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대한 개인적이고 두서없는 이야기
외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개 밥은 집에서 먹자는 주의. 대학때도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근데 요즘 일이 밀려서 집밥을 거의 못먹었더니 굶고 다닌 느낌이랄까. 실제로는 밖에서 꼬박꼬밥 사 먹었지만 외식은 '밥을 먹었다'는 느낌이 안든다.
오전 열한시에 퇴근해서 자고 일어났더니 가족들 모두가 귀환해 있었다. 저녁 먹기 전엔 다들 집으로 돌아온다. 직장에 일이라도 생기지 않는 한 가족 전원이 한 밥상에서 밥을 먹는 게 너무 당연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집은 아닌데 신기하다.
오늘의 메뉴는 바로 이것. 콩을 넣은 잡곡밥, 콩나물국, 고추장으로 양념한 불고기, 쌈채소, 더덕구이, 청경채 무침, 가지 무침, 데친 두부, 매실 장아찌, 김치
드디어 며칠만에 제대로 밥을 먹었다. 배부르고 좋아.... 오늘은 고추장 불고기가 간이 잘 배서 먹을 만 했다. 원래 고기나 생선을 많이 먹는 집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마트에서 파는 소시지나 햄은 가공 냄새가 나서 별로. 가끔씩 수제 제품은 먹지만 기왕 고기를 먹는다면 수육을 해 먹는 쪽이 좋다. 샤브샤브나....생선은 보통 등푸른 생선. 음... 그런데 분명히 단언컨대, 식단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집 식탁의 메인은 고기나 생선이 아니다. 채소다!! 야채 러브!!!!
각종 나물은 물론 생채소도 우걱우걱 잘 씹어먹는 우리 가족들. 가끔 네 식구가 모여 앉아서 맛있게 채소를 씹어 먹고 있는 걸 보면 그건 마치 네 마리의 커다란 토끼. 다들 바쁠 때는 밥상에 정말 생야채만 툭툭 잘라서 된장에 찍어 먹을 때도 있다. 아 갑자기 호박잎 데쳐서 파를 잔뜩 썰어 넣은 강된장이랑 먹고싶어졌어.....아니면 채소를 잔뜩 넣은 비빔밥. 집에 나물이 많을때는 10가지 채소를 넣은 비빔밥도 가능하다! 멋지다!! 이루카 선생님이 야채를 좋아했다면 한국식 비빔밥을 사랑했을텐데. 아, 그러고보니 비빔밥 먹을 때는 육회도 같이 넣어 먹는다. 비빔밥에는 육회지. 이건 인정한다.
그나저나 우리집 사람들은 식성만 보면 정말 한국 사람이다. 그것도 옛날 식.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맛있잖아! 한국식 밥상은 옛날부터 채소 중심이니까 채소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하게 구성해 먹을 수 있잖아! 단백질은 계란과 콩으로 충분하고...
일본이나 중국, 유럽 다 가봤지만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만큼 식탁 위에 다양한 채소를 놓고 먹는 나라가 없다. 작년 겨울에 삼 개월 동안 일본에 장기체류하면서 솔직히 너무 괴로웠다. 무, 가지, 양배추, 오이, 호박, 파프리카, 당근, 파... 거의 야채는 이것만 먹었던 느낌. 시장 야채가게와 마트를 찾아다니며 야채를 공수했지만 역시 부족. 시래기랑 냉이, 두릅, 애호박, 미나리가 죽을만큼 먹고 싶어서 찾았는데 못찾았다. 비슷한 걸 찾기도 했는데 맛이 완전 달라. 이 정도로 맛이 다르면 다른 채소 아니야? 크흡......어쨌든 한국에서도 잘 안하던 자취를 열심히 했다. 일본까지 가서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 건 이상해서 밖에 있는 중에는 외식이었으니까 저녁이라도..... 일본에서 외식하는 거, 맛도 있고 식도락에 돈쓰는 재미도 있어서 좋았지만 역시 밥 먹은 느낌은 없었다. 역시 외식은 외식이야...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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