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IRU ONLY 페러렐 90% 이상 분포 주의
※표시가 붙은 글은 폭력 및 성적 묘사를 포함합니다. 표시가 없어도 기본 어른테이스트


거실 한가운데서 시라누이 겐마가 눈을 뜬 것은 날이 다 밝아서였다. 시라누이 겐마는 간밤 하타케 카카시에게 명치를 정통으로 얻어 맞고 그자리에서 KO당했다.

"웩......"

눈을 떴을 때, 그는 안타깝게도 제가 만들어놓은 토사물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울컥 올라오는 역겨움에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또 한번 오바이트를 시원하게 했다. 다들 아침이 늦어서 깨어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사실 생일이라고 겐마도 술을 꽤나 많이 마셨던 상태였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제대로 명치를 얻어 맞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겐마는 얼굴을 닦아내면서 이를 빠득갈았다. 이 새끼 가만 놔두나봐라. 허리도 발로 정통으로 까여서 장난 아니게 아팠다. 개자식이 누구 장가 못가게 하려고 작정을했나? 그렇게 욕하면서 또 한번 게웠다.
정신 차리고 입도 헹구고 더럽혀진 거실을 치우고 나니 겐마는 그제서야 이루카 생각이 번뜩 났다. 그대로 기절해서 정신을 잃는 바람에 뒤로 일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타케 카카시 그새끼는 얼굴도 쳐다보기 싫지었만 우미노 이루카 때문에 어쩔 수 꽉 닫힌 하타케 카카시 방의 문을 열어야했다. 거기에 우미노 이루카가 있을 것만 같은 강렬한 예감 때문이었다.
으악 이루쨩!!!
그리고 시라누이 겐마는 벗겨진채로 침대에 양 팔이 묶여 있는 이루카를 보았다. 끔찍하다 끔찍해. 간신히 어떻게 이불은 덮고 있는데 애가 오한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안그래도 끙끙 앓던 앤데 진짜 시체 치우겠다. 놀래서 묶인 것 부터 풀려고 했는데 끈은 또 어찌나 꽉 묶었는지 풀어지지도 않았다. 결국엔 가위를 가져와서 살살 잘라내고서야 이루카를 빼낼 수 있었다. 얼마나 몸부림을 치고 그랬으면 양 손목에 멍이 장난이 아니었다.
겐마는 끙끙대는 우미노 이루카을 들쳐 업고 방을 빠져나오면서 세상 모르고 잠든 하타케 카카시를 슥 쳐다보았다. 아무리 제 친구라지만 저건 인간이 아니고 세상에 둘도 없는 짐승이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이루카는 너무너무 아팠다. 제 생에 그렇게 아파본 적은 처음이었다. 사실 묶여서 이러저러한 일을 많이 당하긴 했지만 따져보면 이루카도 그 행위 자체가 아주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정말이었다. 정말로 짱 좋아하는 카카시씨고 그랬으니까 강제로 그런게 괘씸하다가도 마음이 많이 약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비록 강간을 당했어도 기분이 확 나쁘진 않았다. 또 처음에만 막 아팠지 마지막쯤에는 저도 좀 많이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십년지기 친구를 패가면서까지 인정 사정없이 달겨든 걸 보면 하타케 카카시도 제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미노 이루카은 아파서 골골거리고 있으면서도 곧 카카시가 당연히 저를 찾아 올거라고 생각했다.
이루카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방에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야마토에게 카카시의 거취를 많이 물었다.

"....콜록. 카카시...는...?"
"아, 지금 와 있어."
"...뭐...하는데?"

그런데 그건 저의 착각이었던 것같다. 하타케 카카시가 자신을 찾아와 줄 것이라는 그 믿음 말이다. 하타케 카카시는 이루카를 찾아오기는 커녕 소식 듣기도 어려웠다. 거기다 숙소에 있어도 거의 겐마과 같이 있는 모양이었다.

"겐마형이랑 같이 있는데. 왜 불러줘?"

역시나. 야마토의 말에 이루카는 힘없이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카카시를 믿고 싶었다. 들여다 봐주지도 않지만 무슨 일이 있겠지, 좋게 생각할 상황이 아닌데도 바보처럼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나쁘게만 몰아가기에는 이루카는 하타케 카카시를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싶었다. 저를 묶었던 조각난 천은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카카시씨거니까.
그리고 이루카는 큰 결심을 했다. 먼저 다가가보기로 한 것이다. 좋게좋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은 기분 나쁜 생각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단체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때마침 둘만 남아 이루카는 조심스럽게 카카시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절 강간한 상대한테 먼저 손을 내다니 제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루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하타케 카카시는 그 날 일을 모른척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난감한것 같은 얼굴로 얼굴로 쳐다 보기만 할 뿐 그 날 일에 대해서는 일절 뻥긋도 하지 않았다. 그저 빨리 나으라는 피상적인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아무래도 그는 그날의 일을 단순히 술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너 왜그래? 많이 아파? 어?"
"흑...흐윽."

