샀던 것이다. 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왜 전화했냐고 할까봐 겁이난다.
동경이 너무 컸던 탓일까? 반한 죄라는 것도 있겠다. 연하에 계급도 아래. 심지어 카카시는 게이가 아니라 일반인이다. 확실히 여러 측면에서 이루카는 카카시에 대해 사양하는 경향이 있었다. 괜히 실수해서 미움 받는 것은 싫으니까. 이것도 전부 분수에도 맞지 않는 연인을 가진 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카카시의 사정을 우선시키는 것이 딱히 불만스럽지도 않았다. 차라리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배가 고픈 것인지 속이 허한 것인지, 일단은 꾸역꾸역 눈앞의 밥알을 욱여넣었지만 맛은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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