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씩 기괴한 일을 겪을 때가 있다. 우연일 수도 있고 내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느낀 섬뜩함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날도 덥고 비도 와서, 문득 예전에 겪었던 일들이 생각 나 글로 적어보기로 했다.
대략 초등학교 5,6학년 이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나의 친가는 전라남도 고흥으로, 아빠 엄마 나 여동생, 우리 네 가족은 할아버지 제사에 참여하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당시에는 서울부터 고흥까지 12시간을 차를 몰아야 했을 정도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시골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4시가 가 되어가는 시각이었고 어렸던 나와 내 동생은 지쳐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잠시 친가의 주택과 근처의 광경을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원래 내가 3학년 때까지 우리 친가는 서양식 주택이 아니라 전형적인 초가집이었다.
정말 깊은 깡촌이라, 가장 가까운 이웃집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고, 심지어는 비포장 흙길에 가로등 하나 없어 해 질녘이면 외출조차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깜깜 절벽. 더 최악은 화장실이었다. 마당 한켠에 따로 분리되어 있던 화장실은 푸세식이었기 때문에 우리 엄마도 너무 무섭다며 나나 내 동생을 데리고 용변을 봤다. 나도 화장실이 가고싶을 때마다 엄마를 엄청 괴롭혀댔던 기억이 난다.
초가집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대나무 숲, 동쪽과 남쪽에는 밭, 북쪽에는 산이 있었는데 대나무 숲을 조금 지나면 바다가 보였다.
초가집을 헐고 지은 집은 1층으로만 구성된 박스 컨테이너 형태의 단순한 주택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초가집을 좋아했던 나는 새로운 주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유일하게 내 마음을 사로 잡은 한가지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옥상이었다.
인공 불빛이 없는 만큼 별이 아주 잘 보이는 장소였기 때문에 해가 진 후 심심해지면 동생과 옥상에 올라가 놀았다.
제사 날 밤에도 나와 내 동생은 두꺼운 옷으로 몸을 단단히 중무장하고 옥상에 있었다.
흰 크레파스로 바닥에 선을 그려 땅따먹기를 하거나, 그런 놀이를 했었다. 별자리도 외웠다.
밤 12시에 제사를 지내는 탓에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집 안에서는 큰엄마와 엄마, 그 외 친지들이 열심히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시 쯤 되었을까.
노는 것도 무료해져, 동네의 어두운 밤 광경과 서늘한 겨울 바람을 느끼며 멍 하니 서 있었던 그 때.
멀리 흙길을 따라 하얀 인영 하나가 집을 향해 다가오고 았는 것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그 인영은 매우 눈에 띄었는데, 그건 그 사람이 펄럭이는 흰 도포차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찾아 온 방문자가 이상했지만, 제삿날이나 명절에 낯선 손님이 방문하는 일은 언제나의 것이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 손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큰 갓을 쓰고 멋드러진 도포를 휘날리며 다가오는 당당한 걸음걸이의 노인. 노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 마당으로 불쑥 들어섰다.
그 순간, 나는 왜인지 그 손님에게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굳이 가기 싫다는 동생을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무거운 현관문을 열었던 그 때, 그 때 받았던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분명 익숙한 집안 풍경이었는데 모든 것이 마치 꿈 속 처럼 낯설어 보였다. 마치 다른 세계같았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집안과 그 집 안을 비추는 약간 파란빛이 도는 형광등.
분명 집 안에서는 큰엄마와 엄마, 그리고 다른 몇 몇의 친척들이 제사 준비를 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허나 사람은 커녕 그 도포입은 할아버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내 뒤에 있었을 동생도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파란 형광색의 횡횡한, 음침한 집안 분위기에 나는 완전히 겁을 먹었다.
나는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부엌으로 달렸다. 그러나 내 외침에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고 나는 점점 더 겁에 질려갔다.
부엌에는 준비하다 만 음식들만 남아 있을 뿐.
온 집안을 미친 듯이 돌아다닌 나는 제사를 지내는 방에 발을 들여 놓았고 차려진 제삿상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렇다.
흰도포를 입고 갓을 쓴 우리 친 할아버지가 사진 속에 있었다.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나는 분명 할아버지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설마.
"여기서 뭐하니?"
덜덜 떨며 자리에 주저 않은 내 뒤로 그토록 찾아 헤메도 없었던 엄마가 나타나, 제사지낼 방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며 나를 혼냈다.
내가 어디있었냐고 하자 계속 사람들과 부엌에 있었다고 한다.
손님이 오지 않았느냐 물으면 새로운 손님은 없다고 했다.
방 밖으로 나오니 아까까지 느껴졌던 괴기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언제나의 집안풍경으로 돌아와 있었다.
설마 그 밤손님은 우리 할아버지였을까.
잠시후 12시에 맞춰 제사가 시작되었고, 이것은 내가 최초로 겪은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기억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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