그날 밤 이루카는 제 손목을 부여잡고 막 울었다. 이루카가 까무라칠듯 우니까 야마토가 옆에서 왜 그러느냐고 깜짝 놀라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도 이루카는 계속 엉엉댔다. 새삼스럽게 손목이 너무 아팠다. 그 원인이 되었던 파란 두건은 당연히 쓰레기통 행이 되었다.
개새끼 절대 안 봐줄거야.

"야! 이걸 왜 지금 말해!!"
"와 존나 어이없네. 니가 필름 끊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야말로 어떻게 그런 짓을 해놓고 기억을 못하냐??"

하타케 카카시는 어찔했다. 시라누이 겐마를 덮쳤다고 생각했었을 때 보단 되려 이쪽이 훨씬 현실감이 있어서 오한이 났을 정도였다. 겐마는 이루카의 감기몸살이 더 심해졌던 건 분명히 그날 밤 일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타케 카카시는 드디어 진실을 알았다. 그리고 앞뒤 잴 것 없이 득달같이 우미노 이루카을 찾았다. 망설일 것도 없었거니와, 솔직히 아무런 생각이 안났다. 그저 얼른 붙잡아야겠다는 마음만 다급했다.
우미노 이루카는 그 며칠 새 이미 감기몸살이 다 나은 상태였다. 병을 키운 원인을 제공한 하타케 카카시는 정작 아프냐고 방 한번 안들여다봤는데 말이다. 거실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 이루카를 콱 잡아 붙들었다. 카카시의 얼굴을 보고 놀란 이루카는 화들짝 놀라서 카카시의 팔을 쳐냈다. 아무말도 안하고 제 방으로 쑥 들어가려고 한다. 방문을 꽉 닫으려는 걸 카카시는 제 어깨를 내밀어 문 틈에 끼워 넣고 막았다.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전 할 말 없어요."

이루카는 정말로 더 할말이 없었다. 이제는 별로 대화하고 싶은 맘도 안들었다. 찾아와도 안반가웠다.

"야...."
"좀 나가세요!"

하지만 급한 카카시는 이루카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그대로 방문을 밀어 제쳤다. 적어도 카카시는 할 말이 많았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이루카의 팔뚝을 잡아챘다. 이루카는 날씨도 더운데 손끝까지 내려오는 긴팔을 입고 있었다. 감기도 나았으면서 왜 그러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소매를 확 걷어내니 정말 시라누이 겐마 말대로 팔목에 시퍼런 멍이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왜, 왜 그러세요!"

카카시의 무표정에 이루카는 겁을 먹고 뒤로 물러 섰다. 카카시는 그런 이루카에게 반항할 틈도 주지 않고 침대에 밀어 눞혔다.

"떨어져!!"

놀라서 투닥투닥 가슴팍과 어깨를 때리는 팔을 잡을 생각도 못하고 상의부터 위로 들췄다. 다 벗길것도 없이 유두 근처며 옆구리며 아랫배에 아직도 정사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벌써 그 날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깨물고 빨아댔는지..... 목덜미나 쇄골 쪽은 보지 않아도 그 광경이 알만했다.

"너..."

하, 하타케 카카시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알고 나니 이걸 왜 여지껏 몰랐을까 싶었다. 카카시가 그 자국들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으면 곧 이루카의 숨이 가빠졌다.

"왜....왜 이제와서, 이제와서...."

이루카는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끅끅 대다가 눈가가 발개졌다.

"나가! 꺼져!”

결국 눈물 방울이 퐁 하고 터졌다. 우미노 이루카는 많이 서러웠다. 자신은 여기 하타케 카카시라는 인간한테 농락당했다. 진짜 많이 좋아 했는데. 그런데 이제와서 저런 표정이나 짓고 있다니.

"내가 착각해서 그래. 진짜 미안해. 진작에 왔었어야 하는데 그 날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
"기억이 안난다는 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세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세요!!"

카카시는 다급하게 변명을 해보았지만, 그날 기억이 없다는 말에 이루카는 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뭣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그런 촌스러운 변명을 하다니. 이루카는 정말로 실망감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게 사실인 하타케 카카시는 이루카가 우니까 어쩔 줄을 모르고 계속 안절부절 못했다.

"푸하하하하. 병신 꼴 좋다!”

자초지종을 안 시라누이 겐마는 물론 배를 잡고 방바닥을 뒹굴며 아주 대놓고 웃었다. 카카시는 이루카랑 제대로 대화도 못하고 그대로 방에서 쫓겨 나온 참이었다. 이 새낄 당장 죽여버릴까,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넌 왜 사람 착각하게 만들어! 개새끼야!!"
"와 이새끼 적반하장이네. 착각한 건 니 잘못이지! 난 황천 갈 뻔 했다고. 나한테 한 짓도 훌륭한 살인 미수야 새꺄."
"하! 살인 미수 좋아하네."
"야 나 너 니가 오바이트 한 거에 대가리 쳐박고 기절하는 기분을 알어?"

아직도 그날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리는 겐마였다. 떠올리기만 해도 토사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제 일생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친다면 빅 5에는 충분히 들어갈 사건이 틀림 없었다. 그런데도 하타케 카카시는 이 사건이 꼭 제 탓에 일어난 것인냥 와서 짜증을 대빡 내는 것이다.

"니 때문에 이루카 울었잖아!!"
"야 그게 내 잘못이냐? 내 잘못이야?"
"아오!!"

하타케 카카시는 제 은색 머리카락을 양 손으로 벅벅 긁었다. 그러니까 역시 우미노 이루카가 맞았던 거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아니 체면 보다도 이젠 이 일을 어쩌면 좋냔 말이다.

그리고 하타케 카카시는 우미노 이루카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자연히 우미노 이루카는 그런 하타케 카카시를 피해서 도망을 다녔다. 우미노 이루카는 방에 처박혀서 나올 생각을 안했다. 사람들이 다 거실로 나오고 카카시가 함부로 힘을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면 그제서야 밖으로 기어 나와서 겐마한테 붙어있거나 야마토한테 붙어 있거나 사스케한테 붙어 있거나 했다. 절대로 둘만 남는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카카시가 스케쥴 때문에 숙소를 비우는 시간이 많으니까 가능했다.

"우미노 이루카 너-"
"겐마씨!!"

특히나 우미노 이루카의 뒤를 잘 봐주는 사람이 바로 시라누이 겐마였다. 야마토나 사스케는 둘째치고 겐마만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목격까지 한 사람이니, 이루카는 카카시만 보이면 시라누이 겐마 이름으로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리고 시라누이 겐마가 짠 하고 나타나서는 무슨 슈퍼맨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의 앞을 떡 가로막는 것이다. 우미노 이루카는 그런 겐마 뒤에 숨어서 카카시에게 식은 눈빛을 보냈다. 와 이게 여우같이.
물론 그렇다고 얌전히 당하고만 있을 하타케 카카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잘 잡았다고 소문이 날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케쥴이 끝나고 들어와서는 제 방에 들어가는 대신 우미노 이루카 방문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겐마와 사스케는 외출한다고 나갔고 야마토는 콘서트 연습으로 바빴다. 모처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언제까지 안나오나 보자.

"너 방안에 있는 거 다 알거든. 좋은 말 할때 내 말 들어."

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분명히 이루카는 있었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안에서 부시럭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할 말 있어서 그래.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혼자서 억울하다고 하면 어떻게 해?"
“....”

이루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카카시는 계속 말을 이었다.

“못믿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기억 안난다는 거 진짜였어. 내가 진짜 너한테 몹쓸짓 하고....진짜 미안하다.”
“......”
“내가.....진짜 너를 좋아해서. 돌아오면 어떻게 너랑 좀 잘해보려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때 이루카는 제 방문에 귀를 대고 카카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카카시의 말에 이루카는 숨을 삼켰다.

“나 다 생각났어. 그러니까 문 열어. 이야기 좀 하자. 사과할 기회는 줘야지.”

거의 들어본 적 없었던 카카시의 진지한 어투에 이루카는 좀 흔들렸다. 정말일까 지금 하는 말.... 바보 같지만 사람을 한번 좋아하게 되면 일편단심이 되어버리는 이루카는, 카카시를 피하기는 했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정말 화는 나는데. 나 진짜 화 났는데.

달칵 하고 방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이루카의 얼굴이 보였다. 카카시는 감격에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었다. 이게 얼마만에 제대로 보는 이쁜이인지.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가 이루카를 꽉 끌어 안았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루카는 놀랐지만 가만히 꽉 끌어 안아주니까 그동안 섭섭했던 것도 사라진 것 같고 그랬다. 이루카가 작게 물었다.

“진짜예요?”
“뭔가?”
“기억 났다는 거...”
“아니.”

그러고 보면 배우도 아닌데 영화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뻔뻔하게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속았다는 것을 안 이루카는 이를 바득 갈고 팔을 휘저었다. 그래도 이루카를 끌어안은 팔은 꿈쩍도 안했다.

“좋아한다는 건 진짜야.”

이루카는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머리는 하타케 카카시는 쳐죽일 짐승새끼니까 상대도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데 좋아한다고 하니까 심장만 뛰고 또 아무말도 안나왔다. 카카시는 팔에 힘을 더 꽉 넣고 이루카의 등을 토닥였다. 카카시로서는 정말로 시간이 아까웠다. 진작에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기억이 날 것 같은데요?"

이루카 질문에 카카시는 잠시간 생각을 했다.

"...글쎄..”
“......”
"다시 한번 자보면 기억 나지 않을까?"
"네? 뭐라고요?!"

충동적으로 떠올린 생각이었으나 다시 곱씹어보니 아주 좋은 아이디어같았다. 카카시는 덜컥 겁먹은 우미노 이루카를 침대 위로 그대로 쓰러트렸다.

"딱 한번만 섹스해보자!"
"이미 했잖아요!!"
"난 기억 안나잖아!! 안돼 무효야!!"
"도대체 뭐가 무효란거야!!"

그런데 정말 눈물 방울 달고 있는 이루카 때문에 순간 타올랐다거나 하는 무슨 다른 뜻(-_-)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진짜 한번 자보면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지금껏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안났는데 남은 건 몸으로 기억하는 방법 밖엔 없어 보였다. 그리고 사실 우미노 이루카와 했다는 그 결박플레이가 생각이 안나서 많이, 정말로 많이 아쉬웠다.
그는 이루카가 못 도망가게 다리로 막고서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훌렁 벗어던졌다. 카카시의 단단하고 건장한 맨 상체에 어찔해진 이루카가 시선을 휙 돌렸다.

"기억이 날지 안날지 어떻게 알아요!"
"분명히 기억 날꺼야.(아마도)"
"그런게 어딨어요! 비, 비켜요! 싫어요!"

마음을 딱 먹으니 싫다는 말은 귀에 잘 안들어왔다. 파들파들 떠는 이루카의 손모가지를 콱 잡아 시트에 내리 눌렀다.

"가만히 좀 있어 봐."
"으으 싫어!”
“정말로 싫어?”
“......”

싫냐고 묻는 말에 이루카는 대답없이 볼을 빨갛게 물들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싫다는 사인은 아니지.

요즘에 겐마한테 자꾸 짐승짐승 소리를 들어서 그랬는지, 정말 짐승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루카가 팔을 꽉 여미고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셔츠를 벗겨내기가 좀 어려웠지만 그는 지금 정신도 제대로 들어 있었고 머리를 좀 돌리고 힘을 쓰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못 움직이게 눌러 놓고 목덜미에 얼굴을 뭍었다. 얇고 부들부들한 피부를 이곳저곳 빨았다가 혓바닥으로 핥았다. 자꾸 싫다고 그만하라고 시끄럽게 구는 입술은 제 입술로 막았다.

"으응..."

팔 안에서 반항하던 힘이 서서히 약해지고, 그리고서는 천국이었다.

하타케 카카시는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어슴푸레한 빛에 눈을 떴다. 밖이 조용한 것을 보니 아직 아무도 귀가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개를 돌리면 이루카가가 지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그는 가만히 상체만 들어올려서 제 자켓 주머니를 뒤졌다. 토끼핀은 여전히 그의 주머니 속에 있었다.
솔직히 제가 사 놓고서도 엄청 웃기다고 생각했었다. 다 큰 사내새끼한테 토끼핀이 뭐냐 그것도 분홍색. 그래도 주려고 산거니까 뭐.... 그는 가만히 잠든 이루카의 얼굴을 보다가 흩어진 긴 머리카락을 모아 올렸다. 모아 올린 곳에 슬쩍 핀을 꽃아 보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분홍색 토끼핀은 이루카한테 꽤나 잘 어울렸다. 얘 좀 많이 예쁘다. 제 눈에는 말이다.
물론 다시 섹스를 해봐도 그날 새벽 일은 여전히 생각이 안났다. 하지만 케세라세라. 끝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뭐, 끝이 좋으면 중간 과정이야 어찌됐든 상관 없는 거지.
그는 목 근처를 벅벅 긁고서는 다시 침대에 털썩 드러 누웠다. 이루카가 매트리스의 흔들림에 반짝 눈을 떴다. 맨살이 추웠는지 무의식적으로 체온을 찾아 옆으로 바싹 붙어왔다. 하타케 카카시는 얼씨구나 좋다고 제 팔 다리로 예쁜이의 몸을 꽉 결박하고 또 그렇게 잠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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